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전문벤처기업인 ㈜한울로보틱스 대표 김병수(49)씨는 로봇 연구와 개발에 청춘을 던진 ‘로봇광’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공상과학영화 ‘로보트 태권Ⅴ’에서 태권 로봇을 만든 김 박사 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인하대학교 전자공학과 출신인 김 대표 로봇인생은 지금으로부터 15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원자력연구소 로봇개발팀 연구원으로 재직하던 1987년에 ‘계단 오르는 로봇’을 처음 만들었고, 이듬해 7월 회사를 설립했다.

창업 1년 만에 국내 최초로 이동로봇 기술을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2002년에는 국방부 화생방 방호사령부에 탱크 로봇 4대를 납품했다. 초기에는 군사, 산업로봇 개발에 주력했다. 당시에는 이 분야가 사업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분당 서울대병원에 지난 2007년 선보인 병원안내 로봇 ‘스누봇’과 레스토랑 도우미 로봇 ‘제패토’는 김 대표의 인생을 바꿔놨다. 생활 로봇분야로 눈을 돌린 것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된 것이다.

지금은 연 100억원대 매출을 기대할 정도지만 창업 초기 그를 둘러싼 사업환경은 녹록치 않았다. 로봇산업에 대한 정책적 기대감에 비해 시장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대부분의 로봇업체들은 교육용 로봇 등 수많은 시도를 했지만 성공한 케이스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그의 회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창업 후 7~8년은 꼬박 연구개발에만 매달려야 했다.

하지만 허송세월은 아니었다. 그 때 개발하고 특허를 내놓았던 기술 덕분에 해외 기술 수출같은 수익모델도 탄생할 수 있었다.

“사람과 로봇이 함께 사는 세상은 곧 올 것이고, 로봇시대를 이끌 최고의 로봇을 만드는게 꿈”이라는 그에게 로봇은 분신과 같은 존재다.

―. 로봇 만들어서 회사 경영이 가능한가?

“로봇산업은 이제 시장에서 수익을 본격적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한울로보틱스도 그동안 쌓은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더디지만 세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기술을 인정받는 고급 브랜드로 나가고 있다. 앞으로 10년 안에 세계시장에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 많은 종류의 로봇을 만들었는데 그중 어떤 로봇이 돈을 벌어주나.

“회사의 주수익 모델은 청소로봇이다. 지난해 3월 독일 한스 롬사우어에 로봇청소기 모델 ‘오토로’ 수출계약을 맺으며 해외시장 개척의 본격적인 물꼬를 텄다. 당시 계약은 최소 5천대 약 20억원 규모였다. 스위스, 체코 등 유럽 5개국에 추가적으로 수출하는 계약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내년에는 유럽에서 로봇청소 분야에서 약 80억원의 매출이 가능할 것 같다.”

―. 국내에서는 회사 인지도가 낮다.

“그렇다. 지난 2007년에 자동차네비게이터 시스템 등을 장착한 330만원짜리 청소로봇을 출시했지만 국내 시장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축적된 기술이 해외 시장을 열어줬다. ‘오토로’는 미국에서 국내 대기업이 만든 제품보다 100유로 정도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된다. 빨아드린 공기를 재활용하는 공압식 시스템을 쓰고, 앞부분에 회전솔이 없는 구조로 만들어 머리카락이나 애완동물의 털이 많은 유럽환경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 어떤 로봇을 만들건가?

“시장성을 갖춘 제품을 만들 생각이다. 놀이기구나 산업현장용 테스트 기기 등 지금까지는 로봇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분야가 점차 로봇화될 것이다. 지금까지 시장창출에만 몰두했지만 이제는 이미 형성된 시장 중에 로봇기술을 필요로 하는 분야를 찾아나서야 한다. 이 비율을 50:50으로 가져갈 것이다.

―. 로봇을 만들고, 로봇으로 돈을 벌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고무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철학이 있어야 한다. 자기 기술없이 외형만 키우면 나중에는 사업을 접지도, 계속하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늦더라도 확실한 기술을 가지고 천천히 성장하는 전략으로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한울로보틱스는?>

부천시 원미구 부천테크노파크에 있는 ㈜한울로보틱스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로봇전문벤처기업이다. 지능형 서비스 로봇 분야의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한 덕에 세계 유수 업체들과의 경쟁을 통해 중소기업청 주거용 그린로봇 디자인 개발 사업자로 선정된 유망기업이다. 국내 특허 9건과 등록 30건, 국외 PCT(특허협력조약 : Patent Cooperation Treaty) 등록 1건, PCT출원 2건 등 로봇 관련 특허만 50여개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09년 9월 보급형 청소로봇 ‘오토로S’를 시장에 내놓았다. 이 로봇은 월 평균 300여대씩 팔리고 있다.

최근에는 ‘오토로S’를 업그레이드시킨 바이러스 살균 로봇청소기 ‘오토로 이온’을 개발했다. 이 로봇을 앞세워 품질기준이 까다롭기 소문난 유럽 시장의 벽을 뚫었다. 연간 160만 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했고 유럽 전역으로 시장을 넓혀나가고 있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와 로봇 공동 연구개발 기술을 수출하면서 250만달러의 계약도 성공시켰다. 사우디의 국가연구기관인 KACST와 함게 내년 5월까지 ‘보안 및 소방로봇’ 분야의 공동 연구개발 과제 수행과 사우디 교육생들을 초청해 로봇기술과 조립기술 전수해주는 조건이다. 사우디와의 이번 계약은 국내 로봇기술을 수출한 최초의 사례이며 중동, CIS(독립국가 연합), 아시아권역 등 로봇 잠재시장 개척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국내 로봇업계가 기술로 수익을 낸 첫 사례다.

권현수기자/khs@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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