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3명 심리적 고통에도...연 1회 온라인 자가진단 뿐

참혹한 현장 목격 및 불규칙한 근무환경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경기도 소방공무원들의 심리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도 내 소방공무원에 대한 심리치료 관련 지원이 부족한 것은 물론, 시행하고 있는 심리 진단과 치료 방법들도 크게 도움되지 못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2일 전국소방공무원 심리평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기도 소방공무원의 경우 1년간 극심한 외상사건 노출경험이 1인당 평균 7.4회인 것으로 조사됐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관리가 필요한 소방공무원은 7.6%로 나타났으며,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우울장애, 수면장애 등 한가지 이상 장애를 갖고 있는 소방공무원은 33.8%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도 소방공무원 10명 중 3명은 심리적 고통을 받고 있는 셈이다.

실제 지난 12일에는 경기도 고양시의 한 소방관이 고층건물에서 떨어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소방관은 그동안 환청에 시달렸으며 가족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자는 권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소방공무원에 대한 심리건강 관련 지원과 시스템은 여전히 미흡해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도 내 소방공무원의 심신건강진단은 1년에 1번 온라인으로 하는 자가진단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온라인 자가진단으로는 심리적 질병에 대한 사회의 시선과 사생활 노출을 꺼려하는 심리 등으로 자신의 증상을 숨길 수 있어 소방공무원들의 심리적 문제를 초기에 발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서 진행하는 힐링캠프도 2박3일 일정으로 다녀온 뒤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크게 변한 것이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에만 약 7천명의 소방공무원이 있지만 이들의 치료비 및 상담비로 도에서 내려오는 예산은 고작 1억원에 불과하다.

심리상담전문가들도 많지 않아 치유프로그램을 위한 인프라 구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소방공무원은 “실제로 화재 현장에서사고를 당한 후 후유증을 앓았지만 동료들이나 외부에 심리상태에 대해 말하기 쉽지 않았다”며 “심리건강 치료가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단계별, 맞춤형으로 이뤄지면 훨씬 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주편한병원 정재훈 원장은 “소방관들의 경우 끔찍한 사고장면 목격, 위험 상황 노출에 대한 공포, 상시대기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에 재난심리담당부서를 만들어 상시관리시스템 및 예산을 확보하는 등 효율적인 대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구민주기자/kmj@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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