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운동은 "기업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하여 상처를 내고 아프게 한 자연과 사회공동체, 구성원을 온전한 주인으로서의 긍휼감을 가지고 치유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 본질이다. 최근 국내에서 기업과 관공서에서 ESG열풍이 거세다. 2022년 대한민국 대기업 오너들의 신년사 키워드 역시 ESG혁신이다. ESG경영의 선두주자인 SK그룹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며 ESG 경영실천을 가속화 해 나가자"를 슬로건으로 내 세웠다. 삼성전자는 "ESG를 선도해 기업의 지속성을 강화하자". LG이노텍은 "안전을 최우선의 핵심가치로 행복한 터전을 만들자"를 내걸고 있다. 과연 이들이 ESG를 올바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이러한 키워드와 문장은 ESG에 대한 진정성과 거버넌스의 주체인 기업의 철학이나 왜 ESG경영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과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사회적 압력에 밀려서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영혼 없는 슬로건으로 느껴진다. 경영컨설팅 회사들은 이 기회를 놓지치 않고 국내에 ISO인증제도가 처음에 도입될 때와 같이 ESG전문가, 컨설턴트 양성을 운운하며 사설자격증 교육사업에 혈안이 되어있고, 기업은 발등에 떨어진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쪽집게 과외 수준의 컨설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ESG는 최근에 등장한 개념이 아니다. 2005년 유엔 코피 아난 사무총장이 최초로 주창을 했지만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주의 탐욕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거세지자 이를 방어하기 위하여 다시 등장한 것이다. 2006년 UN산하에 PRIA(사회투자원칙협회)가 설립이 되고 자산 8조 이상을 운용하는 최대투자회사 블랙록(Black Rock)의 래리 핑크 회장이 중심이 되어 가세하며 힘을 실어주면서 세계적으로 ESG 광풍이 불고 있다. 그는 구체적으로 이익의 25%이상을 석탄에 소비하는 기업에는 투자를 하지 않겠다 경고했다.

기업이 기존의 재무적 평가를 넘어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라는 비재무적 측면을 높이겠다는 선한의도가 지속될 개연성은 높지 않다. 경쟁사가 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압력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하여 진행하고 있지만 이것이 또 다른 KPI(성과지표)까지 추가되면 결국 ESG의 본래의 의도와 달리 사회적압력과 규제와 강제를 피하기 위한 ESG 홍보활동에만 몰입하게 되어 엄청난 회사의 재원만 낭비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기업의 이윤추구에만 열을 올렸던 기업들이 과연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ESG를 실천할지도 의문이다. ESG운동은 "기업이 이익을 창출하기 위하여 상처를 내고 아프게 한 자연과 사회공동체, 구성원을 온전한 주인으로 긍휼감을 가지고 치유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 본질이다.

기업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재료를 자연환경에서 공급을 받는다. 이렇게 산출된 재화와 서비스를 사회구성원에게 제공하여 가치를 창출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내부 구성원들 간의 민주적 의사결정의 구조가 중요한 이슈이다. 그동안 기업과 자연환경과의 관계는 환경을 정복하고, 착취하는 관계였으며, 사회환경과의 관계는 상대를 재무적 성과를 올리기 위한 도구로 이용했다. 또한 기업내부의 경영진과 종업원의 관계도 계약적으로 주인과 대리인의 관계였다.

그러나 ESG의 본질은 환경과는 착취관계가 아니고 공존하는 관계이며, 사회와는 재무적이익을 넘어서는 공생하는 관계이고, 종업원과는 공영의 관계로 재정립하여 생태계의 공진화를 도모하는 관계로 정의하자는 운동이다.

공존(Environment), 공생(Society), 공영(Governance)의 생태계 공진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거버넌스 이다. 기업이 이 생태계에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에 관하여 자신의 존재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존재의 목적과 사명을 각성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은 이 세 가지 공존, 공생, 공영간의 갈등과 분쟁이 있을 때 가장 높은 수준에서 중재하고 결정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회사의 존재이유인 목적에 대한 가치이다.

지금까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ESG가 성공할 수 없었던 것은 회사가 목적에 대한 믿음 없이 있는 것처럼 연기했기 때문이다. 진정성 있는 목적이 없는 회사가 ESG를 도입 할 경우 반드시 홍보활동으로 귀결된다. 진정성있는 존재목적이 있는 회사만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자본을 동원할 수 있고 존경받고 사랑받는 기업으로 지속 가능한 회사로 발전한다. 최근 국내 플랫폼기업 카카오와 네이버의 갑질로 시끄러웠다. 이들 회사들은 환경과 사회, 거버넌스를 공진화 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경영철학과 존재의 목적이 없이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성과에만 급급해하는 회사들이다. 초연결, 플랫폼사회의 본질도 이해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탐욕의 공룡기업이기 때문이다.

다행이도 최근 재무지표가 아닌 ESG지표가 높은 회사들이 지속적인 성과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대한민국이 ESG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기업의 실천이 필요하다.

첫째, 기업은 생태계에 존재해야만 하는 진정성있는 목적과 사명이 있어야 한다. ESG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ESG는 고객과 사회에 약속한 기업생태계에 존재해야 하는 목적과 사명을 실현하는 수단일 뿐이다. 회사의 사명과 목적이 홈페이지에만 존재해서는 안되고 조직공동체 마음에 내재되어 있어야 한다.

둘째, 주주만이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고객, 주주, 종업원, 공동체, 협력사, 자연)들의 사회적 헌신을 성공적으로 동원해야 한다. 사회적 헌신을 동원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인 목적으로 ESG를 정당화 시켜야한다.

셋째, ESG의 성공여부는 거버넌스(Governance)에 달려있다. 기업 스스로가 존재이유를 찾고 온전한 주인이 되어 그동안 이윤추구를 위해서 자신들이 상처를 주고 아프게한 생태계, 공동체, 구성원을 치유하고 공동의 생태계의 주인으로 나서야 한다. 결국 거버넌스를 구현하지 못하는 기업이 실현하고자하는 ESG는 반드시 실패로 끝날 것이다. 회사의 목적과 사명으로 연계된 ESG만이 회사의 브랜드파워로 설 수 있다.

한영수 한국조직개발경영학회 목적경영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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