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대상] 언론사 자체 문제 제기 “까마귀떼가 경기 남부로 몰려드는 이유는 기후적 요인 때문이다”
경기 남부지역(수원·화성·오산·평택)은 올해도 까마귀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수원지역에 몰려드는 까마귀는 약 5천~6천 마리로 관련 민원은 11월 한 달간 42 건에 달했다.
화성지역에서도 2년 전 전깃줄에 앉은 까마귀들이 전선을 파손해 1천300가구가 3시간 동안 정전 피해를 겪었다.
겨울 철새인 까마귀는 고위도 지역에 머물다 늦가을부터 따뜻한 곳을 찾아 이동해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보내고 돌아간다.
그렇다면 매년 까마귀떼가 경기 남부지역에 나타나는 이유는 기후적 요인 때문일까. 중부일보가 까마귀떼의 출몰 이유를 팩트체크했다.
[관련 링크]
1.까마귀떼 관련 네이버카페 게시물(11월 26일자 게시물)
2.지식 커뮤니티 플랫폼 ‘아하’ 게시물(10월 11일자 게시물)
3.올해도 찾아온 떼까마귀...지자체, 퇴치 골머리(중부일보 11월 15일자 보도)
4.까마귀떼 때문에... 화성에서 고압전선 파손으로 1천300가구 정전(중부일보 2020년 12월 13일자 보도)
[검증 방법]
특정 지역에 까마귀떼가 나타나는 것이 날씨의 영향인지 확인하기 위해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에서 까마귀떼가 나타난 2016년 11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수원, 화성, 오산, 평택의 평균 기온과 풍속을 확인했고, 비교를 위해 서울, 인천, 울산, 서귀포도 조사했다. 여기에 더해 수원시를 비롯한 화성, 오산 지역 네이버 위성 사진을 확인해 까마귀떼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의 공통점을 비교했다. 또 수원시의 떼까마귀를 연구한 논문을 참고했고 관련 내용을 조류 관련 전문가에게 물었다.
[검증 내용]
◇까마귀떼 출몰지역, 기온은 영향 없었으나 풍속은 다소 느려
수원, 화성, 오산에 출몰하는 까마귀는 떼까마귀 종으로 군집성이 매우 강해 수십 마리에서 수천 마리까지 큰 무리를 이뤄서 다닌다. 우리나라보다 고위도 지방인 러시아, 중국, 몽골 지역에서 서식하다가 겨울철이 되면 따뜻한 곳을 찾아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 남부에 까마귀떼가 출몰하는 지역을 살펴본 결과 수원시는 시청 인근·동수원 사거리·아주대 삼거리·권선동 가구거리에, 화성시는 진안동·안녕동·안녕IC 주변, 오산시는 오산역·오산터미널·오산시청·오산IC 인근 등으로 몰렸다.
그렇다면 까마귀떼 출몰과 기상 상황과 상관성이 있을까.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에서 까마귀떼가 나타나기 시작한 2016년부터 2022년까지의 겨울철(11월~2월) 월별 평균 기온과 평균 풍속을 조사했다.
조사는 수원과 화성, 오산, 평택을 비롯해 까마귀떼가 자주 등장하는 울산과 제주 서귀포, 수도권 거점 지역인 서울과 인천 등 8곳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중 수원, 서울, 인천, 울산, 서귀포는 지상기상관측을 활용했고 제시되지 않은 화성, 오산, 평택은 방재기상관측으로 나온 수치를 확인했다.
수도권 6곳 중 겨울철 평균 기온이 제일 높은 곳은 인천(2℃)으로 나타났다. 까마귀떼가 몰리는 경기 남부지역의 기온은 서울 평균(1.7℃)과 비슷했다. 특히 수원의 평균 기온은 1.8℃로 울산(5.4℃), 서귀포(10.0℃)와 큰 차이를 보였다.
바람의 경우는 어떨까. 2016년부터 2022년까지 같은 지역의 겨울철 평균 풍속을 확인해본 결과 경기 남부지역의 풍속은 2㎧ 미만(수원 1.8㎧·오산 1.3㎧·평택 1.9㎧·화성 1.3㎧)으로 서울(2.2㎧), 인천(3.2㎧)보다 느렸다. 까마귀떼 출몰이 잦은 서귀포도 1.6㎧로 비슷했다. 다만 울산의 평균 풍속은 2.3㎧로 서울과 비슷했다.
확인 결과 따뜻한 기후는 까마귀떼가 모여드는 핵심적인 요인이 아니었다. 경기 남부 수원·화성·오산·평택의 평균 기온은 같은 수도권인 서울이나 인천보다도 낮았다. 평균 풍속은 서울이나 인천에 비해 느렸고 서귀포와는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까마귀떼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들은 주로 유동인구가 많고 높은 빌딩이 밀집해 있는 번화가로, 야간열과 열섬 현상의 영향을 받아 체감 기온이 높고 휴식을 취하기 적합하다는 특징은 있었다.
◇유동인구 많은 농경지 인근으로 까마귀떼 몰리는 경향
기온 이외에 다른 요인을 확인하기 위해 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에서 2021년 발행한 ‘시민 과학을 활용한 수원시에 출몰하는 떼까마귀의 일출 및 일몰 시 선호 서식지 분석’을 참고했다. 이 연구는 2020년 12월부터 2021년 3월까지의 수원시의 떼까마귀 위치 데이터 5천214건을 분석했다.
연구에서는 일몰 이후 모든 변수를 고려할 때 ‘전신주로부터 거리’가 까마귀떼 출현 확률에 가장 높은 기여도를 보였고 경작지로부터 거리도 일정 부분(7.9%) 떼까마귀 출현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떼까마귀는 낮 동안에는 넓은 농경지에서 낙곡과 작은 동식물을 찾아 먹기 때문에 주변의 농경지가 없다면 월동에 적합하지 않다. 농경지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까마귀떼 출몰지역의 위성 지도를 살펴본 결과, 주변에 논과 밭이 공통으로 위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 “농경지가 인접한 도심에 몰려”
최창용 서울대 산림자원학과 교수는 “특정 지역에 도래하는 떼까마귀가 어디에서 오는지 확실히 연구된 바는 없다. 과거에는 전국적으로 분포했으나 농경지의 감소와 도심확대로 적합한 소수의 장소로 집결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수원, 화성, 오산, 안산 등은 농경지와 숲이 비교적 잘 보전되어 있고 수리부엉이와 같은 천적도 없는 동시에 무리들이 편하게 앉아서 쉴 수 있는 철탑과 전선이 잘 배치되어 있어서 까마귀떼가 몰리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수원의 경우 도시에서의 야간 난방열에 의해 비교적 야간의 온도가 높고, 건물들로 인해 바람의 영향을 적게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승구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조류팀 선임연구원은 “기온이 크게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고 떼까마귀들은 곡식을 구할 수 있는 농경지 근처로 월동을 하러 온다”면서 “떼까마귀는 먹이를 찾기 쉽고 잠을 자기 적합한 장소를 기억하는데 머물기 괜찮았던 장소였다면 매년 찾아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상민 한국환경생태연구소 책임연구원도 농경지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 책임연구원은 “서편에 농경지가 발달한 수원은 떼까마귀가 이를 이용하기 적합한 곳이기도 하고 전선들도 쉼터 역할을 해줘서 지속해서 머무를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까마귀종들은 사람들이랑 친밀해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하지 않고 사람들과 가까이 있을 때 안전함을 느껴서 도심지에 조건만 갖춰진다면 조류가 유입될 수 있어 특정 지역들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위행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 센터장은 “아직까지는 까마귀떼가 수원, 오산 등 특정 지역에서만 나타나는 원인을 명확하게 특정하기 어렵다”며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를 확인하고자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성만 한국조류협회 회장은 “집단생활을 하는 까마귀떼의 경우 날씨와 계절 등 여러 요인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데 특정 지역이 먹이 사슬로 취하기 좋은 곳이거나 쉬기 적합한 환경이기에 계속해서 몰려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수원시는 까마귀떼 모니터링과 퇴치기동반과 청소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오산시도 까마귀 출현을 대비해 퇴치 용역 예산을 마련하고 청소를 진행하고 있지만, 까마귀의 경우 자연 현상이기에 완전히 해결하기란 어렵다.
최창용 교수는 “떼까마귀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요 잠자리 지역에 대해 청소 및 정화 활동을 강화하고 잠재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의 빨래 널기나 주차 등을 지양하도록 안내하며, 그럼에도 반복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곳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도록 레이저나 불빛과 같은 시각적 신호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주변의 인간 간섭이 발생하지 않는 산림을 유지하고, 도심 전선과 전주 등을 지중화해 이들이 도심으로 유도되는 것을 줄이는 것으로 고려할 수 있다”며 “떼까마귀와 공존하기 위해서 이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이고 이들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생태관광 자원화, 환경교육과 인식증진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김성만 회장도 “까마귀들은 지능이 높은 새이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을 최대한 시도해 보면서 장기적으로 까마귀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적합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검증 결과]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에서 2016년 11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수원, 화성, 오산, 평택, 서울, 인천, 울산, 서귀포의 겨울철 평균 기온과 평균 풍속을 비교한 결과 수원 등 경기 남부지역의 기온은 서울보다 비슷하거나 낮았다. 다만 경기 남부지역의 평균 풍속은 서울, 인천보다 느렸고 까마귀떼 출몰이 잦은 제주 서귀포와 비슷했다.
관련 자료와 전문가 의견을 종합했을 때 까마귀떼가 특정 지역으로 몰리는 이유는 기온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었다. 기온과 더불어 농경지와 숲의 인접도, 낮은 풍속, 야간열의 영향 등 다양한 조건을 고려하는 것이 타당했다.
따라서 중부일보 팩트인사이드팀은 “까마귀떼가 경기 남부로 몰려드는 이유는 기후적 요인 때문이다”는 검증문은 ‘대체로 사실 아님’이라고 판단한다.
팩트인사이드팀(이한빛 기자, 김광미 인턴기자)
<<중부일보 팩트인사이드팀은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시민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jbbodo@joongboo.com)로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
[근거자료]
1.한반도의 생물다양성 떼까마귀 정의(국립생물자원관)
2.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 조건별 통계(2016년 11월~2022년 11월 / 수원, 화성, 오산, 평택, 서울, 인천, 울산, 서귀포 월별 평균 기온과 평균 풍속)
3.시민과학을 활용한 수원시에 출몰하는 떼까마귀의 일출 및 일몰시 선호 서식지 분석
7.최창용 서울대 산림자원학과 교수 전화인터뷰
8.강승구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조류팀 선임연구원 전화인터뷰
9.정상민 한국환경생태연구소 책임연구원 전화인터뷰
10.허위행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 센터장 전화인터뷰
11.김성만 한국조류협회 회장 전화인터뷰
12.수원시 환경교육팀 전화문의
13.오산시 환경과 기후대기팀 전화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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