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 개정안 통과
투표청구 서명인수 요건 완화
전자서명·연령 18세로 하향
정책반대용으로 악용 우려도

사진=연합 자료
사진=연합 자료

경기도 내 성사 건수 ‘0건’을 기록한 주민소환제의 문턱 낮추기가 가시화하는 가운데 해당 제도가 남발되지 않도록 법률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일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은 주민소환제의 높은 기준 탓에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마련됐다.

투표 청구 서명인 수 요건을 완화하고, 투표율 기준도 청구원자(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에서 ‘4분의 1’ 이상으로 낮추는 게 골자다. 또 전자서명을 이용해 투표 청구를 위한 서명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며 문자메시지 전송, 인터넷 사이트 게시 등을 통한 서명 요청 활동으로 투표의 접근성을 높였다. 주민소환 투표권자 연령도 19세에서 18세로 하향 조정됐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같이 낮아진 문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007년 도입된 주민소환제는 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자치단체장을 유권자가 직접 제재하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순기능이 아니라 단순 ‘지자체장 압박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잇따른다.

지난해 주민소환이 추진됐던 도내 민선 7기 단체장은 김성기 전 가평군수, 이재준 전 고양시장, 김종천 전 과천시장, 안승남 전 구리시장, 엄태준 전 이천시장 등 모두 5명이다.

이재준 전 시장은 측근의 1조 원대 건설 비리 의혹 연루, 안승남 전 시장은 한 언론보도를 통해 제기된 각종 의혹 등으로 주민소환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김성기 전 군수는 남양주·구리·포천시 등이 함께 사용하는 공동화장장에 대한 반대 여론으로, 엄태준 전 시장도 화장시설 건립 반대 여론으로 주민소환 대상이 됐다. 특히 김종천 전 시장은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 택지개발과 관련, 정부의 주택공급 계획에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주민소환이 추진됐다.

이중 유일하게 김종천 전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가 성사됐지만, 개표 기준인 투표율 33.3%를 넘지 못해 투표함도 열어보지 못한 채 무산됐다. 과천시는 별다른 소득 없이 투표 관련 비용 10억여 원만을 소요하게 됐다.

도내 정치권 관계자는 "주민소환제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정책 추진을 반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며 "현행 법률에는 주민 소환 사유와 범위에 대한 규정이 없는데 기준을 완화한 만큼 이러한 제도 개선 또한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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