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에 네 개의 문…202·203호는 남편이 운영하는 사진관
제로웨이스트숍도 병행…수다 모임 등 '느슨한 연대' 강조

수원 정자동의 오래된 건물 2층에 자리한 낯설여관은 책방과 제로웨이스트숍, 사진관을 함께 운영한다. 사진=노민규기자
수원 정자동의 오래된 건물 2층에 자리한 낯설여관은 책방과 제로웨이스트숍, 사진관을 함께 운영한다. 사진=노민규기자

수원 정자동의 ‘낯설여관’은 삶 자체를 여행으로 보고 그 여행에 지친 이들이 편히 들러 마음의 여유를 얻길 바라는 책방이다. 친환경 제품들을 만날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숍이기도 하다.

◇독특한 공간이 주는 재미=입구에 손글씨로 적어 놓은 ‘일상 여행자들의 쉼터’라는 문구를 확인한 후 안으로 들어서면 201호부터 204호까지 네 개 문이 줄지어 있다. 영락없이 숙소의 모습이다. 숲속을 연상케 하는 음악이 흐르는 복도를 걸으며 벽에 걸린 사진과 그림을 감상하는 순간엔 작은 갤러리를 방문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책방은 복도 끝에 있는 204호에서 만날 수 있다. 202호와 203호는 사진관으로 책방지기의 남편이 운영하는 공간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여관’이라는 단어는 왠지 ‘빛바랜’이나 ‘오래된’, ‘수수한’ 등의 단어와 어울림이 있다. ‘낯설여관’이라는 명칭은 공간의 특성에 맞춰 만들어진 이름이다. 건물 자체가 오래돼 낡은 느낌과 방문이 여러 개 있다는 점에서 여관을 떠올리고 이를 콘셉트로 공간을 꾸민 후, 실상은 여관이 아닌 책방과 사진관이라는 점에서 오는 ‘낯섦’의 느낌을 더해 이름을 정했다.

한지혜 낯설여관 대표. 사진=낯설여관
한지혜 낯설여관 대표. 사진=낯설여관

책방지기인 한지혜 대표는 "처음 이 공간을 마주했을 때 길고 좁은 복도와 나란히 이어진 방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며 "사진관을 선택한 남편과 책방을 선택한 제가 각각 원하는 공간을 갖기에 제격인 곳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동네에 하나뿐인 제로웨이스트숍=낯설여관의 204호 공간은 책방이자 제로웨이스트숍이다. 예전부터 생태환경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는 책방지기는 환경 관련 서적들과 함께 친환경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책방 곳곳에 진열한 생활용품과 문구류,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여느 제로웨이스트숍에서 볼 수 있는 재활용품 수거 공간은 책방 입구에 따로 마련돼 있다.

제로웨이스트숍이기도한 낯설여관은 다양한 친환경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낯설여관
제로웨이스트숍이기도한 낯설여관은 다양한 친환경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낯설여관

책방지기의 삶을 꿈꿔온 한 대표가 제로웨이스트숍을 함께 운영하기로 한 이유는 몇 해 전만 해도 수원지역에서 제로웨이스트숍을 찾기가 어려워서였다.

한 대표는 "서울 알맹상점을 시작으로 제로웨이스트숍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가치관이 좋아 제가 사는 수원에도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책방과 함께 운영하기로 했다"며 "최근 1년 사이엔 수원에도 많이 생긴 걸로 알고 있지만 이 동네에선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잡담회’로 스트레스 풀기=책방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대개 책을 중심으로 한다. 문화예술 분야를 책과 엮어 흥미로운 이벤트를 생산해 내는 것이 요즘 동네책방의 주요 활동이다. 낯설여관에서도 책에서 파생된 다양한 활동이 펼쳐진다. 다른 게 있다면 오픈 초기부터 운영해온 수다 모임 ‘잡담회’다. 이곳을 운영하는 두 대표의 스케줄에 따라 불규칙적으로 날을 정해 진행한다. 수다의 포문을 열 주제는 굳이 책에 한정하지 않는다. 프로그램의 확장을 위해서다. 책에서 벗어난 주제로 낯선 이들과 함께 각자 하고 싶은 말들을 가감 없이 쏟아내다 보면 어느 순간 낯섦은 사라지고 편안함이 채워진다.

수다 모임 ‘잡담회’에서는 주제가 책에 한정되지 않는다. 사진은 ‘풋살’에 관한 수다를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낯설여관
수다 모임 ‘잡담회’에서는 주제가 책에 한정되지 않는다. 사진은 ‘풋살’에 관한 수다를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낯설여관

낯설여관에서 펼치는 활동들에 대해 한 대표는 ‘느슨한 연대’를 강조한다.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재미를 추구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지역민들과 ‘느슨한 연대감’을 만들어가는 매개로 자리 잡고자 한다.

"삶 자체가 여행이잖아요. 많은 여행자가 낯설여관의 단골 투숙객이 돼 우리만의 이야기를 쌓아가길 바라요. 언제든 마음 터놓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 냄새 나는 동네책방으로 남고 싶어요."

박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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