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스승의 날과 성년의 날이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초기 꽃 한 송이도 문제가 되어 현직 교사들로부터 스승의 날 폐지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마음을 전하는 손편지, 감사노래, 밴드공연, 릴레이 감사메모 등 기발하고 다양한 이벤트로 감동을 주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의 한 고등학교 정문에는 해당 학교 졸업생들이 내건 스승의 날 현수막이 시선을 끌었다. 수학 기호를 활용한 재치 있는 문구로 ‘선생님 n분의 사랑을 다 합쳤더니 지금의 행복한 내가 되었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를 보고 감동하지 않을 선생님은 없을 것이다.

스승의 날에 가장 필요한 덕목은 스승에 대한 존경과 존중의 마음이다. 그런데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학교 선생님보다 학원이나 과외교사의 선물이 더 부담된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학부모 입장에서 스승의 날을 그냥 넘기기 어려운데다 여러 학원을 다닐 경우 선물 부담이 더 커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담 자체가 선물의 기준을 학부모에 맞춰서 보기 때문이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정성을 담은 선물이면 족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선물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진정성인 것이다.

그래서 스승의 날이 되면 오히려 마음이 불편하다는 선생님들도 많다. 스승의 날에 들려오는 이런저런 말들이 오히려 불쾌하고 사기를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스승의 날에 바라는 가장 큰 선물이 교권보호라는 점은 이 시대 스승의 위치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때마침 오늘은 성년의 날이기도 하다. 올해 만 19세가 되는 2004년생이 성년 대상이다. 전통적으로 성년의식은 백일이나 돌잔치 못지않게 매우 중요한 통과의례로 행해졌다. 어른의 옷을 세 번 갈아입히고 관을 세 번 갈아 씌우는 의식 절차를 통해 어른으로서 책임을 일깨워주었던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전통 관례의 형식을 재현한다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지만 그 정신을 살리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성인이 되어 축하와 선물을 받고 마음대로 자유롭게 행동하는 날의 시작으로 여긴다면 성년의 날의 의미는 사라질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행동과 말에 책임을 져야 하고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부여받는 것이다. 올해 성년이 된 모든 성년자들이 성인으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많은 배려와 기회를 주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