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남성 이리두 유적과 언사상성박물관의 조개화폐.

단군세기 창작설을 뒤집을 인하대학교의 논문이 오는 27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발족하는 ‘세계환단학회 창립회의’에서 발표된다.

이번 논문은 천문현상 기록의 정확성·조개화폐 기록의 사실성 통해 강화도의 역사 가치를 재조명하는 것으로 국내 고고학계의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3일 인하대 융합고고학팀에 따르면 이번 논문을 통해 천문현상 기록의 정확성과 조개화폐 기록의 사실성을 입증함에 따라 ‘단군세기’를 근거없이 창착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학계에서 다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단군세기’가 고조선 역사의 실체를 담고 있다고 인정되면 기존의 교과서에 고조선 관련 기술을 채워 넣을 풍부한 검증대상이 확보된다. 또 고구려사를 자국의 역사로 주장하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쐐기를 박는 유력한 근거도 된다.

인하대 융합고고학팀은 “단군세기의 5세 오사구단군 재위 시(BC 2133) 주조한 원공화폐 기록은 흥미롭게도 최근의 고고학 발굴 성과와 일치하고 있다”며 “개오지로도 알려진 카우리 조개가 이미 하나라 때부터 화폐로 쓰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 1987년 이후인데 1911년에 간행된 단군세기에서는 이 사실을 명확히 서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개화폐에 둥근 구멍을 뚫어 사용한 사실 역시 하남시 정주 이리두 유적과 내몽고 하가점유적 발굴 이후에 알게 되었는데 단군세기에는 이미 그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 요서지방 대전자(大甸子) 유적에서 납으로 주조한 조개모양 화폐가 발견돼 단군세기의 금속 조개화폐 주조 기록의 사료적 가치를 시사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관홍 인하대 해양학과 교수는 “카우리 조개는 쿠로시오 난류대에 서식하는 아열대성 종으로서 한류가 남하하는 중국 동남해안에서는 채집하기 어려운 것”이라 설명하며 “중국 본토가 아닌 외부로부터 유입된 것이라면 발해만과 한반도 지역을 주 무대로 하는 해륙문화세력이 이 고대통화를 유통시킨 주체”라고 주장했다.

김연성 인하대 고조선연구소장은 “발굴 분포와 조개화폐의 출토량을 종합 고찰할 때 명도전이 그렇듯이 이 조개화폐도 고조선의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중국 고고학계에서도 하가점하층의 조개화폐 사용이 중원에 비해 시기적으로 앞선 것을 근거로 북방세력의 초기화폐문화로서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기대 인하대 고고학 교수는 “‘단군세기’와 ‘규원사화’의 기록 모두가 창작이라는 기존 학계의 입장은 그 기록이 모두 진실이라고 보는 관점과 마찬가지로 극단적이고 경솔한 감이 없지 않다”며 “인하대 고조선연구소는 정밀한 검증작업을 통해 ‘단군세기’ 기록 중 의미 있는 사실 기록을 추출해 내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달 27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출범식을 갖는 세계환단학회는 40가지의 각기 다른 전공분야 교수 70여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하며 국내 최초의 융합학회로 등록될 전망이다.

라다솜기자/radasom@jo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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