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십 회원에겐 개별 출입비번 제공
휴무일·영업시간 외에도 24시간 이용가능
클래스·전시 등 동네복합문화공간 지향

이춘수 책방지기.
이춘수 책방지기.

서재,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가지고 싶은 공간. 하지만 쉽게 가지기는 어려운 공간이다.

서재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겠으나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나를 눕힐 공간도 없는 데 책만을 위한 방을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책방 ‘오롯이서재’는 드라마에서만 보던 서재를 우리 동네사람들에게 선사한다.

이춘수 오롯이서재 책방지기는 "아내와 책방을 열 때 책방, 서점, 서재를 두고 고민이 많았다"며 "책방과 서점은 상업공간이고 서재는 개인의 공간이라고 생각해 우리가 동네의 서재가 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KakaoTalk_20221208_105952830_01
오롯이서재의 좌석이용권 서비스.

◇책과 책방에 집중한 새로운 경험

이춘수 책방지기는 "동네 책방은 예전 서점과는 다르다. 책방은 책만 파는 공간은 아니고 책을 매개로 책방과 책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롯이서재는 다른 책방에 없는 무형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좌석이용권 서비스는 3천500원만 지불하면 책방의 모든 샘플책을 앉아서 읽을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손님 중에는 뜨개질만 하다가 가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 책방지기의 설명이다.

또 멤버십 회원이 된다면 서재의 휴무일과 영업외 시간에도 24시간 이용가능하다.

멤버십 회원에게는 개별의 출입비밀번호가 제공된다. 이를 위해 자동 조명, 공조, 보안 시스템도 구축했다.

말 그대로 우리동네의 서재라는 개념에 충실한 서비스다.

샘플책 후원 서비스는 책 가격의 20%를 지불하면 편하게 그 자리에서 책을 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샘플’스티커가 붙어 다른 사람들이 편히 볼 수 있는 샘플 책을 후원하게 된다. 추후에 후원자는 중고책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도 있다.

KakaoTalk_20221208_105952830_19
월간 오롯이 배송서비스

◇ 느슨한 연대, 하지만 함께 간다

오롯이서재는 있는 듯 없는 듯한 커뮤니티를 추구한다. 책과 책방을 매개로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누구든지 만날 수 있다.

책방지기는 지역주민들이 가진 콘텐츠를 책방에서 펼칠 수 있도록 적극 권장했다.

꽃집사장님의 꽃꽂이 수업, 캘리그라피 작가의 캘리그라피 클래스, 음악학원과 미술학원 원생들의 전시회, 와인샵 사장님의 와인클래스 등 지역주민들이 꾸려가는 프로그램들은 오롯이서재를 동네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춘수 책방지기는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보신분들은 ‘나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며 "지역주민 가운데 영어, 스페인어 가능자가 운영하는 언어교양프로그램도 운영 중이고 지역주민들 끼리 논술공부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음료를 팔지만 카페와는 경쟁하지 않는다. 오히려 연계한다. 인근 카페나 식당에서 음료를 구매하면 책방 이용 시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그는 "음료를 대놓고 파는 순간 카페와 경쟁하게 되고 관리할 것이 너무 많아져서 주객이 전도된다"며 "좌석이용권을 판매하고 외부에서 커피나 맥주를 들고 올 수 있는 형태로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KakaoTalk_20221208_105952830_20
오롯이 서재에서 진행한 활동들을 기록한 사진. 안형철기자

◇오롯이 즐기는 단골손님

이춘수 책방지기는 두 가지 기억나는 순간을 꼽는다.

어느 날 문 열기전 찾아온 단골손님. 밖에 세워둘 수 없어서 안으로 모셨다.

단골손님은 "혼자서 문 열지 않은 가게에 앉아 햇살을 받으며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은 경험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며 책방지기에게 말을 전했다.

이날의 행복한 경험으로 책방지기는 모든 시간에 손님들이 책방을 누릴 수 있는 멤버십 서비스를 착안했다.

또 다른 한 명은 매일 같이 책방을 찾아오는 40대 여자손님.

그는 허름한 낚시조끼를 걸치고 한 손에는 잡동사니 가득한 대형마트 장바구니를 또 다른 한 손에는 강아지를 데리고 동네를 누빈다. 책방에 와서는 책을 보지는 않고, 항상 아이스바닐라라떼를 마신다. 그것도 빨대로 단숨에 들이킨다. 그리고는 5분만에 홀연히 떠난다.

이춘수 책방지기는 "저의 아이스바닐라라떼를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다. 가장 우리 책방을 즐겨주셔서 책방을 열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안형철기자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