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한파특보가 발효되고 이달 말부터는 영하권 추위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기지역 곳곳의 노숙인들에게 혹독한 시기가 다가올 전망이다. 경기도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지역내 노숙인은 841명. 이중 거리 노숙인, 고시원과 여관 등 응급잠자리를 이용하는 일시보호 노숙인 등 겨울철 가장 취약한 이들은 전체의 30.6%인 250여 명에 달한다. 매년 3분의 1 안팎의 노숙인들이 거리 나와있는 실정으로 이들은 신원 노출과 코로나19 감염, 상호간 갈등 등을 우려하며 스스로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자처한다. 중부일보는 세 차례에 걸쳐 겨울철 노숙인들의 생활상과 인식, 대안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경기지역 시·군들이 자활시설, 임시거주시설 등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매년 도내 노숙인들의 3분의 1 안팎은 지하철역과 공원 등 거리를 맴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조치 완화로 코로나19 입소 조건, 인원 제한 등이 풀렸음에도 감염과 신원 노출, 시설 내 규칙, 노숙인 간 갈등 등을 우려한 탓인데, 이에따라 시민 불편과 노숙인 위험 모두 커지고 있는 상태다.

27일 오후 취재진이 찾은 수원역. 경기지역에서 가장 많은 노숙인들이 상주하는 이곳은 대합실과 지하상가를 비롯해 환승센터 고가도로 하부, 인접 무료급식소와 지구대까지 노숙인과 그들의 손수레 등을 어렵잖게 찾을 수 있었다.

수원시의 경우 2개의 자활시설과 1개의 임시보호 시설 등에 하루 100명 규모의 노숙인 수용이 가능한 상황. 하지만 시, 시설 관계자들은 노숙인들이 이용 자체를 꺼리는 탓에 시설이 온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도내 자활·임시거주시설 마련 불구
매년 노숙인 30%는 거리 취침 고집
신원노출·규칙·갈등 우려 이용 꺼려

27일 오후 수원역 환승센터 자전거 주차장. 주차장 입구 앞으로 노숙인들이 설치한 텐트와 짐들이 놓여있다. 구자훈수습기자
27일 오후 수원역 환승센터 자전거 주차장. 주차장 입구 앞으로 노숙인들이 설치한 텐트와 짐들이 놓여있다. 구자훈수습기자

실제 도 집계에 따르면 2019년 거리·일시노숙인은 291명으로 전체(992명)의 29.3%를 차지했고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했던 2020년에는 339명으로 늘며 전체(617명)의 35.4%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거리·일시 노숙인이 258명으로 전체(841명)의 30.6%를 차지, 매년 3분의 1 안팎의 비중을 보이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세 심화로 일시보호소 입소 조건이 까다로웠고 수용 인원에도 일부 제한이 있었다"며 "현재는 자가진단키트 구비, 격리공간 마련 등으로 더 많은 노숙인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지만 일부 노숙인들이 단체 시설 이용을 꺼려해 쉽지 않은 상황"이라 설명했다.

실제 이곳에서 만난 노숙인 A(74)씨는 "수원역 지하 대합실을 중심으로 100여 명의 노숙인들이 잠을 잔다"며 "역 옆 무료급식소에서 기독교인 단체가 침낭, 핫팩 등을 주기 때문에 조금 추워도 역 주변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신고없이 자발적 시설 입소 드물어
날씨 추워지며 지하철 역사로 몰려
실제 수원역 대합실 100여명 노숙

27일 오후 수원역 환승센터 인근 도보. 통행로 한 가운데에 노숙인의 매트리스와 이불 등이 널브러져 있다. 구자훈수습기자
27일 오후 수원역 환승센터 인근 도보. 통행로 한 가운데에 노숙인의 매트리스와 이불 등이 널브러져 있다. 구자훈수습기자

이어 "시설은 술을 마시면 들어갈 수 없어 불편하고 물건을 도난당하는 등 갈등이 잦아 저녁까지는 지구대 옆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부연했다.

비슷한 시간 찾은 모란역과 안양역, 병점역 등도 지자체 자활시설이 인접해 운영되고 있지만 역 내부와 주변 공원 등지에 노숙인들이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었다.

모란역 관계자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역사 내부에서 잠을 자는 노숙인들이 늘어나 이들로 인한 소란을 진정시키고 내보내는 게 주 업무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노숙인 일시보호소 관계자는 "경찰이 노숙인 신고를 받아 시설에 입소하는 경우에 비해 스스로 찾아와 입소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며 "코로나19 확산 당시에도 수용인원을 제한하지 않았지만 지금도 85명 정원에 60명 정도 입소해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황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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