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전 선거와 같은 듯 하지만 다른 양상의 경기도체육회장 선거가 진행되고 있다. 오는 15일 치러지는 경기도체육회장 선거에서는 제36대 회장을 선출하게 된다. 하지만 정치로부터 체육을 분리하자는 취지로 자치단체장이 당연직 회장을 맡았던 체육회장을 선거로 전환한 국민체육진흥법 일부 개정안에 따른 민선 체육회장 선거는 2번째다. 2020년 1월 처음 실시됐던 민선 체육회장 선거는 제도가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체육회 자체적으로 실시한 관계로 사무처의 선거 개입이 공공연하게 이뤄져 많은 폐단을 낳았다. 그중에서도 경기도가 가장 혼탁하게 선거가 실시됐고 그에 따른 후유증 또한 심하게 겪었다. 당시 경기도체육회장인 이재명 도지사의 지원(?)을 받은 부회장 모후보가 당선에 실패하며 도체육회는 경기도와 경기도 의회로부터 민선 출범 1기 내내 온갖 탄압을 받았다. 선거 이후 도와 도의회는 도체육회의 방만한 운영 실태를 조사하기 위한 특정감사를 실시한 것은 물론 ‘도체육회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를 6개월간 운영했다. 이에 따라 업무추진비의 회계부정 등 올바르지 못한 그동안의 관행을 지적, 환수 및 징계를 함으로써 개선하는 효과도 봤다. 하지만 도체육회는 위수탁사업 환수를 비롯, 경기도 체육인들의 자존심과 긍지가 담긴 도체육회관의 관리권마저 빼앗기는 황당한 일도 당했다.

그들은 이를 계기로 경상비의 대폭 삭감과 직원 인건비도 6개월치만 편성하는 등 도체육회를 빈껍데기 조직으로 전락시키는 작업을 본격화했다. 이같은 수순은 도체육회의 업무를 빼앗아 유사 조직인 ‘경기도체육진흥센터(가칭)’ 설립의 명분을 쌓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체육계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도체육회 직원들의 반대 성명을 비롯, 경기도청과 세종시 문화체육관광부 청사를 오가며 1인 시위를 벌인 이원성 도체육회장의 행동은 들불처럼 입소문을 타며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이 회장의 시위는 동병상련의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을 느낀 전국 시도체육회를 비롯, 전국시군구체육회장협의회와 도내 29개 시군체육회도 반대 성명에 참여하는 등 도체육진흥센터 설립의 부당성에 대항했다. 체육계의 거센 반대와 경기도의 체육진흥센터 설립 관련 질의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체육진흥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답변 등으로 도체육진흥센터 설립에 동력을 잃으면서 도체육회와 도청, 도의회 등 3자가 참여하는 ‘경기도 체육혁신협의체’를 구성하면서 도체육진흥센터 설립은 수면하로 가라앉았다.

이같이 민선 도체육회장 1기는 정치와 분리가 아닌 오히려 체육회를 손아귀에 넣고 좌지우지하려는 정치권에 예속돼 민선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 이로 인해 이번 선거에서는 정치적 중립이 보장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민선 1기때 도에서 환수조치한 도체육회관 및 각종 체육시설, 체육회 사업 등 각종 위수탁사업에 대한 환원조치를 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도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도체육회의 위치도 이른시일 내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중립성이 담보됐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전직 단체장 시절보다는 체육계의 운신폭이 커졌다는 것은 부인할 수는 없다. 여기에 도청-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체육회로 이어졌던 이른바 ‘성남 라인’도 없어져 예전처럼 도체육회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거나 동조할 세력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도체육회장 출마를 밝힌 인사는 재선에 도전하는 이원성 회장과 박상현 전 도체육회 사무처장, 박용규 배구협회장 등 3명이다. 일단 도지사쪽 분위기는 전임 도지사쪽과 다른 양상이다. 대놓고 모 인사를 지지하고 있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반면 모 인사가 도지사쪽과 관계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는 정도다.

출마의사를 밝힌 인사 가운데 이원성 회장이나 박용규 회장의 경우 유권자들에게 표심으로 평가를 받으면 되지만 박상현 전 처장의 경우는 재임때 불거진 사안에 대한 소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무추진비 회계 부정 ▶부정 채용 ▶도체육진흥센터 설립 방조 ▶부정 선거 의혹 등으로 도체육계가 쑥대밭이 되는 데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다. 이번 선거부터는 선거관리위원회서 주관해 실시하는 관계로 직전과 달리 도체육회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 부정선거 시비는 없을 듯하다. 선거의 부작용이 있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은 입후보자들이 공약대로 실천한다면 경기체육에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창원 체육부 부국장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