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받으려고 1시간 기다렸다"
은행마다 대기 번호표 '인산인해'
수요 줄고 환경보호 이유…생산량 감축
'새해 달력 소진' 안내문 붙인 곳도
은행 "민원 많아 직원들 고충 커"

"30년 가까이 주거래 하고 있는 은행에 신년 달력 받으러 와서 점심도 못 먹고 1시간가량 기다리고 있어요. 고객 편의를 위해 달력 배부 업무만 따로 하면 안 되나요?"

1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의 한 은행에서 만난 시민이 신년 달력을 받기 위한 대기 번호표를 손에 쥔 채 하소연한 말이다.

1일 수원시 팔달구의 한 은행에 ‘새해 달력 소진’ 안내문이 부착돼있다. 신연경 기자
1일 수원시 팔달구의 한 은행에 ‘새해 달력 소진’ 안내문이 부착돼있다. 신연경 기자

예로부터 ‘걸어두면 돈복 들어온다’는 속설이 있어 매년 연말에는 은행 신년 달력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KB국민, 신한, MG새마을금고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연말을 맞아 2023년 새해 달력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종이 달력 사용이 크게 줄었지만 달력을 찾는 고객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와 고물가·고금리로 인해 가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경제가 좋아지길 바라는 심리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스마트폰 사용 증가로 종이 달력 자체 수요가 줄어든 것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차원에서 종이 사용을 줄이는 등의 복합적인 이유로 달력 생산량을 감축하는 분위기다.

1일 오후 수원의 한 은행 창구에서 고객이 달력을 받기 위한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은행 직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 신연경 기자
1일 오후 수원의 한 은행 창구에서 고객이 달력을 받기 위한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은행 직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 신연경 기자

이런 상황이 맞물려 달력을 구하려는 고객과 수량이 한정된 은행 간 실랑이가 종종 일어나고 있다.

실제 이날 수원 지역의 은행 곳곳에는 ‘새해 달력 소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있었다. 달력을 배부 중인 은행들은 인산인해였다.

한 은행에서는 30분 사이 20명에 가까운 고객들이 달력 배부를 문의하거나 번호표를 뽑고 대기하는 모습이었다.

고객들은 "달력 하나만 그냥 빼서 주면 안 되냐", "꼭 대기표를 뽑고 오래 기다려야 하는 거냐"고 묻기도 했고, 급기야 은행 직원에게 민원을 제기했다.

시민 A씨는 "지나가다 달력 나눠준다는 안내문을 보고 들렀다. 다른 은행은 기다리지 않고 바로 주는 곳도 있다던데 바빠서 그냥 가야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은행 관계자는 "요즘은 고객들이 스마트폰 달력을 많이 사용하시기도 하고 환경 보호 차원에서도 발행 수량을 줄이고 있다. 매해 진행하고 있지만 혼잡한 상황을 대비해 번호표로 운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은행 달력을 선호하는 분들이 여전히 많다. 평소보다 업무도 늘고 고객들의 민원도 덩달아 많아 사실 직원들의 고충도 큰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신연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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