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방송과 주요 일간지에는 종합비타민을 복용해도 건강에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뉴스가 일제히 보도되었다. 이 소식은 평소 비타민이나 건강보조식품으로 건강을 챙겨왔던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의 연구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 6천여 명에게 종합비타민 또는 효과가 없는 위약을 12년 동안 먹게 한 뒤 기억력 테스트를 해보니, 종합비타민을 먹은 사람들이나 가짜약을 먹은 이들이나 기억력에는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또한 존스홉킨스대에서는 종합비타민과 미네랄 섭취가 심장마비 혹은 심근경색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지 조사해보니, 영양제는 심장마비, 흉통, 뇌졸중 확률, 사망률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 매월 몇 만원씩 돈을 들여 비타민을 복용해 왔던 사람들은 허탈한 마음을 감추기 어렵게 되었다. 정말 비타민이나 다른 영양제는 건강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일까?

비타민을 복용하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연구는 전에도 있었다. 2007년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크리스티안 글루드 박사는 비타민의 항산화 효과를 정면 반박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을 복용하는 사람은 복용하지 않는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5% 높았고, 특히 비타민A를 복용하면 사망 위험은 16% 증가한다고 발표하였다. 방광암 발생률은 복용군이 무려 52% 더 높았습니다. 의사들이 이 연구를 흔히 ‘코펜하겐 쇼크’라고 한다.

만약 이 연구들이 사실이라면 비타민을 복용하는 것은 무용할 뿐 아니라 오히려 병을 만드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십 년 동안 발표된 200편 이상의 연구 결과에서는 일관되게 각종 비타민, 항산화제, 영양물질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하는 것은 심혈관 질환과 소화기 암 발생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임신 1~2개월 전부터 임신 초기 3개월까지 비타민의 일종인 엽산을 하루 0.4mg~0.8mg 복용하면 신경관 결손으로 생기는 무뇌증 등 태아 기형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12년 간 종합비타민을 복용했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전반적인 암 발생 위험이 8% 가량 낮아졌고 특히 전에 암을 앓은 적이 있는 암환자들에서는 2차 암 발생률이 27% 가량 감소하였다는 하버드대의 연구결과도 있다. 왜 연구에 따라 서로 정반대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이런 결과가 나오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효과가 없게 나온 연구들은 대부분은 실험대상이 비타민이 부족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비타민은 우리 몸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아 섭취하면 대게 바로 사용되고 남는 것들은 소변이나 배설되어 몸에는 축적되지 않는다. 비타민이 부족하게 되면 몸에 여러 가지 이상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지만, 비타민을 이미 음식을 통해 충분히 섭취하고 있는 사람들은 비타민을 더 먹는다고 해서 더 큰 이득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타민의 섭취가 부족하거나 몸에서 비타민을 과다하게 소모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렇게 비타민을 준다고 효과를 볼 수가 없는 것이다.

비타민은 또한 항상 같이 작용을 하지 한 가지만 단독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비타민 A, C, E, 셀레늄 등은 같이 섭취하여야만 몸의 산화스트레스를 분산시키고 줄여줄 수 있다. 비타민 B1, B2, B3, B5, 리포산은 함께 작용할 때, 몸의 에너지 형성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한 가지 비타민만 섭취하면 오히려 특정 부분의 대사만 항진되어 몸의 산화스트레스를 더 증가시키거나 몸의 에너지 형성을 저해할 수도 있다. 이런 까닭에 비타민 A만을 복용하는 흡연자는 복용하지 않는 사람보다 폐암의 위험이 증가된다.

그렇다면 영양제는 어떻게 복용하는 것이 지혜로운 일일까? 우선은 자기가 자기 몸을 알아야 한다.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이 신진대사는 다 다르다. 당뇨병이 있는 사람에게 쓰는 영양제는 안면 홍조와 같은 갱년기 증상이 사람들에게 사용하면 홍조가 심해질 수 있다. 비만한 사람에게 쓰는 영양제과 동맥경화가 있는 사람에게 쓰는 영양제는 다를 수 있다.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은 약과 음식은 다르지 않다고 하셨다. 이것은 음식이 몸에 미치는 좋은 영향을 궤뚫어 보신 우리조상들의 지혜가 있었기 때문이다. 약을 잘 못 복용하면 해가 되듯이 음식이나 영양제도 잘 못 먹으면 독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영양제도 의사와 상의하여 자신에게 맞는 것을 올바로 복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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