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연일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가 보도되고 있고, 크건 작건 간에 그 변동 폭에 의미 있는 해석을 하면서 향후 전략에 부심하는 이해 당사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이 언론보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이때쯤 항상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부동층이나 비적극 투표의향을 보이고 있는 그룹이다. 결국 이들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 대선후보 캠프에서는 부동층 흡수를 위한 마지막 히든 카드를 내보이며 투표 독려를 하는 때이기도 하다.

사람이 사람을 뽑는 도구로 주로 활용되는 투표이다 보니, 그 폐혜도 사실 만만치 않았다. 내가 뽑은 지도자는 내가 선택한 직업이나 집, 학교, 자동차 보다 개인적으로는 훨씬 거리감을 가지게 되고 덜 중요한 것으로 느껴지지만, 그 사람에 대한 실망에 따른 비난이나 피로감, 무관심은 상당히 심각하다. ‘내가 가진 한 표가 3천900만분의 1로 가치가 희석된다’라는 생각, 이미 차려진 메뉴에서 하나를 고르는 폐쇄적인 선택구조, 그리고 ‘투표하지 않을 권리’, ‘그놈이 그놈’, ‘되고 나면 다 바뀐다’ 등 투표하지 않는 이유도 다양하다. 투표해야 할 이유가 공동체적이고 당위적인 정서와 닿아 있다면, 투표하지 않을 이유는 상당히 개인적이고 계산적이며, 심지어 감정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필자는 유권자들에게 투표를 꼭 해야하는 이유를 찾는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를 말씀드리고자 한다.

후보자들을 보면, 표를 얻기 위해 비슷한 용어를 쓰는 듯 하지만, 조금만 시간을 내서 실상을 들여다보면 방법에 있어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모든 사안에 다 관심을 가질 수 없다면 내가 가장 관심 있어 하는 분야 하나만 꼽아서 비교해 보자. 예컨대, 경제와 관련해 국가 성장이 우선인지 성장과 함께 하는 분배가 우선인지 선택할 수 있다. 또 경제민주화의 한 주제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관계에서 대기업에 대한 규제와 감시의 대상 분야와 폭도 후보 간에 상이한 점이 바로 눈에 띈다. 제과점을 하든 미니슈퍼를 하든, 이건 내 삶과 직결되는 두 가지의 갈림길 중 하나를 택하는 일이다. 국민을 외부 세력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에 있어서도 후보들이 제안하는 내용은 상이하다. 예를 들면, 미국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 북한과의 관계에서 원칙은 어떠해야 하는지, 그 선택은 우리나라의 십년 후 비전과 맞닿아 있고, 분명히 나와 내 가족의 삶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또한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과 복지에 관한 것도 같은 주제이지만 다른 재원 조달 방안 및 다른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다. 대기업에서 세금을 조금 더 받아서 해결하자는 의견에 내 한 표를 행사할 수도 있고,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예산의 범위에 맞게 순차적으로 시간을 갖고 해보자는 의견도 나왔다. 또 조금 더 신경 써서 들어보면 내 돈이 좀 들어가더라도 대의명분상 꼭 내가 참여해서 관철하고 싶은 정책 제안도 찾아볼 수 있다. 이중 어느 것 하나 내 일상생활의 디테일을 구성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것은 우리가 조금만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 봐도 자명하다. 투표를 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절대로 표를 주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 있을 때 그렇다. 일순간 내 재산과 생명에 위해를 가할 수도 있다고 판단되는 자가 후보로 나온 경우이다. 가급적 최선을 다해서 공권력으로부터 멀어지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한 가장 확실한 수단이 투표이다. 다른 사람을 찍어서 그 사람이 설 땅을 없애는 것이다. 후보들의 네거티브 전략과 이 말 했다가 저 말 하는 정치인들에 지쳤다는 유권자들이 참 많다. 특별히 내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더라도, 앞으로는 절대 보고 싶지 않은 이런 정치문화와 정치인에 대해 우리는 투표로 심판할 수 있는 것이다. 12월 19일 대선,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직 시간은 남았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가장 가깝게 이야기하는 후보가 누구인지 아직 못 찾았다면 열심히 찾아보자. 그리고 소중한 내 한표를 빠짐없이 투표하길 기대해 본다.

/송한준 경기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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