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사람] 엄득호가 만난 김홍석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수원지원장

   
 

단아한 건물 입구에 안락하고 깨끗한 고객 민원실이 눈에 띈다. 그동안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수상한 각종 상패가 진열장에 가득하다.

경기도의 모든 의약기관 진료투약 비용을 심사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수원지원.

33년째 건강보험과 함께하며 한길을 걷고 있는 김홍석(56)지원장의 표정에는 절제된 분위기 속에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묻어나왔다.

의료계의 저승사자라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수장은 싸늘한 표정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인터뷰 끝에 느껴진 김 지원장의 분위기는 보건분야의 전문인이라기보다는 사회복지 행정가와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지원장의 사무실에서 100여분 동안 나눈 대화를 두서없이 풀어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수원지원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얼마나 되나요.

“관리 인구나 요양기관(병·의원,약국 등) 수가 전국의 20%정도 됩니다. 심평원 7개 지원 중 서울 다음으로 큰 규모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업무의 비중에 비해 국민들에게 좀 낯선 느낌이 있어요.

“아무래도 회사 이름도 길고, 어렵다 보니 저희 기관 브랜드를 알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건강보험공단이 가입자인 국민들을 관리하는데 반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경우 요양기관에 대한 심사와 평가, 지원, 관리를 하는 업무가 주를 이루다 보니 국민과 접촉이 상대적으로 낮아 그런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원지원은 진료비 청구건수가 약 2억8천만 건이고 그 금액은 약 7조4천억원입니다. 도민이 진료를 받고 병원에 낸 돈이 의심쩍을 때는 수원지원에 진료비 확인 신청을 할 수 있고, 그 진료비 부담액이 과다하면 돌려받을 수 있도록 진료비 확인 신청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민이 수원지원의 가장 중요한 고객인 만큼 각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가입자인 국민고객과 의료제공자인 요양기관 사이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 같습니다.

“등거리 외교하면서 살려고 버둥거리는 그런 위치는 아니에요.(웃음) 가입자와 제공자, 비용청구자와 비용심사자 이렇게 대별해 놓고 보면 마치 전투상황이 연상될 것으로 보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입자인 환자, 제공자인 요양기관, 제3자적 위치에서 비용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심평원 사이에는 주된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국민의 건강권에 대한 관심인 셈이죠. 국민이 건강해야 국가와 사회도 건강해 지는 것이고, 가정도 개인도 행복해 지는 것인 만큼 의료를 통한 건강권 보장노력에는 모두 같은 생각이므로 각자가 이를 위해 기여할 바를 찾으면 되는 것입니다. 실제 국민 고객만족도도 높고 요양기관고객 만족도도 높습니다. 관심과 배려로 상생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심평원에서는 병·의원도 고객이라고 하는데 사실 그 분들 입장에서는 이 곳 기관이 저승사자 같은 느낌이 아닐까요.

“병·의원에게도 욕 많이 먹겠다고 하는 말로 들립니다.(웃음) 전혀 안 그렇다고 말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진료비를 청구하면 삭감을 하는 등 조정을 하는 곳인데 잘한다는 말까지 들으려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요양기관은 관계가 좋습니다. 우리 지원도 고객에 대한 예의를 다하려고 노력합니다. 찾아가는 맞춤형 서비스 차원에서 현장방문을 통한 청구방법 컨설팅도 하고 청구가 착오되거나 누락된 경우에는 안내를 해 줌으로써 실수로 인한 손실이 없도록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일선 병·의원에서 부당청구가 존재하지 않나요?

“법적 기준을 넘어서면 부당이라고 하는데 삭감하는 내용의 대부분은 비용 효과적 측면에서 과다한 의료서비스에 기인합니다. 의료인은 면허를 취득한 전문인이고 그 분야는 전문성과 재량성이 있기 때문에 그 분들의 견해가 사실상 맞는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비용 효과적 측면과 재정안정성 측면에서 보면 진료의 량, 진료경로 등에서 조정할 부분이 생기기도 하지요. 우리 수원지원 관할인 경기도 관내 요양기관의 진료성향은 전국적으로 가장 낮은 진료건당 보험급여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조정(삭감)율도 낮고요. 통계적 관점에서 보면 가장 적정한 진료와 청구가 경기도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지난해부터 자동차 보험관련 업무도 심사평가원에서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동안 민간에서 자동차 보험업무를 담당했는데 상해 부분에 있어서는 저희 기관에서 작년 7월부터 심사를 맡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진료비를 받으려면 심평원에서 심사를 거친 뒤에야 지급이 가능해집니다. 보험사기 경우에는 관할 검찰과 경찰에서 의뢰를 해오면 판단하기도 합니다. 수원지원의 경우 1년에 30~40명의 보험사기 혐의를 적발한 사례가 있습니다.”



―직원들 입장에서 업무부담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사실 국가 사무이다 보니 협조하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업무이기 때문에 별도로 심사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해당 심사를 위해서는 심사위원 뿐만 아니라 대학교수 등 전문가들을 초빙해 대책회의도 열어 공정한 판단에 나서기도 합니다. 결국 시간과 예산이 들어 갈 수밖에 없는 셈이지요. 이 때문에 제 생각에는 단순한 협조차원이 아니라 좀 더 국가 사무간의 긴밀한 협약을 통해 가는 방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다보면 수수료 문제도 발생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아쉬운 것이 수사를 하거나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법원 판단을 받는데 그 과정과 결과가 보고되지 않다보니 사후관리가 안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단 한번도 우리 관할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결과를 받아본 적이 없다보니 너무 일방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나름의 보건의료분야의 발전방향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그건 한 지역의 지원장이 말할 수준은 아니에요. 다만 오랜 업무경험과 작금의 논의되는 정책현상들을 보면 의료보장의 수준을 높이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어요. 외국의 이 분야 전문컨설팅 기관이나 국제기구도 우리나라의 의료보장제도는 훌륭하다고 평가는 하고 있고요. 문제는 국민들께 편익을 제공하는 질적 수준의 문제인데 결국은 재원의 문제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의료의 질은 비용의 부담과 매우 긴밀한 관계가 있으니까 의료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입자인 국민이 비용부담을 감당해야만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건강보험 제도 시행 37년 동안 많은 발전을 거듭해 왔다고 봐요. 누구나 요양기관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의료접근성은 부인할 수 없을테니까요. 현재도 보장성 강화를 위한 중증질환 등 급여범위의 확대, 상급병실문제, 선택진료비분제, 간병비문제가 적극 검토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국민 눈높이를 충족시켜 나가는 정책들이 계속 개발될 것으로 봅니다.”



―최근 듣기로는 정부3.0시대를 맞아 공공정보를 개방·공유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심평원 수원지원에서는 어떤 자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 지원은 다양한 보건의료정보를 적극 공개함으로써 의료이용자, 의료공급자, 학술 및 산업계의 건전한 보건의료 생태계를 조성하고, 그 생태계 안에서 국민 맞춤형 서비스로 일자리 및 신성장 동력을 창출해왔습니다. 또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아 공공기관으로는 유일하게 안전행정부에서 주관하는 정부3.0 추진실적 평가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게 됐습니다. 아울러 정보공개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방지를 위해 정보보안 강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지요. 최근에는 내부 보안에 중점을 두고 직원들의 보안의식 강화 등에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지원에서도 작년에 본원 통계센터와 유기적 협력관계를 구축해 지역보건의료 정책수립을 위한 기초자료와 유용한 통계자료를 만들어서 경기도청과 각 의약단체 등에 제공하여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습니다. 올해에는 이를 확대하여 우리원이 정부3.0을 선도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기여할 예정입니다.“



―수원지원장으로써 우선순위를 두고 추진한 운영방침이 있으신가요?

”사실 제일 먼저 오자마자 의료기관과 약국 의약단체와의 대화를 제일먼저 시작했어요. 경기도는 도 단위 의약단체도 있지만 시·군단위의 의약단체도 있습니다. 수원시만해도 의사회, 약사회, 한의사회 등 여러 단체가 있는데요 이분들과 지속적으로 만남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오라하면 그 분들은 올 수 가 없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찾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만나서 밥만 먹는게 중요한게 아니고 정말 필요한 게 뭔지를 꼼꼼하게 물어 필요한 정보를 만들어주고 있어요. 이러다보니 자연스레 의료기관들과의 소통창구가 넓어진 느낌이 듭니다. 이 외에도 자문단을 구성했는데요. 제가 뭔가 하나의 제도를 만들고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다보니깐 결국엔 상대방이 납득하고 이해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자문단을 통해 추진할 제도가 있으면 이 분들께 먼저 물어봐요. 사실 이 분들이 우리에게 심사를 받는 분들이거든요. 그런 과정을 거쳐서 합의점을 가지고 추진하면 서로 납득이 가는 제도 추진이 가능해지더라고요. 이 때문에 이해갈등은 자연스레 없어졌습니다. 이 외에도 검찰, 경찰, 각 행정기관 등이 정보를 원하면 전부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분석의뢰도 적극 해주고 있고요. 결국 협업을 강화시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제 스스로의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몸으로 때우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웃음)“

   
 

―다양한 분야에서 연수와 학사취득을 하셨습니다.

”그냥 주어진 여건대로 살아 온 것뿐인데 그것도 공부라면 굳이 공부한 것이고 아니라면 공부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학부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은 업무와 관련 있는 보건정책을 전공했어요. 그 외 서울대 행정대학원 공공정책과정과 경찰대 치안정책과정, 연세대 고위자과정 등 다양한 분야의 연수를 통해 관리 책임자로써 폭넓은 사람들을 만나 견문을 넓혀 융합마인드를 높이고자 참여한 것입니다. 심평원이 준정부기관이기에 정책을 검토하고 정부에 건의하기도 하며, 주어진 임무를 타 기관과 협업분야를 개발해 협력해 나감으로써 시너지가 있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누구든지 여건이 허락된다면 자기계발 차원에서 계속 배우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심평원 수원지원만의 자랑이 있다면 한 말씀 해주세요.

”지원의 자랑거리는 뭐니 해도 결집력과 열정을 가진 120명의 직원들이라고 단연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다수가 여직원들이라 일과 가정을 모두가 챙겨야 하는 힘든 가운데서도 전년도 전체 7개지원 중 성과평가 최상위를 달성했습니다. 또 CS(민원응대 만족)명장을 배출한 바 있고요. 각종 업무개발 경진대회에서도 우수표창을 다수 받기도 했습니다. 업무추진 실적만이 아니라 국민고객과 요양기관 고객으로부터 친절한 상담과 행정서비스 평가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모든 게 직원들이 직업정신에 입각해 자발적이고 열정적인 노력의 결과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타지원에 비해 업무량이 30%이상 많아요. 수도권의 특성상 인구와 요양기관이 배 이상 많아 그만큼 업무량의 가중치도 큽니다. 아무말 없이 묵묵하게 최선을 다해주고 있는 직원들께 한 없는 고마움을 느낍니다. 이 기회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성현의 말씀을 대신해 자신의 철학을 표현했다.

김 지원장은 ‘법의 원칙을 말하기 전에 그 까닭을 물어라’하는 공자의 말씀과 맹자가 말씀한 다음의 구절을 인용해 철학을 삼는다 했다.

예인부답 반기경(治人不治反其智―사람에게 예의를 다해도 답이 없으면 나의 태도를 돌아보고)

애인부친 반기인(愛人不親 反其仁―사람을 사랑하여도 친해지지 않으면 나의 인자함정도를 돌아보며)

치인부치 반기지(治人不治 反其智 ―사람을 다스려도 따라오지 않으면 나의 지혜를 돌아보라)



다시 보아도 그는 보건의료분야의 전문행정관리자보다는 일선의 사회복지사가 더 어울릴 듯 했다.



★김홍석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수원지원장은?

▶1958년 경남 하동 출생.

▶1982년 2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입사

▶명지대 경영학과

▶연세대 보건대학원 보건정책관리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공공정책과정 연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사회복지학사 취득

▶경찰대 치안정책과정 27기 연수

▶연세대 보건대학원 최고위자과정 재학 중

대담=엄득호 사회부장/dha@joongboo.com

사진=신지현기자/babyrock@joongboo.com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