신분증·얼굴 대조 기능 있으나마나
인적 뜸한 야간 미성년자 구매 가능
청소년 흡연 사각지대 악용 우려
지자체 "조례로 추가 제재 어려워"

경기지역 곳곳에 산재한 24시간 무인 담배 자판기가 허술한 성인 인증 기능 탓에 청소년 흡연 사각지대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신분증 투입, 안면 대조, 카드결제 등 미성년자의 구매 차단을 위한 구매 과정이 있지만 취재진 확인 결과 사실상 신분증만으로도 담배 구매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경기지역 한 전자담배 점포에 설치돼 있는 무인 자판기. 신분증과 안면 인식 등 성인 인증 기능이 탑재돼 있지만 신분증만으로도 구매가 가능한 상태다. 구자훈 수습기자
22일 경기지역 한 전자담배 점포에 설치돼 있는 무인 자판기. 신분증과 안면 인식 등 성인 인증 기능이 탑재돼 있지만 신분증만으로도 구매가 가능한 상태다. 구자훈 수습기자

22일 찾은 성남시 분당구 소재 한 전자담배 점포. 이곳에 설치된 24시간 무인 담배 자판기는 궐련형 연초 담배 없이 액상형 전자담배 카트리지만을 취급하고 있었다.

자판기에는 카트리지 구매를 위해 신분증 투입과 얼굴 인식, 대조가 필요하다는 안내가 부착돼 있었다. 하지만 취재진이 서로 다른 신분증과 얼굴을 제시해도 구매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타인의 신분증으로 담배 구매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미성년자가 인적이 뜸한 밤 시간 타인의 신분증으로 자판기를 이용하는 것이 가능한 상황이다.

같은날 찾은 수원시 영통구 소재 한 담배 자판기. 이곳에서도 성인 인증을 위한 신분증과 안면부 인식, 대조 기능이 탑재돼 있었지만 취재진 확인 결과 신분증만으로도 담배 구매가 가능했다.

이들 점포 관계자들은 청소년 담배 구입이 적발될 경우 처벌 규정은 있지만, 청소년 담배 구입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대책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지적한다.

점주 A씨는 "주간에는 직원들이 수시로 확인하고 있지만 야간에는 청소년 출입과 담배 구매를 확인할 방법이 사실상 없는 상태"라며 "청소년 담배 구입 사실이 적발될 경우 영업정지 등 처분을 받지만 구매 청소년에 대한 제재는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청소년보호법 제28조에 따르면 미성년자가 주류·담배를 구매할 경우 처벌 규정은 판매자에게만 해당되며 무인판매장치를 통한 미성년자 구매 역시 동일한 규제가 적용된다.

지자체들은 담배 자판기 판매 금지 장소, 성인인증 기능 부착 등을 강제하는 것 외에 별다른 규제는 없는 실정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현재 청소년보호구역 내 설치 금지, 성인 인증 기능 탑재 의무화 등이 담긴 조례를 자체 시행하고 있다"며 "다만, 국민건강증진법이 담배 자판기 설치 제한구역 등을 지정하고 있는 만큼 조례 등으로 기기 운영 자체를 금지하거나 추가로 제재를 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황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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