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은 사랑의 실천이라고 말한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또 누구나 할 수 없는 것이 ‘헌혈’이다.

김연숙(59) 대한적십자사 경기혈액원장은 ‘헌혈’이 건강한 사람의 특권이라고 말한다.

헌혈을 해 본 사람을 알겠지만 헌혈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문진을 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문진을 통과하지 못하면 헌혈을 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헌혈의 조건은 만 16~69세(전혈 기준), 체중 50㎏(남성 기준, 여성 45㎏) 이상이여야 하며 혈압, 체온, 매박 등을 체크한다. 이 외에도 질병, 약물 섭취 및 예방 접종 여부 그리고 외국여행과 과거 헌혈 검사 여부 등도 살펴본다.

이처럼 꼼꼼히 살펴보는 것은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생명의 촌각을 다투는 긴급 수술 시 필요한 수혈에 필요한 피는 ‘헌혈’을 통해 이뤄진다.

때문에 헌혈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아니러니 하게도 평소 일상생활에서 헌혈을 해야한다는 의무는 잘 느끼지 못한다. 직접 체험하기 힘들기 때무니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동절기와 하절기에 혈액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다. 흔히들 혈액 수급 보릿고개라는 표현도 쓰는데 이는 방학으로 인한 청년층(10~20대)의 헌혈 참여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헌혈자 비율(2021년 기준)을 보면 청년층이 56% 중장년층(30대 이상, 44%)보다 높다. 이는 OECD 가입국 캐나다(청년층 20%, 중장년층 80%), 프랑스(청년층 30%, 중장년층 70%), 일본(청년층 18%, 중장년층 82% 이상 2020년 기준), 호주(청년층 25%, 중장년층 75%, 2019년 기준)과 비교했을 때 중장년층의 헌혈 참여도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전세계적 팬데믹을 불러일으킨 코로나19 영향으로 최근 3년간은 헌혈자가 급감해 혈액 수급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다만 2022년 문진 사항 등 제도적 변경으로 위기를 모면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헌혈에 대한 인식 변화가 선행돼야 하고 잠재적 헌혈자인 전국민적 인식에 대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본보는 이러한 전국민적 인식 변화를 위해 2023년 연중 기획으로 대한적십자사 경기혈액원과 헌혈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김연숙 경기혈액원장으로부터 혈액 사업 방향 및 헌혈자에 대한 예우 등에 대해 들어봤다.
 

코로나19 장기화 영향 헌혈자 급감으로 위기
부임후 6개월간 안정적 혈액수급에 중점 두고
헌혈 접근성 향상·생명나눔 단체 개발 등 노력

-2022년 6월에 부임한 했다. 6개월 간 중점둔 사안은 무엇이었나?

전반적으로 혈액관리법 제반 지침 등 규정에 대한 확인을 하고, 가장 중요한 혈액 수급을 안전하게 공급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무엇보다 소중한 혈액을 제공하는 헌혈자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하는 마음으로 고객 응대에 신경을 썼다. 안정적 혈액 수급을 위해서는 헌혈자들이 헌혈센터(혈혈의집)를 방문해야한다. 때문에 헌혈의집 환경을 쾌적하고 깔끔하게 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또한 헌혈자들이 제공하는 소중한 마음에 보답하고자 혈액원장 표창, 적십자 표창 등 헌혈자 예우 확대를 위해 노력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헌혈 수급에 차질이 빚어졌다. 뿐만 아니라 과거 메르스(중동호흡기 중후근),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 중후근) 등 해마다 반복되는 집단 감염병으로 일시적으로 헌혈 동참자들이 줄기도 했는데 위기 극복 방안은 무엇이었나?

2020년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감염 우려에 대한 국민적 공포가 있어 헌혈자 뿐 아니라 혈액원도 외부 활동이 위축됐다. 헌혈의집 등을 찾거나 단체 헌혈도 잇따라 취소됐다.

그래도 위기 때마다 공무원과 군인 등이 헌혈에 동참해 줬고, 위기 상황에 정부의 재난문자를 통한 헌혈 동참 유도에 따른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있었다. 정말 어려운 시기를 넘길 수 있었다.

문제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대학교와 고등학교 등이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돼 2021년 10월 혈액 수급의 경우 혈액 재고량이 2~3 수준으로 어려웠다. 또 헌혈을 하려해도 코로나 감염자들이 늘고, 코로나 완치를 하더라고 참여 유예기간이 3개월로 길어서 헌혈 기회 자체가 줄기도 했다. 이에 문진 사항에 있어 완쾌 후 4주후 참여 등 제도 변경으로 위기를 넘겼다.
 

고령화로 2040년에 8만여명 수술 차질 예상
국내 헌혈 OECD보다 중장년층 참여율 낮아
방학 있는 동절기·하절기마다 혈액수급 난항

-외국과 비교했을 때 중장년층의 헌혈 참여율이 낮은데 이들이 헌혈에 참여하게 하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인구 고령화로 2040년에는 8만 여명이 수술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헌혈 양은 감소하는 반면 혈액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예측돼 2040년에는 적혈구 37만 유닛이 모자랄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또한 수혈자의 85%는 50세 이상으로 급증하고 있다. 현재 10~20대 헌혈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인구 고령화로 20대 이하 인구가 줄면 헌혈 수급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밖에 없다.

부족한 혈액을 수입하기도 하지만 이는 연구용 등으로 한정된다. 세계보건기구는 수혈용 혈액은 자국 내 자급자족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국가간 거래도 어려운 상황이다.

헌혈은 한 나라와 한 사회의 건강을 지키는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되는 매우 소중한 행위다. 결국 30대 이상의 헌혈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헌혈참여자에게 휴가를 주는 헌혈공가 제도 도입과 예비군 민방위의 헌혈 참여를 늘리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헌혈 참여자에 대한 예우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현재 헌혈 참여자에 대한 예우는 뭐가 있나?

일단 헌혈이벤트와 다회헌혈자 표창을 통해 헌혈자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혈액관리법 개정을 통해 매년 6월 14일을 헌혈자의 날로 정했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헌혈자에 대한 예우 증진 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헌혈에 공로가 있는 자에게 훈장 또는 포장을 추천하거나 표창을 행할 수 있도록 법률로 정하는 등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무엇보다 헌혈을 하는 사람들에게 공공기관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헌혈 공가제도가 일반 회사 등에 확대돼야 하고 이에 대한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헌혈을 한번만 하지 않는다. 헌혈에 참여한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헌혈에 동참한다.

10~20대에 참여한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헌혈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은 향후 중장년층이 참여하는데 있어서의 본인들의 자긍심을 갖을 수 있는 제도에 대한 정리도 필요하다.

혈액원 자체적으로도 다회 헌혈자에게 주던 감사패도 디자인을 개선해 자긍심을 갖을 수 있도록 했고, 유공패와 블러드도너 컬렉션도 제공한다. 블러드도너 컬렉션은 무궁화 꽃잎, 적십자, 사랑 그리고 혈액 등 4가지 모티브로 디자인 돼 있다.

블러드도너 컬렉션은 헌혈 횟수 30·50·70·100·150·200·300·350·400·450·500회 총 12종의 컬렉션이 수여된다.
 

작년 혈액관리법 개정… 예우증진사업 시행
헌혈 공가제도 일반 확대 등 인식 개선 필요
나의 일로 인식하고 헌혈 적극 참여해주길

-2023년 경기혈액원 계획은 무엇인가?

2022년은 코로나19 여파로 헌혈이 급감하면서 여느때보다 혈액수급이 어려운 해였다. 하지만 도내 안정적 혈액 수급을 위해 경기혈액원 직원들은 헌혈의집 13곳과 헌혈버스 8대를 운영하며 도내 곳곳으로 찾아가는 헌혈을 실시해 도민들의 헌혈 접근성 향상을위해 노력했다.

또한 헌혈자 중심의 헌혈앱 ‘레드커넥트’ 기능을 개선, 헌혈자들에게 보다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했다. 정기적인 헌혈 참여를 약정한 생명나눔 단체 개발에도 주력해 도내 129개 생명나눔 단체가 헌혈에 동참했다.

도내 31개 시·군도 헌혈지원장려조례를 제·개정해 헌혈자 예우 확대 및 헌혈장려 사업을 확대 운영했다. 특히 지난해 4월부터 성남시는 지역 헌혈의집에서 헌혈한 3만2천여명에게 성남사랑상품권을 지급했으며, 올해도 이어서 진행할 예정이다. 다른 시·군에서도 별도 기념품을 지원하고 있다.

이로 인해 도내 약 230여개 병원에 약 43만 유니트의 혈액을 공급할 수 있었다. 올해도 도내에 안정적 혈액 수급을 위해 헌혈자 안전과 예우강화, 지자체 및 도내 유관기관, 헌혈단체와 협업을 통해 도내 헌혈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끝으로 도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코로나19의 어려운 상황에도 헌혈에 참여해 주신 헌혈자분들과 헌혈 홍보에 힘써준 지자체, 학교, 군 그리고 기업체 대표와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앞으로도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모든 도민이 헌혈을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로 인식하고 헌혈에 적극 참여해 주시길 바란다. 경기혈액원도 안정적이고 안전한 혈액 공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최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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