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역과 도라산역 사이를 운행하는 DMZ 트레인 경의선의 하루 평균 이용객은 평일 250명, 주말 600명 안팎이다. 승객이 몰리는 토요일 티켓은 2~3주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연합뉴스

우리나라에는 지구촌에서 유일무이한 게 많다.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방문하고 싶어하는 비무장지대(DMZ, Demilitarized Zone)도 그중 하나다. DMZ 트레인은 이름처럼 휴전선 기준 남북 각각 2㎞ 지역에 설정된 DMZ를 테마로 한 관광열차다. 지난 5월 4일부터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향해, 생태계의 보고인 DMZ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평화, 사랑, 화합을 위한 관광열차

서울역과 도라산역 사이를 하루 2회 운행하는 DMZ 트레인 경의선은 총 3량으로 이루어져 있다. 1호차 평화실(48석), 2호차 사랑실(40석), 3호차 화합실(48석)로 명명됐다. 1호차와 2호차는 외부에 무궁화를 배경으로 세계 각국 사람들이 나란히 서서 손을 이어 잡은 모습이 그려져 있다. 사랑의 마음으로 지구촌의 평화를 이루자는 메시지를 구현했다. 그림 속 등장인물 중 머리에 비녀를 꽂고 한복을 입은 여인이 눈길을 끄는데, 한국인이라면 붉은색 저고리에 파란 치마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3호차 외부는 증기기관차 사진으로 꾸며져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서울역에서 출발할 때는 3호차가, 도라산역에서 돌아갈 때는 1호차가 선두를 맡는다.

DMZ 트레인 경의선의 내부는 3량 모두 동일한 콘셉트로 꾸며져 있다. 천장에는 자유를 상징하는 풍선이, 바닥에는 커다란 연잎과 연꽃이, 의자에는 생태와 평화를 나타내는 바람개비가 묘사돼 있다. 또 출입문에는 세계 주요 언어로 ‘평화’, ‘사랑’, ‘화합’을 표현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DMZ 트레인의 운행 취지를 알 수 있게 했다.

   
▲ DMZ 트레인 경의선은 객차 안팎이 평화, 사랑, 화합을 모티브로 디자인됐다. 운행 구간의 창밖 정경도 평화롭고 고즈넉하다. 2호차에 위치한 매점에선 일반 음료와 함께 건빵, 전투식량, DMZ 철조망 기념품 등이 판매된다. 연합뉴스

DMZ 트레인 경의선은 갤러리 역할도 한다. 1~3호차 벽면 상단에 사진 작품들이 자리 잡고 있다. 1호차에선 DMZ의 생태와 유적에 관한 사진 50여 장을 감상할 수 있다. 강화 무인도의 저어새, 파주 임진강 초평도, 연천 태풍전망대 상공을 나는 독수리, 철원 노동당사, 양구 펀치볼의 늦가을 운무 등 DMZ를 대표하는 동식물과 비경이 시선을 잡아끈다. 2호차에선 해방과 분단으로 시작해 6·25 전쟁과 정전 협정 체결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DMZ에서 일어난 주요 사건을 포착한 사진들을 볼 수 있다. 3호차는 ‘한국 철도’가 주제다. 경의선을 중심으로 전국 주요 역의 옛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 60여 장이 전시돼 있다. 대륙호, 비둘기호, 십자성호, 관광호 등 지금은 사라진 열차들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다.

1, 3호차가 좌석으로만 이루어진 반면 2호차는 매점과 방송실이 있다. 매점에선 일반 음료와 함께 건빵, 전투식량, 주먹밥, DMZ 철조망 기념품 등이 판매된다. 또 방송실에는 방송 전담 승무원이 자리해 DMZ 트레인과 코스에 대해 설명하고 승객이 신청한 음악과 사연을 소개한다. 매점 앞에 설치된 방명록과 엽서 전시 공간도 눈여겨볼 만하다.

 

◇ 임진강 철교 건너면 도라산역

DMZ 트레인 경의선은 현재 코레일이 운영하는 열차 중 유일하게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을 넘나든다. 민통선은 임진강역과 도라산역 사이에 있다. 그로 인해 DMZ 트레인 경의선 승객은 모두 임진강역에서 하차해 신분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육군 제1사단 헌병대가 승객의 얼굴과 신분증을 하나하나 대조한다.

DMZ 트레인 경의선 승객은 임진강역 도착 전 도라산역 출입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신청서 작성 시 도라산역에 내려 참여할 관광 상품(일반관광, 안보관광)을 고른다.

임진강역에서 신분 확인을 마친 승객에게는 목에 거는 형태의 출입증이 교부된다. 출입증에는 선택한 관광 상품에 따라 ‘일반관광’ 또는 ‘안보관광’이라고 적혀 있다. 관광을 마치고 도라산역을 떠날 때까지 출입증은 신분증과 함께 항상 휴대해야 한다.

   
▲ 임진강 철교는 DMZ 트레인 경의선 운행 구간 중 백미로 꼽힌다. 열차가 철교를 건너는 약 2분 동안 분단의 아픔과 통일에 대한 염원이 교차한다. 연합뉴스

임진강역을 출발한 열차는 수 분 후 임진강 철교를 건너게 된다. DMZ 트레인 경의선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구간이다. 민통선을 넘어 휴전선 남방한계선에 다가간다는 생각에 약간의 긴장감도 감돈다. 임진강 철교는 6·25 전쟁 당시 폭격으로 파괴돼 교각만 남은 상태였다. 10여 년 전 경의선 복원 사업으로 서쪽 교량이 복구됐다. 휴전 후 국군 포로 귀환에 이용된 ‘자유의 다리’는 임진강역에서 도라산역으로 운행 시 철교 진입 직전 오른쪽 창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임진강 철교를 건너면 잠시 후 도라산역이 나타난다.

 

◇ 도라산역에 내려 일반관광, 안보관광 진행

DMZ 트레인 경의선 승객들은 DMZ 남방한계선 남쪽 700여m에 자리한 도라산역에 내리면 일반관광팀, 안보관광팀으로 나뉘어 약 2시간 동안 관광을 진행한다.

일반관광은 도라산역 인근 도라산평화공원을 도보로 다녀오는 일정이다. 도라산평화공원은 경기도가 110억 원을 들여 2008년 6월 조성했다. 도라산역에서 350m 길이의 보행 통로로 이동해 출입할 수 있다.

도라산평화공원에는 한반도 모형을 한 7천246㎡ 규모의 생태 연못과 관찰 데크가 마련돼 DMZ의 자연 생태를 체험할 수 있다. 또 도라산 지역의 역사와 DMZ 자연 생태 등을 소개하는 전시관이 운영된다. 야외 곳곳에 위치한 예술 작품 중에선 2000년 광주비엔날레 초청 작품인 영국 작가 안토니 곰리의 ‘유리된 극점’(Poles Apart)과 김연수 작가의 32m 높이 조형물 ‘개벽(開闢), 분단의 벽을 넘어서’가 눈길을 끈다.

안보관광은 도라산역에서 버스를 타고 출발해 도라전망대, 제3땅굴을 둘러보는 상품이다. 안보관광을 선택한 승객은 도라산역에서 민북관광표를 구입해야 한다. 도라산역에 ‘파주시 DMZ 연계 안보관광 매표소’가 운영된다.

   
▲ 일반관광을 선택한 DMZ 트레인 경의선 승객은 도라산역 인근 도라산평화공원을 둘러본다. 도라산평화공원에선 ‘DMZ 특별 사진전 - 두 개의 선’이 열리고 있다. 평화 통일과 북한 어린이들을 위한 바람을 타일에 새기는 체험 프로그램 ‘우정의 벽 희망 채우기’도 진행된다. 연합뉴스

민북관광표는 제3땅굴 관광 방식을 기준으로 두 가지로 나뉜다. 제3땅굴은 73m 지하에 위치하는데 도보 또는 셔틀 승강기로 닿을 수 있다. 도보로 내려가는 경우 8천700원, 셔틀 승강기(45인승)를 이용하는 경우 1만1천700원이다. 도보 관광객은 길이 358m, 경사도 11도의 직선 터널을 걸어 내려가 셔틀 승강기 이용 관광객과 합류하게 된다. 합류 지점부터 제3땅굴 가장 안쪽 막다른 지점까지는 수평으로 265m이다. 땅굴 높이가 2m이지만 화강암 바위가 삐죽삐죽 튀어나와 있어 일부 구간에선 허리를 숙여야 한다.

한편, 도라전망대에선 망원경을 통해 개성시와 송악산, 선전용 마을인 기정동을 볼 수 있다.

민통선 북쪽에 위치한 도라산역 일대에선 출입증 착용, 신분증 지참과 함께 군의 통제 규정을 준수해야 하다. 허가되지 않은 지역에서의 사진 촬영은 금지된다. 도라전망대, 제3땅굴로 향하는 연계 버스 내에서도 창밖 풍경을 찍을 수 없다. 도라산평화공원, 도라전망대, 제3땅굴에서 관광 구역을 벗어나는 일도 절대 금물이다. 통로와 주차장의 철조망, 울타리를 넘어갈 경우 월북 시도자로 간주된다. 이는 미확인 지뢰의 위험성 등 관광객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 돌아오는 열차에서 즐기는 이벤트

도라산역에서 서울역까지 돌아오는 길은 1시간 5분이 소요된다. 일반관광, 안보관광에 참여해 몸이 피곤한데다 창밖으로 특별할 것 없는 풍경이 이어져 지루할 수 있는 구간이다. 이를 감안해 DMZ 트레인 경의선 승무원들이 기획한 이벤트가 ‘지뢰 찾기’와 ‘평화열차 사진전’이다.

‘지뢰 찾기’는 1~3호차에 하나씩 숨겨진 지뢰를 찾는 게임이다. 도라산역에서 승객이 모두 내리면 승무원들이 ‘지뢰’라고 적힌, 손바닥만 한 크기의 비닐 코팅 사진을 좌석 주변이나 벽면 구석 등에 숨겨놓는다. 초등학교 소풍 때의 보물찾기와 마찬가지다. 지뢰를 찾은 승객에게 제공되는 선물은 서울 시티투어(전통시장 코스) 2층 버스 이용권, 롯데월드 자유이용권과 할인 쿠폰 등이다.

‘평화열차 사진전’은 승객들의 기념사진 콘테스트다. 승무원이 소형 디지털카메라로 희망하는 승객들의 기념사진을 찍어 베스트 컷을 선정해 선물을 준다. 촬영된 사진은 1~3호차 실내에 설치된 모니터에 모두 소개된다. 승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이나 우스꽝스러운 몸짓의 사진이 베스트 컷으로 뽑힐 확률이 크다.

DMZ 트레인 경의선은 운행 한 달 만에 관광객 1만 명을 돌파했다. 하루 평균 400명(평일 200~300명, 주말 600명)이 이용한다. 승객이 몰리는 토요일 티켓은 2~3주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다.

한편 코레일은 DMZ 트레인 경의선에 이어 오는 8월부터 서울역-청량리역-의정부역-동두천역-한탄강역-연천역-신탄리역-백마고지역 구간을 왕복하는 DMZ 트레인 경원선을 운행할 예정이다.

   
▲ 안보관광을 선택한 DMZ 트레인 경의선 승객들은 도라전망대, 제3땅굴을 방문한다. 도라전망대에선 망원경을 통해 개성시와 송악산, 선전용 마을인 기정동을 볼 수 있다. 제3땅굴은 걸어 들어가거나 셔틀 승강기를 이용하며 땅굴 내부에선 사진 촬영을 할 수 없다. 연합뉴스

7월 16일 기준으로 서울역에서 오전 8시 6분 출발하는 DMZ 트레인 경의선 열차(4881)는 9시 26분 도라산역에 닿는다. 도라산역에서 오후 12시 5분 떠나는 열차(4882)는 오후 1시 12분 서울역에 닿는다. 또 오후 1시 30분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열차(4883)는 오후 2시 50분 도라산역에 도착하고, 도라산역에서 오후 5시 30분 떠나는 열차(4884)는 6시 37분 서울역에 닿는다. 월요일과 주중 공휴일은 운행되지 않는다.

요금은 성인 왕복 기준으로 서울역-도라산역이 주중 1만7천400원, 주말 1만7천800원이며 서울역-임진강역은 주중 1만6천800원, 주말 1만7천200원이다. 특정운임(문산역-도라산역)은 주중, 주말 구분없이 어른 5천 원/노인3천500원/어린이 2천500원이다. 하루 동안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DMZ 패스는 어른(26~54세) 1만6천 원, 시니어(55세 이상)·청년(13~25세) 1만1천200원, 어린이(4~12세) 8천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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