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이타마현(도쿄 옆)에는 사이타마시(市)가 있는데, 사이타마시가 되기 전에 우라와시, 오미야시 던, 두 시(市)는 축구 팀뿐만 아니라 우라와는 현청(??)소재지, 오미야는 경제대도시로 서로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다.

J리그 경기 중에서도 유명한 사이타마 더비는 대리전쟁이라고 불리는 정도로 유명한 더비 매치이다. 경기 전에는 이 날만을 위해서 제작된 과격한 내용(상대방의 캐릭터, 선수뿐만 아니라 지역 자체를 놀리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이나 포스터를 여기저기(심지어 포스터는 스타디움의 콘코스나 화장실, 스타디움으로 들어가는 길 등) 붙여놓고 서로를 견제한다. 그렇기 때문에 축제 분위기가 나면서도 그들의 서로간의 팽팽한 자존심 대결은 긴장의 끊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2013시즌에 오미야 팬인 지인을 통해서 사이타마 더비를 볼 기회가 있었다. ‘무적 오미야! 와쇼이!’라는 노래를 쉴새 없이 부르는 서포터들에 살짝 겁을 먹기도 했다. 비록 시즌 후반부에 끝없는 부진을 기록하며 강등권을 겨우 면하는 것으로 이번 시즌을 마무리한 오미야 였지만 경기를 관전한 당시만 해도 무패기록을 경신하며 리그 선두를 질주 중 일 정도로 기세 등등한 상황 이였다. 더군다나 홈 경기 상대는 영원한 라이벌 우라와 레즈 였으니 예상대로 많은 수의 서포터들이 경기장을 채웠다. 이에 질세라 J리그에서 가장 열성적인 팬 층을 가지고 있는 우라와 레즈 서포터는 팀의 상징인 붉은 색 옷과 수많은 결계로 오미야 서포터즈에게 맞섰다. 경기 티켓 매진은 당연 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상대를 향한 야유와 열띤 응원전은 이 경기가 왜 전쟁이라 불리는지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서포터들은 목이 터지도록 응원을 하고 선수들도 다리에 쥐가 나도록 뛰었다. 비까지 내린 경기장, 이날 경기는 결국 오미야의 승리로 끝났다. 패하게 된 우라와의 서포터들은 선수들에게 야유를 던지고 반입한 음료를 마구 뿌릴 정도였으니 이 더비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컸고 그만큼 실망감이 컸음을 보여주는 장면 이였다. 일본 국내 리그에서도 유명한 우라와 레즈 서포터들의 자존심은 그야말로 바닥으로 떨어진 것 이였다. 개인적으로 사이타마를 대표하고 J리그를 이끌어왔다는 자부하는 우라와 레즈와 사이타마 내 대기업의 막강한 후원을 입고 시즌 초 돌풍을 이끌었던 오미야의 자존심 대결이 인상 깊었던 ‘사이타마 더비’ 매치 였다.

내년 2014 시즌 부터는 수원을 연고로 하고 있는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수원FC가 수원 월드컵 경기장을 홈 구장으로 쓰게 된다. 비록 같은 속해 있는 리그는 다르지만 한 지붕 두 가족이 된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클럽이자 이탈리아 밀라노를 대표하는 AC밀란과 인터밀란도 같은 경기장을 홈 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더비 매치이기도 한 ‘밀라노 매치’가 열리는 곳은 같은 경기장이지만 AC밀란 팬들은 이곳을 ‘산 시로’라고 명명하고 있고, 인터밀란 팬들은 ‘쥬세페 메이차’라고 명명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사이타마 더비’ 처럼 같은 지역을 연고로 하고 있지만 색깔이 다른 2팀들간의 경기를 볼 수 있을까? 그리고 현재 수원 삼성 팬들로부터 ‘빅 버드’라고 불리고 있는 경기장이 수원FC 팬들에게는 달리 불릴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이제부터 시작이다. 언젠가는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지역이지만 서로 다른 아이덴티티를 가진 2팀간의 더비를 볼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중부일보 일본 취재 협력사 TPP통신원 김예은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