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이어온 용인지역 유일한 전통시장
매월 5일마다 금학천 일대서 5일장 열려
535개 점포 입점…청년상인 가게도 60곳
떡·만두·순대 등 다수의 특화골목 형성

우리동네 맛시장⑦- 용인중앙시장

중부일보가 경기 인천지역의 전통시장을 돌며 각 시장마다 명물로 자리 잡은 음식들을 소개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고, 지역 주민들에게는 소소한 추억을 되살릴 수 있도록 연중기획으로 한 달에 한 번 소개되는 우리 동네 맛시장. 용인시에서 60년간 지역 유일의 전통시장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용인중앙시장’을 소개해본다.

 

용인시 처인구 김량장동 133번지 일원에 위치한 ‘용인중앙시장’에는 ‘용인5일장(용인장)’이 열린다. 장날은 매월 5일, 10일, 15일, 20일, 25일, 30일로 시장 인근 금학천 일대에서 열린다.

용인장은 ‘김량장’에서 비롯됐다. 고려시대 김량이라는 사람이 장을 연 것을 시작으로 이어져 온 것이라 한다. 과거 김량장 혹은 용인김량장으로 불리던 정기시장은 1960년대에 들어 상설시장의 모습을 띄게 됐고 2015년 용인중앙시장으로 명명되면서 지역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현재 중앙시장은 7만4천826㎡ 규모에 약 535개의 점포가 입점해 있다. 시장엔 떡·만두골목, 순대골목, 통닭골목, 의료·잡화골목 등 특화골목이 형성돼 있다. 특히 떡·만두골목, 순대골목을 통해서는 지역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두 특화골목은 용인의 특산물 ‘용인백옥쌀’과 향토음식 ‘백암순대’와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용인시 처인구 김량장동에 위치한 용인중앙시장. 홍기웅기자
용인시 처인구 김량장동에 위치한 용인중앙시장. 홍기웅기자

먼저 ‘용인백옥쌀’은 1985년 용인시가 전국 최초로 쌀 작목반을 구성해 지역 농민들에 종자 및 영농자금을 제공하며 계약 재배한 쌀이다.

밥을 지었을 때 윤기와 차진 맛이 특징으로 백옥쌀이란 이름은 1992년부터 정식 브랜드명으로 사용했으며 그 명성을 얻게 된 건 2007년부터다.

2007년 용인시는 GAP생산단지를 운영하면서 15년간 농산물우수관리 인증을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연간 5천t에 달하는 고품질의 백옥쌀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엔 코로나19 여파로 수입쌀의 가격도 올라 맛뿐만이 아니라 가격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한다. 이런 이유로 중앙시장 떡골목의 가게들도 대부분 백옥쌀을 취급한다.

두 번째, 용인의 ‘백암순대’는 조선시대 이래 죽성(현 안성시 죽산면) 지역을 중심으로 만들어 먹던 음식이었다. 죽성이 퇴조하면서 인근 고을인 백암면의 백암장을 통해 전해져 지금까지 경기도 대표 향토 음식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백암면은 과거 축산물 유통이 활발히 이뤄지던 곳으로 용인 최대의 돼지 사육지역이자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우시장이 존재했다. 백암면 우시장은 전국 각지의 상인들이 몰릴 정도로 유통이 활발했다. 이러한 특성 탓에 상인들은 도축장에서 순대의 주재료인 돼지의 부속물을 얻기 쉬웠고 자연스레 백암순대는 용인의 향토음식으로 상품화되기 시작했다.

백암순대의 특징은 속재료에 있다. 평범한 순대와 다르게 호박·부추·숙주·두부·콩나물 등 갖가지 채소를 다져 돼지 선지와 섞어 넣는다. 그래서 백암순대는 잡내가 덜하고 담백하다.

백암면에서 백암순대와 순대국밥이 유명하듯이 중앙시장에서도 백암순대를 사용한 순대국밥을 먹기 위해 사람들이 몰린다.

용인중앙시장 순대골목에서 아들과 함께 '장수왕족발순대'을 운영하고 있는 문숙영 씨. 홍기웅 기자
용인중앙시장 순대골목에서 아들과 함께 '장수왕족발순대'을 운영하고 있는 문숙영 씨. 홍기웅 기자

중앙시장 순대 골목 안에 있는 ‘장수왕족발순대’ 문숙영(62·여) 씨 또한 1995년부터 순대를 팔고 있다. 27년의 노하우로 지역 맛집으로 알려지며 육수를 고아내는 솥은 24시간 쉴 틈 없이 끓고 있다. 그는 6년 전 아들인 박승완(32) 씨에게 가게를 내준 뒤 일주일에 5일씩 일을 돕고 있다.

27년 전 광주시에서 남편의 사업을 돕던 문숙영 씨는 우연한 기회로 남편의 고향인 김량장동에 정착해 순대·족발집을 하게 됐다.

가게를 열게 된 사연도 기막히다. 남편의 사업을 도우면서 오랜 시간 수십 명의 직원 식사를 챙기다 보니 요리에 자신이 있었다는 것.

용인중앙시장 순대골목에서 아들과 함께 '장수왕족발순대'을 운영하고 있는 문숙영 씨. 홍기웅 기자
용인중앙시장 순대골목에서 아들과 함께 '장수왕족발순대'을 운영하고 있는 문숙영 씨. 홍기웅 기자

문숙영 씨는 "남편의 사업을 도우면서 적게는 하루에 3끼, 많으면 5끼까지 직원들 끼니를 챙겨주게 됐다. 직원들이 대부분 남자라 먹는 양도 많았고 혼자 식사를 차리다 보니 힘에 부칠 때도 많았다"며 "그 고생 덕분인지 용인에 이사를 온 뒤 한편으론 ‘반찬만큼은 걱정 없이 만들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순대·족발집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27년간 배추 겉절이부터 뜨거운 순대와 족발을 다뤄온 문숙영 씨의 손은 투박하기 이를 데 없지만 음식을 다룰 때만큼은 섬세하기 이를 데 없다.

문숙영 씨는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야 손님들이 다음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가게에 올 수 있지 않나"라며 "손님들의 ‘맛있게 잘 먹었다’는 한마디에 오히려 더 고마움을 느끼고 힘이 난다"고 말했다.

용인중앙시장 떡골목에서 '용인떡집'을 운영하고 있는 홍금자 씨. 홍기웅 기자
용인중앙시장 떡골목에서 '용인떡집'을 운영하고 있는 홍금자 씨. 홍기웅 기자

‘용인떡집’은 중앙시장 떡골목에서만 40년 넘게 자리를 지킨 시장 대표 떡집이다. 사장인 홍금자(63·여) 씨와 남편 김창석(65) 씨가 함께 일군 ‘용인떡집’에는 아들, 딸, 며느리 총 다섯 식구가 함께 일을 하고 있다. 과거 홍금자 씨의 자녀들은 ‘용인떡집’에서 일하기 전 홍 씨의 제자가 운영하는 강원도의 한 떡집에서 4~5년간 수련을 하기도 했다고.

홍금자 씨는 "1년 365일 떡을 만들다 보니 자식들에게 좋은 엄마가 돼주지 못한 거 같다"며 "그래도 이렇게 떡집에서 함께 일하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한편으론 자식들이 떡집에서 고된 일을 하는 게 염려돼 테스트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용인떡집은 1년 동안 1천 가마가 넘는 쌀을 쓴다. 그중 대부분이 백옥쌀이다.

홍금자 씨는 중앙시장 떡골목의 다른 떡집들도 이와 마찬가지로 백옥쌀을 애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시장을 찾는 손님을 보면 젊은 층도 빵보다 떡을 선호하는 편이다. 많은 손님들이 점심시간엔 식사 대용으로 떡을 구매하기도 한다"며 "중앙시장 떡집들은 대부분 국산 곡물을 쓰는 추세다. 저의 경우 백옥쌀을 주로 쓰는데 다른 쌀과 견줘도 맛과 가격이 우수하다"고 말했다.

떡골목과 순대골목 외에도 중앙로, 문화의 거리, 청한상가 등 중앙시장에는 볼거리가 많다. 특히 장날에는 시장 인근 금학천 일대에 가판대가 줄지어 있어 전통축제를 연상케 한다.

중앙시장은 전통시장인데 반해 ‘젊은시장’에 속한다. 용인중앙시장상인회에 속한 회원 점포만 500여 곳이며 이중 2030세대의 청년 상인이 운영하는 점포는 60여 곳에 달한다.

이에 중앙시장상인회는 ‘청년 상인, 젊은 시장’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2030세대의 청년 상인들이 시장에 녹아들 수 있도록 자립을 돕고 있다.

김진건 용인중앙시장상인회장. 홍기웅기자
김진건 용인중앙시장상인회장. 홍기웅기자

김진건 용인중앙시장상인회장은 "최근 2030세대의 상인들이 많이 유입되고 있어 기존의 상인들과 협업을 한다든지 도움을 주고 있다"며 "아무래도 젊은 상인들의 경우 경험 부족으로 어려움을 호소할 때가 있어 상인회에서도 이들이 중앙시장에 녹아들 수 있도록 힘써주고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시장에 오시면 다양한 음식·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며 "앞으로 변화에 발맞춰 나가는 중앙시장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표명구·나규항기자

용인중앙시장
개설일 - 1960년대(상인회 등록 2005년)
위치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김량장동 133-37번지 일원

점포수 - 535개
편의시설 - 공영주차장 2곳 및 공중화장실 1곳
상인회 - 031-336-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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