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조사원이라는 단어가 다소 낯설지만, 사립탐정이라고 말하면 영화 속에서 수사기관이 해결하지 못한 어려운 사건들을 기가 막힌 추리와 논리로 범인을 검거하는 것을 많이 봤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타인의 사생활 등을 뒷조사하거나 불륜현장을 미행 추적하는 ‘심부름센터’ 또는 ‘흥신소’라는 단어가 더욱 익숙하고 이런 불법행위들이 언론 등을 통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강하다.

민간조사원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불법적인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도 인력과 예산 등의 문제 등으로 지속적인 장기사건 수사에 한계가 있고 일정시간이 경과되면 미제사건으로 분류돼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져가는 사건들을 피해자와 수사기관의 조력자가 돼 집중적으로 사건수사를 도와줄 수 있는 더 큰 장점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미아 등 실종자, 사기 피의자 추적 등을 들 수 있다. 미아·실종사건의 경우는, 피해자들은 아픈 가슴을 움켜잡고 생업을 포기하면서까지 미아·실종자를 찾기 때문에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소중한 가정마저 모두 무너지는 경우도 있으며, 보험사기, 부동산 사기 피해를 입었으나, 피해자가 사기 피의자를 계속 추적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 피해자들의 애를 태우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항상 수요가 있기 때문에 불법적인 심부름센터나 흥신소가 계속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양성화하기 위해 민간조사원으로 합법화시킨다면 불법적인 사생활 추적을 예방할 수 있고,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오랜 기간 동안 근무하다 퇴직한 퇴직 수사관들이 축적하고 있는 수사 노하우를 피해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어 재취업의 길을 열어 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개인사생활이 침해되고, 민간 조사원법이 국회를 통과한다 해도 제약이 많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으나, 미국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된 34개 국가 중 33개 국가가 민간조사원이 이미 합법화됐고, 우리나라만이 현재까지 합법화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민간조사원이라는 논의는 1998년 15대 국회 때부터 시작돼 19대 국회에서도 윤제옥 의원과 송영근 의원이 발의한 법안 두건이 국회에 제출돼 있으며, 법안이 통과된다면 공무원과 같이 엄격히 관리하고 결격사유를 검증할 계획이기 때문에 부작용은 최소화 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피해자의 빠른 피해회복과 수사기관의 한정된 예산과 수사인력을 보완하기 위해서도 민간조사원의 합법화 및 양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조동현 이천경찰서 경무계장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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