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교감 "혼자 살아 미안" 진도체육관 인근 야산서 숨진채 발견

   
19일 오전 침몰 여객선 세월호 희생 교사의 장례식이 경기도 안산 제일장례식장에서 열려 희생자를 태운 운구차량이 가족과 동료 교사들의 오열속에 장례식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

수학여행 중 여객선 침몰 참사를 당한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 교감 강모(52)씨가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강 교감의 지갑에서 편지지에 손글씨로 작성한 유서가 발견됐다.

강 교감은 유서에서 "200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에는 힘에 벅차다. 나에게 모든 책임을 지워달라. 내가 수학여행을 추진했다. 내 몸뚱이를 불살라 침몰지역에 뿌려 달라. 시신을 찾지 못하는 녀석들과 함께 저승에서도 선생을 할까"라고 적었다.

학생 325명과 교사 13명의 인솔 책임자였던 그는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에서 구조되고 나서 진도실내체육관에 머물며 제자들과 후배 교사들의 생환을 기다려왔다.

당시 강 교감을 만난 단원고 교직원들은 "교감이 당시 배 안에서 제자들과 후배 교사들을 구하려고 분주하게 뛰어다녔다고 들었다"며 "구조되고 나서도 지병인 당뇨로 저혈당 쇼크가 오는 등 몸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체육관에 남아 구조상황을 지켜봤다"고 전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교실.

교직원들에 따르면 17일 낮 후배 교사가 연락해 옷가지를 챙겨 진도로 내려온 부인과 딸에게 "왜 내려 왔냐"며 화를 내 돌려보냈다.

그날 오후 10시께 한 학부모에게서 "뭐 하러 여기 있느냐"며 항의를 받고는 "면목이 없다.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남기고 자취를 감췄다.

이후 자정 무렵 경기도교육청과 학교 관계자들이 행방을 의심해 경찰에 구조신고를 했다.

그러나 하루 만에 목매 숨진 채 발견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공주대 사범대 학군사관후보생(ROTC) 출신인 그는 윤리과목을 가르쳤다. 1987년교사로 임용된 뒤 지난 2년 전 교감으로 승진해 인근 고교에 근무하다가 올해 3월 단원고에 부임해서 한 달 반가량 근무했다.

그와 함께 근무했던 교원들은 그를 정직하고 과묵하며 후배교사를 도울 줄 아는따뜻한 마음을 가진 교육자로 기억했다.

한 교직원은 "말 그대로 도덕군자 같은 사람이었다"며 "저혈당 쇼크로 쓰러지지만 않았어도 배에 남았을 그였지만 구조된 뒤 죄책감에 너무 힘들어하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안산에 거주하는 강 교감은 부인과의 사이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인터넷뉴스부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