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장난전화 오인이 화근..관련 소방관 징계 검토에 '과잉조치' 비난
경기도 소방재난본부가 최근 경기도내 소방관들에게 ‘김문수 경기지사의 목소리를 기억하라’는 특별 교육을 각 소방서별로 실시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남양주소방서 소속 소방관 2명이 지난 19일 낮 12시께 걸려온 김문수 경기지사의 전화를 받는 과정에서 장난 전화로 오인하여 실수한 게 발단이 됐다.
일선 소방관들은 동료의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시도 때도 없이 장난 전화가 걸려오는 119상황실의 사정을 잘 아는 지휘부가 도지사 목소리까지 기억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과잉충성이라는 반응이다.
당시 김 지사와 소방서 119상황실 근무자 간에 오간 통화내용을 재구성했다.
▶소방관 = 남양주 소방서입니다
▶김 지사 = 김문수 지사입니다.
▶소방관 = …
▶김 지사 = 도지사인데 누구십니까?
▶소방관 = …
▶김 지사 = 누구시냐구요?
▶소방관 = 왜 그러십니까.
▶김 지사 =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소방관 = 이 전화는 비상전화입니다. 일반전화로 하셔야 합니다.
▶김 지사 = 왜 이름을 가르쳐 주지 않습니까?
▶뚜뚜~(소방관이 전화를 끊었다)
▶김 지사 = 김문수 지사입니다. 누구십니까?
▶소방서= 네 000입니다.
▶김 지사= 방금 전화 받은 분이 누구십니까?
▶뚜뚜~
도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당시 김 지사는 9차례가량 자신의 신분을 밝혔지만 상황실 근무자들은 장난전화로 오인하고 전화를 끊었다.
김 지사는 당시 곁에 있던 암 환자 이송을 요청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가 난 김 지사는 이날 도 소방재난본부에 친절교육을 실시하라고 주문했고, 도 소방재난본부는 즉시 도내 34개 소방서에 김 지사와 소방관이 나눈 대화 녹음 자료를 확보해 도지사의 목소리를 익히고, 친절교육을 실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날까지 도내 30개 소방서가 녹음 자료를 활용하여 친절교육을 실시했다.
특히, 도 소방본부는 관련 소방관 2명을 각각 포천과 가평소방서로 인사조치하고, 징계를 검토 중이다.
일선 소방관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다수의 소방관들은 “김 지사의 목소리를 들려주라고 지시한 것 자체가 황당하다”면서 “장난전화로 오인한 건데 징계까지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도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정황은 이해가 가지만 원칙적으로 전화 응대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만구기자/prime@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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