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로와 미로의 키스
김승일/시인의일요일/240쪽/값 1만 원


우리 사회에는 크고 작은 폭력이 만연하다. 김승일 시인은 신간 ‘나는 미로와 미로의 키스’에서 폭력과 사회 문제에 대해 온몸으로 저항한다. 시인의 언어는 다소 충격적일 정도로 직관적이다. 책장을 넘기고 있노라면 마치 눈 앞에서 폭력의 현장이 재연되는 것 같다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김 시인은 학교와 군대 등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가감없이 다루며 구조적인 문제를 짚어낸다. 동시에 피해자들이 폭력의 피해와 기억을 벗어날 수 있도록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두려움을 이겨내도록 응원한다.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자신의 힘을 정교하게 펼치는 근대의 폭력에 김 시인은 당당하게 맞선다.

 

◇냄세이
박연 외 6명/킁킁출판사/130쪽/값 1만 원


남다르게 킁킁거리며 살아온 작가 7명이 뭉쳐 ‘냄세이’라는 에세이집을 펴냈다. 킁킁출판사는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전공, 극작전공, 시각디자인전공, 광고창작전공 학생들이 뭉쳐 만든 출판사로, 각자가 기억하고 있는 냄새를 사랑하기 위해 모였다.

기억을 가장 잘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다수는 시각이라고 답할 것이다. 냄세이는 주저 없이 후각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는 총 13가지의 냄새와 그 냄새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모두가 맡을 수 있는 냄새와 자기 자신만 아는 냄새를 만날 수 있게 하고, 새로운 냄새에 대해 알아가거나 알던 냄새를 추억하게 한다.

 

세스페데스 이야기 스페인 선교사 조선에 닿다
박주헌/우리나비/124쪽


우리나라를 처음으로 방문한 서양인으로 알려진 ‘하멜’ 보다 60년 앞서 조선땅을 밟은 서양인이 있다.

스페인의 선교사 그레고리오 데 세스페데스 신부가 바로 그 인물이다.

세스페데스 신부는 임진왜란 발발 다음해인 1593년 12월 왜군 선봉장 고니시 유키나카의 요청으로 일본에서 조선으로 건너온다.

왜군 부역자로 보일 수 있지만 저자는 다각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세스페데스 신부는 1551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태어나 살라망카 예수회 교육을 받은 후 인도 고아 지역을 거쳐 일본에 들어왔다.

그는 교토, 오사카, 히라도 등에 머물며 30년간 선교활동을 펼치다가 1611년 60세 나이로 선종했다.

그가 교구청에 보낸 총 4편의 편지에는 조선의 기후, 전쟁의 참상, 히데요시의 그릇된 야욕, 조선-명-일본간 정치적 상황, 명-일평화협정에 대한 갈망 등이 담겨있다. 이 책은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세스페데스 신부의 여정을 그림책으로 풀어냈다.

 

마지막 섬
쥴퓌 리바넬리/ 호밀밭 / 300쪽


사계절 내내 온화하고, 밤이 되면 재스민 향기로 뒤덮이는 외딴섬.

숲속에 자리한 낡고 오래된 집과 함께 세월에 내맡겨진 자급자족 가능한 독립된 세상.

그곳은 마지막 섬이자, 마지막 은신처, 인간적인 자투리땅이었다.

작은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평화로운섬에 탐욕스러운 외부인이 들어온다. 그는 쿠데타로 정권을 잡아 대통령까지 오른 인물이었다. 대통령직을 사임하고 노후를 보내기 위해 이 섬으로 찾아왔다.

그가 오고난 뒤 주민들에게 그늘막을 만들어주던 나무들이 잘려나갔다. 무질서와 혼돈에서 벗어나 문명 생활을 지향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의 손녀가 갈매기의 공격을 받고 부상을 입자 갈매기와 전쟁을 선포한다. 많은 주민이 그의 계획에 동조했다. 평화로운 마을은 분열이 시작된다.

이책은 권위주의가 공동체 내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민주주의라는 가면 뒤에 숨은 독재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어떤 결과를 낳는 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느린 학습자를 위한 문해력
박찬선/학교도서관저널/325쪽


이 책은 글을 읽어도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타인의 말과 글을 잘못 이해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며 자기생각을 말과 글로 적절히 표현하기 어려운 느린 학습자의 문해 지도를 안내하는 책이다.

오랜 시간 느린 학습자들을 상담하고 교육해온 인지 학습 치료 및 경계선 지능 전문가인 저자는 교육대상자의 학습양상과 속도에 맞춘 문해력 지도 방법을 소개한다.

문해력 교육의 기본이 되는 읽기 유창성, 문법 교육, 추론과 연결, 단계적인 내용 이해 방법 등을 순차적으로 다루며 느린 학습자에게 꼭 필요한 생각의 틀을 갖추고 표현력을 키우는 글쓰기 교육 및 독서 교육도 함께 담았다.

항상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학습할 수 있고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다면 배움은 매순간 자신의 한계를 확인하는 과정이 되어버린다.

저자는 느린 학습자의 문해지도 목적지는 스스로 배우고 이해할 수 있는 독립적인 학습자로 바로 서는 데 있다고 말한다.

 

고양이의 골골송이 흘러나올게다
조은/ 아침달/ 216쪽


묘연(猫緣)으로 뒤엉킨 사직동의 길목을 거닐며 떠돌던 수십 마리의 고양이를 구조하고 입양 보낸 바 있는 시인은 현재 여섯마리의 고양이를 돌보며 지내고 있다. 그가 지내고 있는 사직동은 인근 재개발과 이름만 들어도 호화스러운 아파트가 거대하게 들어서면서 점점 오갈 곳 없이 터전을 잃어가는 고양이들의 마지막 벼랑이다. 고양이 밥 주는 일에 앞장서는 시인은 거리에서 만난 고양이를 비롯해 고양이로 얽힌 이웃들 간의 선한 인연과 악연에 대해 피할 수 없이 부딪혀야만 했던 지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낸다.

 

우리는 이태석입니다
구수환/북루덴스/344쪽


이책은 구수환 KBS PD가 ‘울지마 톤즈’를 제작하며 만난 이태석 신부의 삶을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이는 과정과 이태석 신부의 뜻을 잇는 제자들과 이태석 재단의 활동을 담고 있다. 저자가 저널리스트로서 꿈꿨던 공정과 정의 실현, 이태석 신부가 오랜 내전의 땅 수단에서 펼쳤던 나눔과 희생에는 인간에는 대한 사랑이 자리잡고 있었다. 저자는 톤즈의 빛과 희망이었던 이 신부에게서 세상을 바꿀 섬김의 리더십을 발견한다. 저자는 이태석 신부의 사랑에 감동한 이들이 나눔을 실천하면서도 오히려 부족하다고 말하는 겸손함을 통해 우리에게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우리를 그 삶으로 초대한다.

 

미중 경쟁과 대만해협 위기
길윤형, 장영희, 정욱식/ 갈마바람/ 252쪽


동아시아의 화약고로 일컬어지는 대만해협에서 미국과 중국 간에 전쟁이 벌어진다면 그때도 그 전쟁은 우리에게 ‘다른 나라의 전쟁’으로 끝날 수 있을까? 저자들은 질문을 던진다. 안보 문제에 있어서 지금까지 우리는 남북 간의 직접적인 무력충돌에만 초점을 맞춰왔을 뿐,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또 다른 문제에는 지나치게 둔감했다. 대만해협에서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는 경우 남북한이 그 충돌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우려가 바로 그것이다. 이책은 우리가 반드시 생각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될 대만해협 위기를 다각도로 다룬다. 자칫 나라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는 안보 문제에 대해 깊이있는 고민과 논의를 촉발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

안형철·김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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