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대 생존작가로 꼽히는 조너선 프랜즌의 장편소설 ‘인생 수정’(은행나무)이 우리말로 출판됐다.

작가의 최근작 ‘자유’는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 도서로 선정되고 오바마 대통령이 휴가 때 읽고 극찬을 하는 등 수많은 화제를 낳았으며 미국에서만 100만 부 이상 판매되는 기념을 토한 바 있다.

이번에 소개되는 ‘인생 수정’은 프랜즌을 미국 대표 작가의 반열에 서게 해준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2001년 미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전미도서상뿐 아니라 그 해의 가장 뛰어난 영문학 작품에게 수여되는 제임스 테이트 블랙 메모리얼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 작품은 단절과 해체로 얼룩진 어느 가정의 가족사를 통해 사회 전체의 문제를 투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한때 가부장적 독재자였으나 이제는 파킨슨병에 걸려 힘없는 노인으로 전락한 알프레드, 남편의 압제에 눌린 채 일 년 내내 크리스마스에 대한 희망으로 자신을 지탱하는 이니드, 그리고 이들의 세 자녀의 이야기다.

앨프레드와 이니드의 자녀 개리와 칩, 드니즈는 부모의 불행이 드리워놓은 어두운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끝없이 발버둥치는 존재이다. 가정 불화와 우울증에 시달리는 큰아들 개리, 현실에 적응하지 못해 도망에 도망을 거듭하는 작은아들 칩, 자신의 진정한 욕망을 계속 억누르고 부정하는 딸 드니즈.

오랜 소통 단절로 가족으로서 기능하지 않고 있던 램버트 가족은 앨프레드의 파킨슨병을 계기 삼아 모이게 되고, 가족의 갈등은 이니드가 일 년 내내 기다렸던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절정을 이룬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쳐지는 가족구성원 각자의 드라마에는 다양한 사회적 요소들이 자리하고 있다.

오랜 세월 자신을 소모하고 억압했던 앨프레드의 이야기를 통해 거대 철도회사의 붕괴를, 순간의 실수로 대학 사회에서 쫓겨나 리투아니아로 도망친 칩의 이야기를 통해 찬란했던 동구권 국가의 몰락을, 지금껏 억눌러 오던 여성에 대한 갈망을 해방시킨 드니즈의 이야기를 통해 불륜과 동성애를 그려낸다.

작가는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지닌 현대 미국 가정의 초상을 통해 21세기의 삶과 문화라는 거대한 캔버스 안에서 신자유주의, 소비 지향적 문화, 대학 사회의 비리 등을 광범위하게 분석하는 사회 소설적 면모를 보여준다.

이효선기자/hyosun@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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