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인천 함박마을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에는 ‘우크라이나 피난 동포를 위한 긴급생활지원금 전달식’이 열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피해 한국으로 온 우크라이나 피난민 10명과 고려인 2명에게 긴급생활지원금 480만 원을 지원하는 자리였다.

이번 후원을 맡은 월드네이버스는 지난해 9월부터 피란민들에게 후원금과 필요한 것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재천 월드네이버스 회장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 이라며 "미약하게나마 피난민, 고려인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피난민 크리스티나 헨씨는 얼마 전 아이를 출산했다. 그녀는 입국 시에는 임신한 사실을 몰랐는데 우리나라에 정착한 뒤 의료보험 적용이 안돼 병원비 해결이 힘들었다고 전했다. 크리스티나 헨 씨는 "처음 정착할 때 월세, 의료비, 식비가 문제라 앞이 막막했다"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큰 힘이 됐다. 정착한지 1년이 흘렀는데 항상 주변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 뿐이다"고 말했다.

고려인 문화원에 따르면 전쟁을 피해 한국으로 건너온 피란민은 약 2천5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인천공항이나 산업단지가 인접한 인천, 안산 등지에 주로 머무르고 있다. 함박마을에는 100가구 정도가 모여 있다. 함박마을은 러시아어가 능숙한 고려인들이 모여 살고 있어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적응하기 수월한 곳이다.

법무부는 지난 2월 당시 국내 체류 중인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에게 인도적 특별체류 조치를 시행하고, 우크라이나 피란민이 한국에 들어올 수 있도록 비자 신청 서류를 간소화한 바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동포 가족에 대한 한시적 취업 활동을 허용하는 등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6개월 이상 거주해야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어 피난민들은 의료비 부분에서 가장 큰 고충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현숙 고려인 문화원 지원단장은 "뇌출혈로 인해 병원비가 5천만 원이 나와 일당을 전부 병원비로 쓸 수밖에 없는 분들도 계시다"며 "멀리서 왔어도 우리 동포들이다. 안타까운 상황들이 개선될 수 있게 많은 관심이 뒤따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상윤·최기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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