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도, 출세도 잠시 뒤로 미뤄두고 오롯이 책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 평택 아르카북스를 보고 있노라면 세상의 풍파로부터 나를 지켜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책을 비롯해 시, 에세이, 소설, 독립출판물 등 다양한 책들이 갖춰져 있다. 탁 트인 자연 속에서 독서에 흠뻑 빠지고 싶다면 아르카북스를 방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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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아르카북스 방정민 책방지기와 아내. 김유진기자

◇과감하게 교단을 떠난 선생님 부부=방정민 책방지기와 그의 아내는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였다. 교사에서 책방지기라니,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지만 부부는 뜻을 모아 과감하게 학교를 떠났다.

"20년 가까이 교직에 몸담아온 국어 교사였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입시를 담당해왔죠. 그러다보니 건강이 눈에 띄게 안 좋아지더라고요. 결혼 전부터 아내와 ‘적게 벌어도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자’고 이야기 해왔던 터라 함께 교사를 그만두고 책방을 열었습니다. 저희에게는 소명같은 일이었죠. 방주라는 이름처럼 서점에 머물 수 있도록 북스테이를 운영하고 있고요. 아르카북스는 경쟁이나 아픔, 두려움, 강박 등 부정적인 감정에서 피난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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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아르카북스 전경. 김유진기자

◇방주에서 위로를 얻고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아르카북스는 누구나 한눈에 반할 정도로 멋진 외양을 갖고 있다. 그래서일까. 책방 개업 초창기에는 책 보다는 ‘인증샷’ 혹은 커피를 위해 방문하는 이들이 많았다. 책방지기 부부는 책 읽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예약제로 운영 방식을 바꿨고 이제는 책을 사랑하고 휴식을 취하고 싶은 이들이 이 곳을 찾는다. 방 책방지기는 "지금 오시는 분들의 90%는 책을 위해 오신다. 책방에서 데이트 하려는 연인들도 오고, 주민분들도 각종 문화 프로그램을 즐기기 위해 찾아주신다"며 "방명록이 벌써 다섯 권을 채워간다. 소소하게 일상을 적으시는 분들도 있고 진지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분들도 계신다. 하나의 살아있는 책인 셈"이라고 말했다.

평택 아르카북스 내부 모습. 김유진기자
평택 아르카북스 내부 모습. 김유진기자

◇아르카북스에서 즐기는 북클럽 활동=이처럼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끄는 매력은 무엇일까. 작가와의 만남, 독서모임 등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지만 그 중에서도 ‘아르카북스 북클럽’은 큰 사랑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모집된 북클럽에서는 그림책과 인문학책을 중심적으로 다뤘다. 1회 모임당 두 시간이 소요됐는데, 방 책방지기가 한 시간동안 강의를 했다. 때로는 주제 도서와 관련있는 책을 함께 읽기도 하고 영화나 드라마 등 다른 분야의 작품과 연계해 다루기도 했다. 남은 한 시간동안은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며 다과를 즐겼다. 8주 가량 진행된 북클럽 1기는 높은 참석률을 기록했다.

평택 아르카북스 내부 모습. 김유진기자
평택 아르카북스 내부 모습. 김유진기자

◇국어선생님의 추천도서=방정민 책방지기는 독자들을 위해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라는 책을 추천했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다보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질병을 앓을 땐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며 아이는 학교와 학원에서 교사들에게 교육을 받는다. 자동차가 고장이 나면 카센터에 찾아가 엔지니어로부터 수리를 받기도 한다. 방 책방지기는 "저는 제 몸의 도구를 쓸모 있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시골에 왔다. 전문가들에 의해 잠식된, 사라진 인간의 도구적 모습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렇지 않으면 하나의 부품으로 살다 생을 마감하는 것"이라며 추천 이유를 밝혔다.

평택 아르카북스 내부 모습. 김유진기자
평택 아르카북스 내부 모습. 김유진기자

◇‘아르카북스, 이렇게 기억해주세요’="저는 아르카북스가 요람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내‘가 여기를 가면 내 안에 영혼으로 들어가는 요람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가 나를 처음 안아줬을 때 요람같은 곳 말이죠. 이 곳에서는 책을 읽어도 되고, 안 읽어도 됩니다. 쉬어도 되고요. 수많은 경쟁 속에서 있다가 어린이든 어른이되든 여기 오면 어린이처럼 요람같은 마음 편안한 마음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김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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