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의 1884년을 여는 한국인.’

1984년 1월1일 국내외 언론은 한 한국인 아티스트에 집중했다.

바로 백남준.

그는 이날 예술을 통한 매스미디어의 긍정적 사용을 보여주기 위한 텔레비전 쇼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전 세계에 생방송으로 선보였다.

위성을 이용해 뉴욕(정오)과 파리(오후 6시)를 실시간으로 연결한 이 텔레비전 쇼를 위해 4개국의 방송국이 협력했고 100여명의 예술가가 참여해 대중예술과 아방가르드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음악, 미술, 퍼포먼스, 패션쇼, 코미디를 선보였다.

이처럼 다채로운 예술들을 한 화면 속에서 만나게 한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당시 뉴욕과 파리, 베를린, 서울 등지에 생중계됐으며 약 2천500만명이 시청한 것으로 추산된다.

용인 백남준아트센터가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3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굿모닝 미스터 오웰 2014’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백남준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분석하고 관련 자료들을 소개 할 뿐만 아니라, 원격 통신과 매스미디어의 명암을 주제로 하는 현대미술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전시이다.

전시에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현재의 시점에서 바라보면서, 예술이 매스미디어와 글로벌 네트워킹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시킬 가능성에 대해 질문하는 작가 16팀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 작가들의 작품은 백남준이 매스미디어의 긍정적 사용을 역설하면서도 패러디와 날카로운 시선의 작품들을 통해 일깨우려 했던 비판의식을 함축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출신으로 영국으로 망명한 모나 하툼은 ‘너무나 말하고 싶다’라는 영상에서 불연속적 이미지와 전화선을 통해 연속적인 소리를 전달하는 ‘슬로우 스캔’ 기술을 이용해 위성 송출을 함으로써 이미지는 불완전하게 전달되지만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는 저항의 태도를 전달한다.

퍼포먼스와 미디어 아트의 독특한 결합을 실험해온 미국 작가 리즈 매직 레이저는 반(半)-공공 공간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공공성을 표방하는 미디어가 사적인 뉘앙스를 전달하는 상황들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다.

송상희는 이상향을 꿈꾸며 만들어놓은 도시의 건물, 공원 등의 현재 모습을 가감 없이 영상에 담고, 멸종된 동물들, 세상의 기원, 감시시스템을 상징하는 도상들을 그린 드로잉을 같이 배치해서 모든 유토피아의 꿈 위에 드리워진 디스토피아의 이미지들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질 마지드는 영국 리버풀의 감시카메라에 담긴 자신의 모습을 가져와서 한편의 영화를 만든다. 감시국의 본의 아닌 협조로 촬영된 이 영화는 공공의 감시시스템을 사적으로, 그러나 합법적으로 소유하는 상황을 만들어낸다.

전시는 오는 11월16일까지 계속된다.

문의 031-201-8500.

송시연기자/shn8691@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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