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의 진나라를 얘기하면 누구나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이나 만리장성 혹은 병마용을 떠올린다.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하는데 는 막강한 군사력과 백기나 왕전 같은 출중한 인재의 활약도 있었지만 그 전에 진나라의 국력을 키워 천하통일의 기틀을 만든 사람이 있었다. 바로 진의 재상 ‘상앙’이다

진나라의 효공은 왕권을 강화하고 하나로 묶기 위해 상앙을 좌서장(左庶長, 진나라의 고위급 관직)에 임명하고 제도 개혁의 권한을 일임했다. 이에 상앙은 제도를 개혁하는 법령을 만들었지만 문제는 국민들이 그를 믿고 새 법령을 지키겠는가 하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는 도성의 남문 밖에다 석 장(丈) 높이의 나무를 세우게 하고는 “이 나무를 성 북쪽으로 메고 가는 자에게는 금 10냥을 상으로 준다”는 영을 내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문 밖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서로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도 나무를 메고 가려 하지 않았다. 백성들이 그의 영을 믿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 상앙은 상금을 금 40냥으로 올렸다. 그러나 상금을 올리면 올릴수록 사람들의 의심은 더욱 커졌고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이처럼 사람들이 망설이고만 있을 때 한 사람이 나서더니 “내가 메어보겠소.” 하고 그 나무를 뽑아 어깨에 메고 북쪽 성문까지 걸어갔다. 그러자 상앙은 언약대로 그 사람에게 금 50냥을 주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온 나라가 들끓었다. 그들은 좌서장 상앙이야말로 한 번 말하면 그 말대로 하는 사람이라고 믿게 되었다. 이런 방법으로 국민의 믿음을 얻게 된 상앙은 그가 만든 새로운 법령을 전국에 공포했다. 국민들은 나라 법을 믿고 따르게 되었으며 국가는 엄격하게 법을 수행했다. 그 결과 진나라는 내정이 튼튼해지고 국력이 막강해졌다. 내부적으로 탄탄하게 기틀을 잡은 진나라는 그 힘을 바탕으로 소왕시절을 거쳐 영정(시황제)에 이르러 천하를 통일하게 된 것이다.

상앙의 이 일화가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법질서의 확립이다. 하지만 한 단계 더 들어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국민에게 법질서확립을 기대하려면 국가기관이나, 법을 만드는 입법부나, 집행하는 사법부의 솔선수범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앙은 자신이 내 뱉은 말을 지켰을 뿐 아니라 후에 진나라의 태자에게도 엄격히 법을 적용하면서 국민들에게 모범을 보였다. 우리 사회는 독재정권과 민주화 투쟁으로 얼룩진 현대사 때문에 공권력의 강화나 법질서의 확립을 공포정치나 독재의 잔재로 오인하는 경우도 많은 게 사실이다. 때문에 일방적인 법의 적용은 오히려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고 법질서를 더욱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기초질서부터 4대 사회악 범죄 까지, 국민들의 법질서확립은 선진국가로의 발전에 꼭 선행되어야할 과제이다. 그러기 위해 국민이 법에 대해 믿고 실천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국가의 역할이다. 법질서와 관련되어 국민과 최 일선에서 접촉하는 경찰의 역할은 더욱 그러하다. 상앙이 나무기둥을 옮긴 백성에게 황금 50냥을 준 행동의 의미를 잘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조성신 화성서부경찰서 경무계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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