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선 수원병(팔달) 후보 밀착취재] 새정치 손학규

   
▲ 22일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수원병(팔달) 후보가 팔달구 화서동 율현초교 인근 공원에서 주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정선기자

지난 22일 오전 11시10분 수원시 화서동 율현초등학교 인근 사거리. 빗방울이 오락가락했다.

흰색 셔츠에 검정 면바지, 파란 런닝화 차림의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시민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냈다.

그의 첫 인삿말은 “안녕하십니까. 경기도지사를 했던 손학규 후보입니다”였다.

그러면서 “수원 팔달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다시 오게 됐습니다. 팔달을 수원을 경기도를 나라를 발전시키겠다”며 한 표를 당부했다.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냐”는 한 어르신의 질문에, 손 후보는 “정치 팔자가 기구해 이렇게 됐다”고 자연스럽게 받아 넘겼다.

손 후보는 지난 9일 수원병에 전략공천됐다. 지역연고성 논란을 의식한 듯 손 후보의 하루 유세 일정은 지역 곳곳을 샅샅히 훑으며 인물론을 내세우는데 주력했다.

손 후보는 레퍼토리는 ‘컴백’이었다.

그는 “경기도지사를 지냈던 손학규 후보가 돌아왔다”면서 “남경필 부자가 7번을 국회의원하면서 지역 발전이 멈춰있다. 경기도지사로의 경험과 열정을 가지고 팔달부터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보수성향이 강한 선거구의 특성을 감안해 지역과 정당이 아닌 인물을 내세워 승리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수원의 심장으로 불리는 팔달은 새누리당 깃발이 20년 가까이 펄럭인 곳이다. 남경필 지사가 내리 5선을 했고, 직전에는 남 지사의 부친인 고(故)남평우 전 의원이 재선했다. 수원의 구도심인데다 주로 중장년층의 자영업자들이 여론을 형성해 보수색이 짙다는 평이다.

손 후보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수평을 맞출 돌파구로 ‘민생’을 선택했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 정치의 실종은 정치가 민생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정치인들, 정파간, 정당간 싸움으로 비치기 때문”이라면서 “팔달은 정조대왕의 국가 개혁과 민생정치의 얼이 살아있는 곳으로, 팔달부터 민생을 살리는 정치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손 후보는 중앙당의 지원을 받지 않고 ‘나홀로 선거전’을 치르고 있다.,

중앙당에서 국회의원 등이 지원을 나오면 지역 주민과 대면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특히 여권표를 결집시켜줄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손 후보는 ‘경기도지사를 했던 손학규’라는 네임브랜드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선거용 명함도 ‘민생을 살리려면 손 잡아주세요!’라는 문안을 넣었다.

손 후보는 이번 보궐선거에 정치 인생을 걸었다.

그는 “팔달구가 정치인생의 마지막 지역구”라면서 “팔달의 발전을 위해 혼심을 다하겠다. 분당에서 1년여 국회의원을 하면서 숙원사업이었던 미금역, 아파트 수직증축형 리모델링, 협동조합기본법 등을 만들었다. 팔달도 이뤄내겠다”고 역설했다.

손 후보는 이날 오전 5시 교회를 방문해 새벽예배를 드리는 것으로 하루 일정을 시작했다. 출근길 인사, 화서동 아파트 상가 및 화서시장 방문, 인계동 나혜석거리 투표 참여 음악회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그의 하루는 해장국집 등 새벽에 문을 여는 곳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점심은 차안에서 김밥 등으로 해결할 때가 많고, 지역 주민들을 만나면서 구입한 주전부리로 허기를 채우기도 한다.

손 후보의 필사적인 노력과 선거전략이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화서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영식(80) 씨는 “오랫만에 지사님을 만나뵈서 반갑다”면서 “경기도를 발전시켰던 그때처럼 우리지역도 발전시켜달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주민 박언호(74) 씨는 “손학규가 도지사를 했던 때를 기억한다. 그때만큼 살기 편한 시절이 없었다”면서 “팔달이 어려운 지역이지만 지금처럼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야기해달라. 이겨달라”고 응원했다.

현장에서 만난 유권자는 손 후보에게 구체적인 요구도 했다.

야쿠르트를 판매하는 한정숙(56·여) 씨는 “동네에 치과와 정형외과 조차 없다. 집 바로 옆에 건축자제를 쌓아놓은 창고가 있어 보기 흉하다”면서 “다양한 것을 바라지 않는다. 서민을 위한 것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화서시장에서 정육점을 하는 김성욱(30) 씨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갖가지 공약이 나오는데 연속성이 없다”면서 “환경개선도 좋은데 꾸준히해야 한다. 약속한 말은 꼭 지키는 책임있는 사람이 돼 달라”고 주문했다. .

하지만, 보수의 벽은 만만치 않았다.

화서시장에서 만난 주부 이정희(43·여)씨는 “솔직히 김용남이 누군지 모르지만 예전부터 ‘1번’을 찍어왔다”면서 “도지사도 ‘1번’인데 국회의원도 ‘1번’이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서동에서 옷가게를 하는 박명우(46)씨도 “새정치민주연합 쪽에서 공천하는 과정에 문제가 많았다고 들었다”면서 “누구를 찍어도 그게 그거지만 그래도 말이 많은 곳보다는 조용했던 새누리를 찍겠다”고 밝혔다.

이복진기자/bok@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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