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오후 안양시 만안구 덕천마을 재개발지구 내 철거를 앞둔 한 건물이 깨진 유리창과 이주 보상 대책을 요구하는 글귀가 적혀 있는 등 도심 속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강제원기자/jewon@joongboo.com

안양 도심 한복판에 ‘섬 마을’이 있다.

평촌과 범계 등 화려한 신도시 그늘에 가려 오갈 곳 없는 주민 220여세대가 머물고 있는 안양 덕천마을이 바로 그 곳이다.

18일 오후 1시께. 안양 덕천마을 재개발지구는 전쟁이 금방 끝난 폐허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덕천마을은 한 때 5천여세대가 살던 대단지였지만, 재개발지구로 지정되면서 현재 220여세가 살고 있다.

수년전까지만 해도 사람들로 붐볐던 상가와 아파트 단지는 텅 비었고, 대부분의 건물들은 마치 폭격을 맞은 듯 깨진 유리창과 부서진 건물 잔해들로 가득했다.

깔끔하게 정비된 맞은편 신도시 아파트 단지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덕천마을은 지난 2006년 9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재개발지구 사업시행자로 선정된 뒤 2011년부터 이주가 시작됐다.

거주중인 4천490여세대 가운데 대부분은 이주가 마무리됐지만,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주민 220여 세대는 아직 이 곳에 머물고 있다.

사업이 방치되면서 마을은 청소년들의 우범지역으로 전락했으며, 최근에는 노숙자들까지 빈 집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덕천마을 주민들이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외부와 단절이다.

택시와 통학버스 등은 이 곳 마을에 발을 들여 놓는 것을 꺼리고 있으며, 인근 신도시 주민들은 비틀린 시선은 이들 주민들을 더욱 외롭게 하고 있다.

주민 김모(65)씨는 “예전에는 사진작가들이 옛 도시의 풍경을 보기위해 찾아들 오곤 했는데 요즘에는 탈선한 고교생들이 찾는 동네로 전락했다”면서 “통학버스도 없어 밤늦게 걸어들어오는 손녀딸을 마중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LH 안양 덕천사업단 관계자는 “덕천마을이 우범지대화 할 것을 우려해 내 12명의 공가관리 용역을 고용해 24시간 방범순찰을 하고 있다”며 “지난 11일 철거작업을 시작해 연내에는 재개발지구 내 철거작업을 완료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문완태·양태훈기자/myt@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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