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시스템 야간 되면 꺼져..야간근무 경찰들 무더위 고생

 11일 오후 9시께 인천 남동구 구월동 남동경찰서.

온도가 30도에 육박하는 경찰서 안은 찜통을 방불케 했다.

정부가 지난달 11일부터 오는 9월21일까지를 에너지 절약 대책 기간으로 정하고 공공기관 실내 냉방온도를 28도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해 공무원들이 더위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특히 저녁이 되면 냉방시스템이 꺼져 야간 근무를 하는 경찰관들은 무더위 속에서 근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날 10평 남짓한 형사계에는 6명의 경찰관들이 선풍기 한대에 의존하고 있었다.

또 사방이 막혀 있는 강력계는 창문을 열 수도 없어 환기조차 할 수 없었다.

경찰관들은 업무 중간 중간 밖으로 나가 모기를 쫓으며 가끔식 불어오는 미세한 바람에 땀을 식혔다.

남동서의 한 관계자는 “에너지를 아끼자는 정부의 규제도 좋지만 잠시라도 땀을 식힐 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경찰관 뿐만 아니라 경찰서에 오는 민원인들도 찜통 더위에 불평이 많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더위 뿐 아니라 이들의 근무여건도 매우 열악한 상황이었다.

4개팀 모두 24명이 근무하는 형사계에 들어서자 빼곡히 붙어있는 책상들이 눈에 띄었다.

성인 남자 20여명이 함께 쓰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공간에는 책상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통로 사이를 걸어 나갈 수 없을 정도로 비좁아 보였다.

화장실도 사정은 마찬가지.

수십명의 경찰들이 함께 사용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점심시간이 지나면 열댓명의 경찰관들이 하나 밖에 없는 세면대 앞에서 양치질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세면대가 부족하다 보니 걸레를 빠는 수도꼭지를 이용해야만 하는 실정이었다.

한 경찰관은 “더위와 열악한 환경은 견딜 수 있지만 일부 잘못된 경찰이 적발됐을 때 모든 경찰을 싸잡아 비판하는 것은 견디기 힘들다”면서 “어렵고 힘든 근무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일하는 경찰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인천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동참하기 위해 본청도 적정온도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선 직원들이 무더위 속에서 고생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은 없다”면서 “직원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지영기자/jylee@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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