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인천상륙작전을 프랑스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같이 세계적인 행사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학계는 ‘전쟁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라며,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내놔야 한다고 제언했다.

시는 인천상륙작전 행사로 재연식과 국제안보포럼, 전승축하 문화축제, 참전용사 호국보훈 거리행진·문화체험, 인천상륙작전 영화상영 등의 행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30일 밝혔다.

이들 행사 모두 인천상륙작전을 ‘불가능한 작전으로 승리한 전투’라고 성과를 추켜 세우는 성격이 강하다.

특히 지난 2016년 7월 개봉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확률 5천대1, 불가능에 가까운 작전"이라고 광고하며 신화화하는 데 최정점을 찍었다고 비판 받은 바 있다.

이에 학계는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올바른 사실을 알리기 위해 연구하고 있는데, 인천문화재단은 그동안 수집해온 기록과 사진, 영상 등의 각종 자료로 판단해 볼 때 인천상륙작전이 ‘승전 신화’로 왜곡됐다고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갑생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은 ‘인천과 한국전쟁이야기 한국’과 ‘한국 전쟁과 분단의 트라우마’ 책을 저술하며 6·25전쟁을 연구하고 있는데, 이번 시의 방침에 대해 "핵심을 잘못 짚었다"고 지적했다.

전 연구원은 "프랑스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상륙작전 자체보다 민간인의 폭격피해가 심했다는 것에 더 의미를 두고 있다"며 "노르망디를 비롯한 주변 도시가 받은 피해가 국제적·사회적으로 문제가 돼서 결국엔 피해보상 문제가 제기됐다"고 전했다.

그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비인간적이었고, 헤이그 협약을 위반한 것 아니냐고 말할 정도로 미군의 폭격이 심했다"며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똑같이 네이팜 폭탄이 사용된 인천상륙작전에서도 월미도 희생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전 연구원은 영국 국립박물관인 ‘제국 전쟁 박물관’이 1차 세계대전의 참호전에 대해 알리고 있는데, 전투 뿐만 아니라 참호 속에서 죽어갔던 병사들의 트라우마를 강조하는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국 전쟁 박물관이 전투에 끌려가거나 자원한 혹은 동원된 사람들이 겪은 아픔에 초점을 맞추며, ‘전쟁 기념’이 아닌 ‘사람’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젊은 세대들이 인천상륙작전을 좀 더 추념하고 기념하기 위해서는 관 주도의 ‘대규모 전쟁기념 행사’보다는 다양한 민간인이 참여할 수 있는 학술적·교육적인 콘텐츠를 생산해 평화의 메세지를 던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전 연구원은 "인천상륙작전이 국가적 위기 속에서 행해진 작전이지만 이 과정에서 피아 구분 없이 무수한 민간인이 희생됐다"며 "평화를 이야기하기 위해 인천상륙작전에 참여한 8개국에서 연구했던 내용을 모아 학술심포지엄을 열어도 된다. 시민이 자유롭게 참여해 공감할 수 있는 영화제도 좋다. 인천상륙작전을 기념하기 위한 방법은 다양하다"고 강조했다.

백승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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