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의 통곡] 대형지도 보다 작았던 '지도책'…독도를 안쪽에 그려 한폭에 다 담아

   
▲양재룡 호야지리박물관장
우리나라 고지도를 보다보면 우리나라 전도(全圖)를 그린 지도에서 독도와 울릉도의 위치가 서로 바뀌어 표시된 지도들을 볼 수 있다. 하나는 여지도나 해좌전도, 청구도와 같이 독도가 울릉도의 바깥 쪽(오른 쪽, 동쪽이나 약간 동남쪽)에 위치한 지도들이 있고, 다른 하나는 팔도총도와 같이 독도가 울릉도의 안쪽인 왼쪽(서쪽)에 그려져 정 반대의 곳에 그려진 지도를 볼 수 있다. 두 지도 모두 독도와 울릉도를 표시하고 있는데 왜 그 위치는 서로 정 반대에 그려 놓았을까? 그 동안 우리는 울릉도의 동쪽에 독도가 있는 해좌전도 만을 보여준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는 그저 두 종류의 지도 모두가 울릉도와 독도를 그려놓고 있으니 우리나라 영토라고 간단히 치부하고 있는데 이는 지도를 읽는 바른 자세가 아니다. 울릉도의 서쪽에 그려진 팔도총도(1454)의 우산도와 동쪽에 그려진 여지도(輿地圖)의 우산도는 같은 독도가 틀림이 없는데 두 섬을 서로 정 반대의 지점에 표시한 이유가 무엇일가? 라는 문제를 우선 풀어야 지도를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고지도에는 지극히 간단한 사실이지만 지금껏 밝히지 못한 지도 제작 상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한반도로부터 동쪽으로 멀리 떨어진 독도와 울릉도를 한 장으로 된 전도(全圖)의 도폭 안에 함께 넣어서 그리기 위해서는 제작 당시에 적용된 적절한 기교가 필요했다.

   
▲팔도총도로 울릉도의 안쪽(서쪽)에 우산도(독도)를 표시하고 있다.
당시 우리나라 전도를 그릴 때 그 크기가 적어도 60×90cm 정도가 되는 비교적 큰 지도에서는 독도가 울릉도의 동쪽(오른쪽)에 그려진 낱장 형태의 대형 지도이다. 반면에, 독도가 울릉도의 안쪽(왼쪽, 서쪽)에 그려진 지도는 그 규격이 30×40cm 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울릉도 동쪽에 독도를 그린 지도는 대형의 전도인데 반해 독도를 왼쪽(안쪽)에 그린 지도는 책으로, 또는 도첩으로 묶여진 지도라는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비교적 큰 한 장의 전도로 그릴 때는 동쪽의 여백이 크기 때문에 한반도와 함께 한 장의 지도 안에 독도와 울릉도를 동해바다 상에 충분히 그려 넣을 수 있다. 그러나 책으로 묶어 철이 되는 지도책이나 접철식의 지도에서는 한반도를 중앙에 그리게 되면 동해 바다 상의 여백이 훨씬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울릉도와 독도는 한반도와 한판으로 함께 그려질 수 없고 부득이 도폭의 밖으로 나가게 된다. 따라서 독도가 지도의 도폭 밖으로 나가기 때문에 부득이 한반도의 도판과 울릉도, 독도만을 표시하는 두 개의 판이 필요한데 이 섬 두 개의 섬을 그리기 위해서는 별도의 울릉도와 독도의 지도가 뒷장에 따로 그려져야 된다. 이를 안으로 접어서 한 개의 판 안에 접어 넣을 수 있다면 단지 울릉도와 독도만을 그리기 위해 별도의 도판과 도면이 있어야할 필요가 없다. 도판 밖으로 나가는 독도를 안으로 접어서 한 개의 판 안에 접어 넣음으로써 한 장의 지도 속에 한반도와 함께 독도와 울릉도가 모두 포함되는 한 장짜리 지도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울릉도와 독도를 안으로 접어서 그 위치를 그리면 울릉도의 안쪽에 독도가 대칭 이동의 형태로 그려지게 됨으로써 독도가 울릉도의 안쪽, 즉 서쪽에 그려지게 된 이유이다.

그 동안 우리는 울릉도의 안쪽(서쪽)에 독도가 그려진 이유를 밝히지 못해 팔도총도와 같은 독도가 울릉도 서쪽에 그려진 지도를 세상 밖에 내보이는데 주저했던 사실을 이제는 자신 있게 보여주어야 한다. 지도를 못 읽어서 울릉도의 서쪽에 독도가 제대로 그려진 지도를 감추는 일은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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