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외상일 권유하더니..이젠 방관..난 정책 도구"

외상학계의 ‘젊의 권위자’ 이국종 아주대 교수가 그동안의 설움과 한(限)을 거침없이 토해냈다. 지난 24일 경기도청 공무원들 앞에서다. 강사로 초청된 이 교수는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과 달리 과거의 현재의 어려움을 쏟아냈다. 심지어 조직내부의 갈등까지도 공개했다. 자신의 꿈인 중증외상센터건립 법안이 국회의 정쟁에 휘말려 용도폐기될 위기에 처한 현실에 대해 한풀이라도 하는 듯 했다. 전날 민주통합당 최재천 당선자가 법안 폐기의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트윗을 올린 것이 이 교수를 더욱 자극하게 만든 것 같았다. 이 교수의 강의 내용 일부를 발췌했다. 발언을 그대로 옮겼다.

민관이 암 분야에만 투자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한 말이다.

“암 환자들은 병원에서 유치경쟁을 하거든요. 서로 사실 대학병원에서. 그래서 빅파이브 병원으로 다 몰린다고요. 그렇죠? 그런데 4천억원을 또 들여서 이걸 또 지었어요. 일산에. 왜냐면 이걸 지을 때 주로 주도하시고 이게 꼭 필요하다고 대한민국에서 주장하시던 분들도 결국은 저 같은 대학에서 원급 받는 사람들이고요. 그런 사람들 중에 대부분들이 암을 하시는 분들이에요. 대학에서 파워가 세다고요. 저보고 정리하라고 연판장 쓰고 그런 분들도 암 하시는 분들이세요. 암, 아 응급의학 하신다는 분들도 계셨어요. 그때 학장님들이 계시고 그랬는데 저 막아주지 않았어요. 제가 그래서 기가 막힌 거예요. 그때 제가 막아서 저보고 그만하라고 그래서 저 그러면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와서 조금만 더하라고 몇 년만 더 하라고 하셨던 분들이 민주당, 그 자기 같은 당 국회의원들이고 보좌관들인데 지금 그걸 민주당 당선된 그분 보니까 17대도 국회의원 하셨던데, 요번에 18대는 떨어지시고 19대 다시 들어가시게 되니까 붕 떠가지고 자기당 의원들이 그런 줄도 모르고 차갑게, 그거 정부에 나가서 따지세요. 이러고 있다고요. 이런 걸 트위터에나 올리고 그리고 그런 분들이 또 이런 것 사인할 거예요. …저는 다시 말씀드리지만 정책의 도구입니다. 제가 지금 저희 병원에서 제일 안타까운 게 저한테 학장님이나 그런 분들이 저 데려다 놓고 이거 외상 그만하라고, 우리 기관에 도움이 안 되니까 딱 부러지게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그날로 그만 뒀을 거예요.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아요. 자기 손에 피 묻히기 싫으니까 그렇게 안한다고요. 나가는 순간까지 여기서 연판장이 돌고 협박장이 돌아도 그냥 놔둔다고요. 가끔 만나면 ‘어, 열심히 잘 지내니?’ 이렇게 한다고요. 클리어하게 아무도 명령을 안 내려요. 저 같은 사람들은 정책의 도구일 뿐이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뭐가 없으면 가이드가 없으면 그냥 사라질 뿐이라고요. 저 같은 사람들은…”

중증외상환자 수술의 설움을 설명하면서 한 얘기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이 수술하는 데 매길 수 있는 수가 자체가 없습니다. 보건복지부에는 혈관견찰술 그건 하나 할 수 있어요. 얼마인줄 아십니까? 20,30만원 될 겁니다. 이런 게 갑상선 암 수술 보다도 안되요. 그러니까 민간병원에서는 이런 거보다 암을, 그나마 암이 수가가 났다고요. 그래서 이런 걸 할 수밖에 없어요. 이렇게 놓고 중환자실에서 버티는 겁니다. 버티고 재수술을 수십 번을 들어간다고요. 버티고 버티고 한편에서 이렇게 수술하는 동안 저도 그런 거 계속 받았습니다. … 저는 이 수술 한쪽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제발 좀 나가라고 연판장 받고 그랬어요. 또 한쪽으로는. 수술방으로 전화 와서 ‘넌 이따 끝나고 나 좀 보자.’ ‘네, 알겠습니다’ ‘너 수술하냐?’ 수술방으로 전화 온다고요. 수술하고 있다고 그러면 이따 수술 끝나고 나면 나좀 보자. 딱 그런다고요. 비꼬는 목소리로. 뭔지 알죠. 끝나면 나가라고 할 건데 그럼 나는 어떻게, 수술했다고요. 저 같은 사람은 미물이니까 이렇게 하고 끝발 좋은 사람들은 자기 다음 임기 안되면 안 나오고… (생략)

열악한 진료환경을 소개한 부분이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제가 왜 답답하냐면 저는 왜 국회의원들이 출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면은 저는 이렇게 하고 있다가도 학장님이나 그런 분들이 부르세요. ‘너 이제 나가라’고 ‘그만 하라’고. 나가라고 하는 상황에서 이걸(헬기에서 환자 데리고 나오는 거) 한다는 말이에요. 제가, 얼마나 저는 슬프겠어요. … 맨날 끝내고 싶었다고요. 맨날 끝내고 싶으면, 이거 우리 김 선생이 제일 좋아하세요. 저 친구도 저희 센터 해체되면 그냥 캐나다 돌아가면 되거든요. 이제 끝이 얼마 안남은 거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공군 헬기를 통해 환자 이송하는 영상을 보여주면서) 이 헬기가 뭐 같으세요? UH-1H입니다. 베트남 전 때 쓰던 거라고요. 헬기 타고 오는데 문이 안닫혀요. … 이거 의료용 헬기 같으세요? M60보이세요? 기관장총이잖아요. 저보고 의사들 중에서도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욕해요. 응급의료 헬기도 아닌 것을 지가 막 타고 다니면서 의사 값어치 떨어트린다고. 그럼 저는 이야기해요. 안그러면 환자 죽는데 그럼 뭐가 맞는 겁니까? 전투헬기라도 끌고 이걸 해야 되겠습니까? 아니면 응급의료 헬기가 없다고 때려 쳐야겠습니까?…”

조직내부의 갈등을 얘기하면서 한 발언이다.

“(수술실에서 수술하던 도중 전화를 받는 사진을 보여주며) 수술방 안에 수술하고 있는 데까지 전화해. 누가 이 전화. 제가 수술하면서 전화 받겠습니까? 이거 누구 전화겠습니까? 누구 전화겠어요? 저보다 아래 사람이겠어요? 표정 안좋잖아요. 보통 오면 무슨 전화이겠습니까? ‘잔소리 말고 받으라 그래’ 이럴 사람들이란 말이에요. 저는 그런 사람들에게 수없이 나가라는 소리 많이 들었어요. 그래도 저는 출근하잖아요. 그러니까 의원님들도 출근하셔야죠.…(섬에서 발생한 중증외상환자를 위해 헬기 타고 바다 위로 날아가는 모습 보여주며) 지금 헬기 안에 장비 같은 거 기본 장비 말고 소모품 장비 같은 거 병원에서 쓸어가지고 나간다고요. 그러면 병원에서 좋아하시겠어요?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한다고요. (생략) 병원 장비 훔쳐서 쓴다고요. 훔쳐다가 바다 위를 날면서 아주대 병원장님이 훔쳐다가 바다 위를 날면서 한다고요. 아주대 병원의 어느 교수께서 학장님이 아실 것 같으세요 이런 거? 저한테 사직서 날아오고 이러면서도 밤에 떡을 쳐 가면서 이러는데…”

국회의원들을 비판한 내용이다.

“저희한테 시간이 얼마 안남았어요. 얼마 못 견뎌요. 이렇게 되면은. …국회의원들이나 중앙에 있는 사람들이 어디 술이나 빨고 있을 때 저희는 이러고 다닌다고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한테 모욕당해요. 그런데 저는 그거 괜찮아요. 왜냐면은 아주대학교에 프리 라이더라고 하는 의사들이 150명있다 그래요. 환자 한 명도 안 보는 임상 의사들이 그렇게 많아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저를 욕할 때 결코 저를 막아주지 않아요. 기관에서. 저는 그런 거 많이 당해서 안다고요. 분명한 팩트는 19대 가면 더 어려워질 거예요…” (생략)

중증외상센터가 설립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한 말이다.

“안도와주시면 저희는 끝이에요. 그리고 그날로 접을 수 있어요. 눈 하나 깜짝 안하고. …그런데 이 짓을 왜하냐고 물어보시면 그러면 한 번 사는 인생이기 때문에 한다고 해요.…다시 말씀 드리지만 저희 아버지도 평생 공직에 있었고, 저도 직장생활하면서 정말 어려움 많습니다. 저처럼 사직권유를 많이 받은 사람이 없을 거고 연판장 돌리고 그런데도 일을 하는데 왜 출근들을 안하는지 모르겠고 자기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왜 국회에다 따지냐는 19대 당선자도 모르겠습니다…”

이복진기자/bok@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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