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문을 연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은 공공영역에서 돌봄 중심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노인, 장애인, 아동 등 복지시설과 사업단 16곳을 직접 혹은 수탁 운영하고 있다.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사자의 처우개선에 나서고 있다.

그렇기에 그들의 권익 증진을 위해 개원 이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예정이다.

인천사서원은 직접 운영하는 시설인 종합재가센터 소속 요양보호사들의 권익 증진에 나섰다.

한 요양보호사가 어르신을 업고 계단을 오르고 있다. 사진=인천사서원
한 요양보호사가 어르신을 업고 계단을 오르고 있다. 사진=인천사서원

■돌봄 종사자도 8시간 근무 보장

돌봄 종사자는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따른 요양보호사, 가사·간병인, 장애인활동지원사, 생활지도사, 어린이집 교사 등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이들을 말한다.

돌봄 종사자의 존재는 평소엔 무심하다 필요한 상황에 닥쳤을 때 비소로 깨닫는다.

‘시간제 정규직’ ‘전일제 정규직’, ‘정규직’이라는 말에 언뜻 비슷하게 들리지만 둘 사이 차이는 삶의 변화를 만든다.

인천시사회서비스원 소속 부평종합재가센터 이순화(51) 요양보호사는 지난해 코로나19가 유행했을 때 반으로 줄어든 월급 명세서가 바이러스보다 더 힘들었다.

이씨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 중 한 명이 코로나에 걸리면 다른 대상자가 방문을 거부했고 가족 중에 누군가 걸려 자가격리를 해야 할 때도 돌봄은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이렇다 보니 원하지 않았지만 쉬는 날이 잦았다. 시급제로 일하다 보니 월급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다른 달보다 절반 이상 덜 받았을 때도 있었다.

이순화 요양보호사는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유행은 물론이고 때때로 대상자들 사정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며 "일하는 만큼 급여를 받을 수 있다지만 월 40시간만 보장해줬기 때문에 불안정했다"고 말했다.

질 높은 돌봄 서비스는 안정적인 일터를 기반으로 한다. 인천사서원와 재가센터, 요양보호사, 인천시는 하루 8시간 근무, 월 40시간을 보장하는 전일제 정규직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지난 1년여간 논의를 거쳤다.

가장 큰 어려움은 예산이었다. 부평, 강화센터 요양보호사 정원은 각각 15, 5명으로 모두 20명이다. 인천시는 복지의 방향이 지역사회맞춤돌봄으로 가고 있고 부평센터가 지역 거점으로 이 역할을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인건비 예산확보를 약속했다.

전일제 근무를 보장하는 만큼 공공돌봄 수행기관의 역할도 강화하기로 했다. 민간시설이 기피 하는 대상자를 우선 맡고 혼자 서비스가 어려운 대상자는 2인 1조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럿이 함께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는 급여 문제 때문에 민간에서는 물론이고 시간제 근무로는 할 수 없는 방식이다. 특히 이렇게 고난도 대상자를 맡을 때는 ‘고난도 돌봄 사례 판정 위원회’를 열어 별도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대신 안전을 보장하는 내용을 취업규칙에 담았다. 성희롱, 성추행, 폭행, 폭언 등 인권침해를 당하거나 이용자로부터 계약 내용에 없는 과도한 서비스를 반복적으로 요구받을 때, 휴가나 휴직일 때 서비스 지원 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

이제 요양보호들은 오전 6시~오후 10시 중 대상자의 시간에 맞춰 하루 8시간 근무한다. 이동 시간도 여기에 포함한다. 9-6시로 근무하는 여느 직장인과 다르지 않다.

한 요양보호사가 어르신들에게 나누어 줄 간식 등을 챙기고 있다. 사진=인천사서원
한 요양보호사가 어르신들에게 나누어 줄 간식 등을 챙기고 있다. 사진=인천사서원

■민간시설 종사자들도 원하는 날 쉴 수 있도록

인천 서구 한 아동·청소년공동생활 가정을 운영하고 있는 유설희(43) 센터장은 지난 4월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한 지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5일간 장기 휴가를 떠났다.

인천시에서 휴가비는 물론이고 그가 잠시 없는 동안 빈자리를 대신해줄 사회복지사도 지원받았기 때문이다.

유 센터장은 "몇 년 전만해도 사회복지 종사자 사이에서 휴가를 마음대로 낼 수 있는 직장이 좋은 직장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이틀 이상 휴가를 사용하기는 힘들었다"며 "공동생활가정은 2~3명이 일하는 5인 이하 시설이기에 아파도 쉬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고 말했다.

인천사서원 소속 대체인력지원센터는 사회복지 종사자들이 병가, 교육, 휴가 등으로 짧은 기간 쉬어야 할 때 휴식 보장과 업무 공백 최소화, 서비스 질 저하를 막기 위한 대체인력지원사업을 운영한다. 이는 종사자의 쉴 권리를 보장하면서 돌봄 공백을 동시에 해소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올해 초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시설 이곳저곳에서 확진, 자가격리 등으로 갑자기 돌봄에 빈틈이 생겼을 때 대체인력사업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코로나19로 공백이 생긴 곳을 우선 지원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재확산 했던 지난 2~3월 초에만 대체인력 23명이 40일간 현장으로 나갔다. 현재 활동하는 대체인력은 모두 40명이다.

이뿐만 아니라 휴가철, 명절 때도 이 사업은 빛을 발한다. 올해는 10년 이상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한 종사자에게 휴가비와 대체인력을 지원하는 ‘장기근속 유급휴가비 지원사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국·시비로 인건비를 지원받는 시설 중 ‘인천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지원기준 안내’에 따라 경력을 인정하는 범위에 해당하는 시설에서 10년 이상 일한 정규직을 대상으로 한다. 올해 100명을 지원한다.

황흥구 인천사서원 원장은 "우리 기관 소속 종사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일은 민간 서비스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과 연결할 수 있기에 공공기관인 인천사서원이 먼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질 높은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취임 한달 황흥구 인천사서원 원장
"돌봄 사각지대 최소화 목표… 적기 조사·발굴·지원 온 힘"

인천사서원 황흥구 원장
인천사서원 황흥구 원장

황흥구 원장은 지난달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인천사서원)을 새롭게 이끌 3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황 원장은 42년간 공무원으로 재직하며 구청과 사업소, 시청 등을 두루 거쳤고, 인천대학교 사무처장과 남동구 부구청장, 인재개발원장 등을 지냈다.

퇴직 후 제7대(2014~2018년) 인천시의회 의원(남동구)으로 당선돼 4년간 문화복지위원회로 활동하며 사회서비스원의 전신인 인천복지재단의 발족에도 기여한 바 있다.

황 원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복지 현장 방문과 내부갈등 해소 등 조직 안정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는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는 복지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거다. 우리가 직영하는 종합재가센터를 매개로 민·관이 협력해 돌봄이 필요한 독거노인, 1인 가구, 생활고에 시달리는 가구 등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발굴해 적기에 조사와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사서원은 현재 부평구와 강화군 두 곳에 직영 시설인 종합재가센터를 설치·운영 중이다. 종합재가센터는 긴급돌봄, 틈새돌봄 등 민간이 제공하기 힘든 서비스와 지역 특성에 맞는 돌봄 사업을 맡는다. 현재 인천 돌봄 수요자는 5만 7천 명에 이르나 종합재가센터 두 곳에서 서비스를 받는 대상자들은 올해 1천4백여 명에 불과하다.이런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해소를 위해 오는 2026년까지 종합재가센터 3곳을 추가할 계획이다.

또한 황 원장은 복지시설 종사자 처우와 근무환경 개선 연구 기능 강화에도 주력할 예정이다.

그는 "시설에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나 사회복지사들은 근무 강도에 비해 근무환경도 열악하다. 시설 종사자가 즐거워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종사자들이 현장에서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건물이나 시설의 노후화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이어 "복지재단 설립 당시에도 연구는 중요한 기능의 하나였다. 우리가 운영하는 소속 시설과 함께 현장감 있는 연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여성가족재단으로 통폐합되기 보다는 사서원 안에서 존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내년에도 소속 시설과 복지 현장과 함께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황 원장은 임기 동안 인천 사서원이 처음 설립된 취지와 목적을 달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황 원장은 "인천사서원의 전신인 인천복지재단이 설립하는 과정을 함께 했기에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인천 사서원이 명실공히 시민의 복지향상과 어려운 이웃의 손발이 되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기관이 되도록 이끌겠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박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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