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경 자 화가(畵家)

2013년이다. 찬 기운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겨울 바다의 갈매기가 코끝을 탐구하고 낙조가 절경인 서해의 신선한 영역은 나른함을 달래게 한다.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새해는 작심삼일이라도 작은 결심하나 만든다. 자전거타기와 걷기를 시작하는 일이다. 그리고는 약속의 덫에 스스로 빠지는 일이다. 익숙한 습관 버리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가치 있는 불평은 계속 고친다는 진보에 가까울 수 있다. 2013년 행궁동에서 국제적인 고민의 윤곽선이 그어졌다. 행궁동 생태교통 페스티벌이다. 9월 1일에서 30일 까지 작가들의 아이디어와 거대한 상상력이 요구되는 축제다. 물론 주민이 주인이 되어 익숙한 습관 버리기에 동참하는 일이다.

생태교통 페스티벌은 행궁동 주민, 시민, 수원시, 도시계획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 NGO, 이클레이(ICLEL), 유엔해비타트(UN-HABITAT) 국제기구와 함께 한다. 생태교통이 실현될 미래도시의 일상을 보여주는 세계최초의 국제프로젝트이다. 보행자 중심의 친환경성과 사회적 포용성을 지향하는 도로의 주인 찾기이다. 현제의 시점에서 도로의 주인은 누구인가? 사람이 아니라 자동차가 주인 행세를 한다. 사용자의 공간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이제 성화불이 붙었다. 냉소적인 지역주민과 함께 가치 있는 불평이 쏟아지고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지난해 필자는 작가들이 투입되어 현판을 제작하는 현장에서 주민들과의 소통이 여느 때보다 절실함을 알게 되었다. 생업과 연결된 마을주민들의 입장을 모두 수용하고 사업을 진행하기란 문제점은 많다.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는 주민눈높이에 맞추어 이루어지는 사업이어야 할 것이다.

세계문화유산 화성을 보존하기 위한 각종 규제로 수원 행궁동은 낙후된 지역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행궁동의 기반시설 확보로 낙후되고 침체된 기반시설을 확충하여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추진사업이다. 동시에 보행중심, 사람중심 도시, 환경수도 수원을 만드는 시범사업이다. 지역주민들은 한 달 동안 차 없는 거리에서 생활한다. 걷는 기쁨과 세계 첨단 친환경 이동수단들을 타는 즐거움을 경험한다. 나아가 국제기구와 전문가들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회의와 토론으로 지구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감으로써 우리는 세계적 선도도시 모델 제기로 수원시의 위상을 재정립할 계기가 될 것이다. 따라서 세계가 주목하는 축제가 펼쳐지고 세계문화유산 화성 안 행궁동이 되살아날 것이다. 그래서 생태적 가치를 실현하는 환경수도, 보행자 중심도시로 거듭나 역사와 문화예술, 생태적 가치를 결합한 수원시로 세계적 위상이 높아질 것이다.

생태교통(EcoMobility)이란 보행, 자전거, 인라인 같이 바퀴와 수레 등을 이용하는 무동력 이동수단과 대중교통수단, 친환경 전기 동력수단, 그리고 이들 사이의 연계를 포함하는 환경적,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교통체계를 말하는 신조어이다. 모두 익숙하지 않음에서 시작하나 긍정의 고민과 화합으로 성공적인 사업이 되길 바란다. 행궁동은 작가들이 집성을 이루어 작업하는 공간이 있다. 행궁동 레지던시이다. 올해 5기 작가들을 배출하였고, 지역주민들과 많은 프로젝트를 이루어 내었다. 행궁동은 이번 생태교통 페스티벌 사업에 소중한 인적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작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지역문화예술의 가교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비전이 없는 요인들이 산재된 실정이다. 고민하는 비판의 정신을 갖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긍정의 힘과 가치 있는 불평의 파장을 크게 키우는 일에 힘을 써야 한다. 긍정의 힘은 냉소와 불협화음을 단호하게 버리게 한다. 그래서 잠정적인 희망을 만들어 낸다. 사회에 일어나는 모든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일들은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가치 있는 불평의 파장을 크게 키우자. 그래서 익숙한 습관에서 벗어나는 기회를 마련하고 사회적 포용력을 키우는 일에 동참해야한다. 무언가를 한다는 행위와 행해진 행위는 전혀 상반되는 입장에 놓이기도 한다. 그러나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을 해결 할 수도 있다. 특정 소수가 혜택을 누리는 문화는 의미가 없다. 지역주민을 우선하여 주민 눈높이에 맞추는 문화 사업을 계획하고 실행하여 세계의 행궁동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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