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학교교육에서 도덕과 윤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문화예술체능교육을 통해 청소년의 인성을 건강하게 키우자는 말도 힘을 얻고 있다. 이와 같은 인성교육 대책 마련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인성교육은 장기간을 요하는 교육인 만큼, 목표와 계획 방안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와 연구가 필요한 때문이다. 현대 한국사회와 교육현장에서 요구되는 인성교육의 목표는 권위주의적 위계질서에 순응하는 유교적 도덕교육이 될 수 없는 것이고, 그렇다고 초기 자유민주주의 시민의 자질 함양을 위한 계몽주의 교육도 아니다.

현대 한국의 학교현장에서 논의해야 할 인성교육은 “단순히 착하고 규칙에 충실한 모범생” 교육일 수가 없다. 현대 한국의 인성교육은 문화적 교양과 개방성으로 무장한 주체적 민주시민의 자질을 함양하는 것이다. 책임감, 질서의식, 배려와 협동의 정신으로 함께 더불어 사는 세계화시대의 문화시민, 인간존중의 가치로 시민공동체의 공공 가치를 수호해 나갈 민주시민 인성교육이 되어야 한다. 상호 존중과 신뢰 속에서 자존감과 자신감을 키워주는 민주주의 시민 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우리가 필요한 인성교육은 선의의 경쟁과 공정한 기회 균등을 공동체적 질서로 내면화하고, 이를 실생활 속에서 실천해 나가는 학습에 의해 사회전반의 건강성과 사회구성원간의 신뢰관계를 유지 발전시켜 나가는 사회운동의 성격을 갖는다.

이러한 인성교육을 천근만근 무거운 불신정치의 폭력성과 구태의연한 대결과 증오심으로 온 사회 이곳저곳을 들쑤셔대는 분노의 불길이 가로막고 있다. 그래서 문화시민의 인성을 고양하고, 민주시민의 인성을 교육하려면 불신정치의 폭력성과 사회에 만연한 분노의 불길을 종식 시키고자 하는 범국민적 각성과 국가적 대 혁신운동을 함께 펼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인성교육은 학교 안의 교육만으로 충분하지 못하다. 가정 안에서의 교육만으로도 완성할 수 없다. 사회 구성원들이 공동체적 민주시민의식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학교와 가정과 함께 인성교육의 성과를 거두기 위한 강력한 연대적 활동이 요망된다.

정부가 학교폭력종합대책을 발표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대통령에서 경찰청장에 이르는 정부 기관의 적극적인 학교폭력 근절 의지 표명이 있었고, 교육계는 교육계대로 학교폭력 대책을 둘러싸고 각종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경기도와 서울시는 학생인권조례를 공표하고 학생 체벌을 금지하는 등 학교 내의 권위주의를 타파한 새로운 교육질서 정착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조치들이 학교폭력, 또는 학생인권 침해에 대한 대증요법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학생인권 존중을 위해 실시한다는 학생인권조례는 학교현장에서 “담임교사 기피” 현상과 같이 교사의 인권을 훼손한 또 다른 형태의 폭력 위험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교육청은 학교폭력의 발생을 관용하지 않는 처벌 위주의 방침을 굳혀가면서, 장기적으로 폭력이 발생하지 않는 교육현장을 만들기 위한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교육청 자체도 학교폭력을 근원적으로 척결할 궁극의 수단인 인성교육의 진정한 시대적 맥락과 의미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인성교육은 인간존중의 가치관으로 인격형성을 도모하는 것임에도, 군사부일체식의 유통기간이 만료된 구시대적 망상 속에서 교권의 추락만을 한탄하고 있는 모습이 도처에서 목격된다. 학교폭력은 막가파 식 패거리 정치가 확대 재생산하는 사회적 폭력성이 빚어낸 병리현상이다. 경제윤리 실종의 “나 홀로 이기심”도 학교현장의 인간존중 교육을 어렵게 하고 있다.

최근 국회의원 총선과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진흙탕 속의 거짓말과 위선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정직함과 책임감을 모두 팽개친 왜곡과 궤변으로 선동적 포퓰리즘에 빠져 가는 퇴행적 권력욕이 정치의 폭력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치판에 난무하는 물리적 폭력과 언어적 폭력, 그 폭력을 정당화하려는 거짓에 가득 찬 광기의 끝없는 욕망들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독소들이 우리의 사회와 학교, 가정을 숨 막히게 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교사들이 민주시민 공동체 인성교육을 시행할 수 있겠는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인성교육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금년도 선거에서는 기필코 정치폭력의 추잡함을 응징하는 국민운동 차원의 힘을 결집했으면 한다.



  이진배/전 문화관광부 차관보,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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