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의원> 

소속 당에서조차 ‘이숙정 난동사건’이란 낙인이 찍힐 만큼 천하의 패륜 지방의원 이숙정은, 지금 입을 굳게 다물었다. 자성의 침묵일까, 아니면 시대를 향한 저항일지 모르겠다. 그를 알 사람은 그 자신밖에 아무도 없다. 오직 ‘이숙정’ 자신뿐이니 그렇다. 그나마 그의 진실이 경찰에서는 밝혀질 것인가. 그러나 이미 이 의원은 당에서조차 버림받고, 세상서도 치일대로 치였다. 시의원이 주민센터를 하찮게 알고 찾아가 근무 공공근로자 앞에 구두를 마구 벗어 집어 던졌다니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가방까지 내팽개친 행패는 도시 지방의원으로서 이성을 잃었다. 공공근로자 이씨의 아버지는, 그래서 이 의원을 폭로한 뒤 분당경찰서에 ‘모욕혐의’로 지난달 31일 고소했다. 또 고소인 자격으로 조서까지 마쳤다. 그리고 이 의원은 ‘피의자’는 아니지만 피고소인 자격으로 소환할 예정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이숙정 사건은 어쩌면 잇단 문제가 되어 온 지방의원들의 도덕성과 자질, 그리고 다른 한편으론 선의의 피해를 보고 있는 진실된 지방의원들을 가르는 좋은 계기란 데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만약 이숙정 의원이 현재까지 언론서 밝혀진 대로 ‘난동의원’, 심지어 패륜으로까지 경찰에서 밝혀진다면 우리 지방자치 20년은 헛했다. 심각한 자치시대의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초선의원이 이런 정도라니 더욱 그렇다. 이 의원은 게다가 여성의원이란 점을 떠나, 지식인 의원이며 그나마 익숙지 못한 덜 물든 의원이다. 그뿐 아니다. 서울대학교 대학원서, 그것도 아동가족학과 박사과정까지 수료할 만큼 학구파였다. 그리고 하이닉스반도체 ‘어린이집’ 원장 전력도 지녔다. 또 현재 푸른학교 이사로 있을 만큼 사회적 덕망 흔적도 곳곳서 풍기고 있다. 이 같은 초선 여성의원이 ‘건방’을 떨며 묵묵히 땀 흘려 일하고 있는 주민센터 젊은 여직원 앞에서 그런 행패를 부렸다는 데 분노는 더할 수밖에 없다. 정황으로만 보면 믿기지 않으면서 사실이라는 데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이숙정 의원은 지난 6·2 지방선거서 야당통합 단일후보로 발탁돼 3선의 성남시의회 의장까지 지낸 김대진 전 의원과 맞붙어 당선됐다. 어떻게 보면 지방의원으로 초년생이면서 정치에 문외한이랄 수도 있다. 경찰이 CCTV 제출을 요청했으니 그 행패의 진면목은 드러날 거다. 이 의원에 대한 확실치 않은 소문은 그러나 지금 성남에 자자하게 돌고 있다. 그 몇 가지 추려보면 이렇다. 우선 성남시의회는 의원 총 34명 중 한나라당 18명, 민주당 15명, 민노당 1명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니 이숙정 의원은 초선의원으로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돼 있다. 게다가 민노당이라는 안팎으로 거부감까지 포개져 초선의 이 의원은, 이중으로 포위돼 있다. 그러다보니 심지어 결벽증이란 소문도 나돌고 있고, 의원 이후 가정 불화설까지 퍼졌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이 반수가 넘다 보니 선거 당시 경쟁자와의 정치적 반목까지 겹쳐, 이번 사건을 침소봉대 하는 갖가지 루머가 퍼지는 추측이 난무하는 형편이다.

분명한 것은 이 의원의 운신 폭이 이처럼 좁아 고군분투의 처지에 놓여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굳이 경찰조사가 나오지 않은 상황서 속단할 순 없다. 다만 사건의 발단이 설 선물을 주고받는 과정의 사고방식(멘털리티)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 의원은 선물을 뇌물로 읽었고, 주민센터는 그냥 선물로 봤다. 이 의원은 “설이 가까워 오면서 주민센터에서 자꾸 뭔가 갖다 주기에 그러지 말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익요원들이 집 문을 열고 들어와 뭔가를 가져오기에 그러지 말라고 전화한 것”이라고 했다. 물론 주민센터 관계자는 말이 달랐다. “사건 당일 오전 이 의원 집에 공익요원을 보내 2만~3만원짜리 멸치박스를 전해줬다”며 “이 의원이 별다른 말없이 멸치상자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이상은 연합통신 2월 8일자 오전 11시 55분 보도).

이숙정 사건은 그러나 결코 이제 일과성으로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지방자치 20년이 넘어선 지금, 지방의원들의 오만과 행패, 그리고 주고받는 뇌물들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지방의원들의 우월주의가 계속되는 마당에 터진 ‘이숙정 사건’은 그래서 집중적인 언론의 포화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 의원은 잇단 지방의원의 불신, 그리고 나쁜 이미지로 각인된 소속당 등의 2중고에 업혀 있다. 그 점서 그의 양심과 진실은 미래 ‘자치’를 위해 더욱 밝혀져야 맞다.

그만큼 이숙정 의원의 양심과, 지방의원으로의 자질 진위를 찾을 수 있는 기회라면 기회다. 이제 우리의 지방자치는 인식의 변환점이 되어야 할 때다. 일면식도 없는 이숙정 의원이 필자의 마음 한 구석에나마 그의 진실의 개연성을 갖게 되는 것은 지나친 기대 때문일까. 그러나 미래의 지방자치를 위해서라도 침묵 모드에 들어간 그의 사실은 밝혀져야 옳다. 그만큼 오늘의 인식(認識)은 사실(팩트)을 이기는 세상이라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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