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경作 '바나나'

누구나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는다. 무심코 던진 말이 화살이 되어 꽂히기도 하고, 무심코 한 행동이 오해가 되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기도 한다.

작가 인경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지난날의 상처를 수원미술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心다’에서 풀어냈다.

작가의 작품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가늘고 뾰족한 핀으로 식물들을 형상화한 작업이다.

평면 위에 핀으로 박아 올린 시퍼렇게 멍이 든 바나나와 밟아도 죽지 않는 길바닥의 잡풀들은 어느 누구도 주목하지 않지만 작가를 통해 아름답게 작품화 된다.

작가의 작업은 핀이라는 조형 언어를 선택한 것에서 부터 주제에 이르기 까지 자신의 개인사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 특히 작가가 화판에 핀으로 찌르는 행위는 일상적이고 일방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화판에 핀을 꽂는 것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대인관계로 부터 발생되는 마찰과 그 관계에서 비롯되는 크고 작은 상처에 대해 맞서는 일종의 자기 치유적 수행”이라고 설명했다.

작가가 엄지손가락으로 일정한 힘을 가해 핀을 찌르는 행위는 작가 스스로에게도 적당한 아픔, 고통을 가하는 일이다. 작가는 이를 자신에게 허락된 유일한 폭력적 행위라고 말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는 살면서 여러 관계들로부터 받게 된 상처들을 화려하고 아름답게 형상화한 작업으로 작품해 지난날의 상처들이 아픔으로만 남지 않았음을 고백하는 자리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27일까지 계속된다. 문의 031-243-3647.

송시연기자/shn8691@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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