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딴스 북카페 서종오 책방지기. 홍기웅 기자
술딴스 북카페 서종오 책방지기. 홍기웅 기자

2019년, 16년 동안 다니던 회사 그 때 그만 두었다.

자유를 찾은 발걸음이었지만 막막한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다른 것에 특별한 재능은 없다. 좋아하는 것을 해보자. 좋아하는 것들 중에 가장 좋아하는 것을 추리니 사람, 책, 술이 남았다. 술파는 책방을 해야겠다. 책방의 시작은 이렇다.

16년의 회사생활은 책방 이름에 남았다.

중동, 아프리카를 누비던 롯데제과의 수출매니저, 현지인들과 친숙해지기 위해 명함 새겼던 영업용 예명 ‘술탄 sultan’은 술딴스북카페의 이름으로, 2권의 책을 쓴 저자의 필명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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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책방 파주 쑬딴스북카페. 홍기웅기자

◇책, 술, 사람 그리고 종횡무진 술딴

술딴스북카페에서는 무엇인가 많은 것들이 있다. 그 많은 것들 채워 넣은 것은 분주한 술딴, 서종오 책방지기의 손과 발을 통해서다.

책방에서 많이 하는 글쓰기 모임은 물론 글쓰기 모임에서 발전해 책으로도 출판했다. 작가 초청 북토크는 물론이다.

또 손님들을 맞이하는 술과 음료, 커피, 간단한 주전부리,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그의 책방을 가득 채우는 요소들이다.

더욱이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 출연한 인기스타 ‘탄이’는 책방지기 말에 따르면 때로는 본인보다 수입이 좋은 효자이자 책방의 마스코트다. 책방지기는 "나는 라면을 먹어도 탄이는 고기를 먹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지금은 많은 것이 갖춰졌지만 처음은 소소하게 시작했다. 인테리어와 소품들은 지인들에게 기증 받거나 아파트 단지를 돌며 쓸만한 것을 재활용했다. 할 수 있는 것은 직접 손으로 만들었다. 지금도 그 가구들은 남아있고 조명은 술딴’스 핸드메이드다.

우리동네책방 파주 쑬딴스북카페. 홍기웅기자
우리동네책방 파주 쑬딴스북카페. 홍기웅기자

책도 썼다.

그는 이미 2권의 책을 쓴 저자이다.

첫 번째 책 ‘대기업 때려치우고 동네 북카페 차렸습니다’는 회사를 그만두고 동네 책방을 열면서 인생의 자유를 찾아가는 과정을 기록했고 두 번째 책 ‘개와술’은 두바이, 이란, 멕시코, 이탈리아, 미국 등 전 세계 해외영업을 다니며 음주로 벌어진 각종 에피소드, 사건사고, 소동을 담았다. 심지어 두 번째책은 출판사에 맡기지 않고 본인이 직접 출판했다.

또 본인이 직접 책을 들고 용인, 목표, 순천, 인제 등 전국 책방 행사에 참여해 사람을 만나고 책을 판매하기도 한다.

세 번째 책은 자신의 책방 노하우를 남은 ‘책방 월 매출 1천만 원 프로젝트’다. 목표는 12월 연말까지.

책방지기는 "매출을 달성해야 출간되기 때문에 어쩌면 영원히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지만 그의 얼굴에서 자신감은 넘쳐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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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오 책방지기가 직접 쓴 2권의 책. 홍기웅 기자

◇동네마다 책방이 있는 나라

술딴스북카페 책방지기는 동네마다 책방이 있는 나라를 꿈꾼다.

그는 "얼마 전 용인 책방 축제에서 무료 컨설팅 부스를 운영했는 데 많은 관심이 있었다"며 "3팀만 받았는 데 바로 매진됐고, 이후로도 다른 기회가 있으면 알려달라는 요청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 날 상담자 가운데는 컨실팅을 받기 위해 대구에서 용인까지 올라온 인원도 있었다.

우리동네책방 파주 쑬딴스북카페. 홍기웅기자
우리동네책방 파주 쑬딴스북카페. 홍기웅기자

책방 창업 상담에 대한 수요가 생각보다 많지만 정작 물어볼 곳은 별로 없다.

1부터 100까지 물어보고 싶지만 그런 자리는 별로 없고 아무 책방에 들어가서 물어볼 수 없는 노릇.

그는 " 어떤 라이센스나 자격증도 없는데 유료로 운영하기는 어렵고 유료가 큰 의미는 없다"며 "전국 곳곳에서 책방이 생기는 것이 더 큰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대구에서 온 사람들은 책방을 낸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입장에서는 동지가 늘어나는 것 같아서 좋다. 술딴스북카페도 헤이리가면 머리 희끗한 아저씨가 책방 컨설팅도 해주고 독립출판도 있고, 편하게 책을 보러 갈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됐으면 좋겠다"며 "슬리퍼 신고 집앞에 나가면 만날 수 있는 책방이 있는 나라, 동네 마다 책방이 있는 나라, 대한민국이 그런 나라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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