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1천여장 5천200만자 대장경판…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 스님이 장경판전에서 대장경판을 꺼내 보여주고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세계에서 유일하게 세계문화유산과 세계기록유산이 한 공간에서 지정된 해인사는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해인사 내 대장경판전을 탐방하면 팔만대장경이 760여년이 지나도록 원형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비밀을 확인할 수 있다.



고려 시대, 몽골과 전쟁으로 나라가 어지럽고 불안할 때 옛사람들은 목숨 부지할 방책을 찾는 대신 민심을 하나로 모으는 불사를 일으켰다. 부처의 일생과 가르침을 새긴 대장경(국보 32호)을 제작한 것이다. 1232년 몽골의 침입으로 대구 부인사에 봉안하던 대장경이 불에 타자, 고려 고종 24∼35년(1237~1248)에 제작했다. 현존하는 대장경 중 가장 방대하고 오래된 것으로, 마치 한 사람이 새긴 듯 동일하고 아름다운 글자체, 오·탈자가 적은 정교함, 완벽한 내용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대장경을 봉안한 장경판전(국보 52호)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다. 조선 성종 때(1488년) 완공되어 5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대장경판을 보관하면서 건축적으로 그 원형이 잘 보존된 가치를 인정받았다.

합천 해인사 대적광전 뒤편에 자리한 장경판전은 사찰 전체를 굽어보듯 경내 가장 높은 곳에 긴 담장을 두르고 있다. 길이 61m, 폭 9m인 남쪽의 수다라장과 북쪽의 법보전, 양옆 동사간판전과 서사간판전으로 구성되며, 수다라장 입구까지 일반인의 접근을 허용한다. 원형 그대로 간직한 세계적 보물인 만큼 훼손을 막으려는 취지다.

관람이 허용된 수다라장 바깥의 왼편을 돌아보면 나무로 제작된 대장경판이 어떻게 8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온전히 보존됐는지 알 수 있다. 벽면 위아래 창살문 크기를 달리하고, 다시 앞쪽과 뒤쪽의 창살문 크기를 엇갈리게 만들어 장경판전 안으로 들어온 공기가 내부를 순환해서 빠져나가도록 한 것이다. 경판을 보존하는 데 알맞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바닥을 깊게 파고 그 위에 소금과 숯, 횟가루, 마사토를 차례로 깔았다. 오늘날의 첨단 건축 기술로도 흉내 낼 수 없는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수다라장과 법보전에 나뉘어 봉안된 팔만대장경은 8만 4천 번뇌를 의미하는 8만 4천 법문을 실은 목판 8만 1천여 장으로, 새겨진 글자가 약 5천 2백만 자에 이른다. 목판 한 장 크기는 70×24cm 내외로, 높이 쌓으면 3.2㎞, 길게 연결하면 60㎞라니 실로 엄청난 양이다. 목판마다 양 끝에 각목을 붙여 뒤틀리지 않게 했고, 네 귀퉁이에는 금속 장식을 해서 목판이 서로 붙는 것을 방지했다. 전면에는 옻칠도 했다. 구양순체로 새겨진 글자의 아름다움은 말할 것도 없고, 오·탈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더욱 놀랍다. 대장경판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수다라장 왼편 끝에 복제한 대장경판과 유네스코 인증서를 함께 전시한다.

   
▲ 추사 김정희가 쓴 편액. <사진=한국관광공사>

대장경과 대장경을 봉안한 장경판전이 세계적 보물인 만큼 해인사 역시 불교적 의의와 역사적 가치를 되새겨야 할 천년 고찰이다. 불보사찰인 양산의 통도사, 승보사찰인 순천의 송광사와 더불어 삼보사찰로 꼽히는 해인사는 부처의 가르침을 새긴 대장경판을 보관하여 법보사찰로 불린다. 신라 애장왕 때(802년) 창건된 고찰로 맨 위쪽의 장경판전 아래로 대적광전, 구광루를 비롯해 크고 작은 전각 20여 채가 차례로 자리 잡고 있다. 화엄경에서는 바다가 잔잔해져 모든 사물이 비친 것을 해인(海印)이라 하는데,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경지를 말한다. 때문에 해인사 가람의 배치와 풍수적 해석은 가야산을 배경으로 당당히 바다로 나아가는 배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일주문에서 봉황문, 해탈문에 이르는 길과 법성게를 압축한 ‘해인도’ 등 어느 자리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공간들이 곳곳에 자리한다. 불가의 세계를 구현한 사찰을 둘러보며 자신의 마음자리도 함께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팔만대장경 제작 과정과 의미에 대해 자세히 알수 있는 대장경테마파크는 해인사와 함께 꼭 둘러봐야 할 공간이다. 2013대장경세계문화축전이 끝나고 주제관인 대장경천년관을 정비한 탐방 명소다. 실물과 똑같이 만든 대장경판은 물론 대장경 제작 과정 디오라마, 대장경을 제작한 뒤 강화도에서 해인사까지 옮기는 과정을 담은 이운길 영상을 볼 수 있다.

해인사가 자리한 합천에는 명소가 많다. 합천영상테마파크는 국내 최고의 촬영 세트장이라는 칭찬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실감 나게 재현된 건물과 거리 풍경이 인상적인 공간이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포화 속으로’ ‘전우치’, 드라마 ‘에덴의 동쪽’ ‘빛과 그림자’ ‘각시탈’ 등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거리 풍경이 재현됐으니 과거의 골목을 걸으며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가는길

①대중교통 정보 : 합천시외버스정류장에서 해인사행 버스 하루 3회운행, 동대구 KTX 대구서부정류장에서 해인사시외버스터미널 하루 21회 운행

②자가운전 정보 : 중부내륙고속도로 고령 IC→88고속국도→해인사 IC→가야산로 따라 약 6㎞→해인사

▶주변 맛집 식당

①어신민물매운탕(055-931-1266) : 어탕국수, ②합천황토한우프라자 (055-931-1692) : 한우구이

▶묵을만 한 숙박업소

①해인사관광호텔(055-933-2000) : 가야면 치인1길, ②합천호전망좋은펜션 (055-933-2331) : 대병면 석장1길

▶주변 가볼만한 곳

영암사지, 합천호관광지, 오도산자연휴양림, 황계폭포

임세리기자/sr0416@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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