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자들 "부패 심각해 알아낼 것 거의 없을 듯"

   
▲ 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시신이 전남 순천의 모 장례식장에서 서울과학수사연구소로 옮기기 위해 엠블런스에 옮겨 싣고 있다. 연합뉴스

 흔히 부검은 '죽은 자가 말하는 진실'을 알아내는 과정으로 여겨지나 유병언 전 세모그룹의 시신은 말할 것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죽은 지 40여 일이 지난 것으로 추정되는데다 고온다습한 계절 탓에 이미 '반백골화'돼 유 전 회장의 시신에서 사인을 규명할 단서가 별로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24일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모든 첨단 기술을 동원해 유 전 회장의 사인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혈관의 분포와 장기 상태를 3차원으로 세밀하게 촬영할 수 있는 다중채널컴퓨터단층촬영(MDCT) 등이 부검에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부검의 정확성과 전문성을 높이고자 각 분야 전문의를 외부 자문위원 형태로참여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국과수의 한 관계자는 "모든 약물을 다 스캔해 독극물 검사를 하고 있다"며 "검사 기기를 밤새 돌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수의 법의학자는 살과 근육이 거의 남지 않은 시신의 사인은 물론 사망시점조차 규명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까지 알려진 유 전 회장의 시신 상태를 봤을 때 독극물이 검출되거나 뼈가 골절되지 않는 이상 찾을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정빈 서울대 법의학교실 명예교수는 "반백골화된 상태라면 연조직이나 장기가거의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사인은 물론 자살인지 타살인지 자연사인지조차 알아내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명예교수는 "사망시각을 알아내는 가장 보편적 방법은 구더기의 모양으로 유추하는 것인데 이 역시 15일이 지나면 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박성환 고려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조직에 베이거나 찔린 자국 등 확실한 손상이 보이거나 연골의 골절 등으로 사인을 규명할 수 있는데 이번 사건은 조직 자체가훼손돼 많은 소견이 나오기 힘들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박 교수는 "장기로 사인을 판단하는 방법도 있지만 (유출된) 사진을 보니 이마저도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며 "남아있는 장기가 거의 없으면 독극물 검사도 어려울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윤성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부패가 심한 시신에서 사망원인이나 사망시점을 찾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알아낼 건 별로 없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샅샅이 찾아보는 것 아니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유 전 회장의 목과 몸이 분리된 것은 경찰이 밝힌 대로 사후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현상으로 봤다.

 이 명예교수는 "뼈를 잇는 역할을 하는 게 인대인데 살이 거의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부패했다면 인대 역시 녹아서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 해보면 독극물이나 골절에 의한 사망이 아니라면 사인은 미스터리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독극물을 먹었거나 뼈가 부러졌다고 해도 자살인지 타살인지 확실히 가려내긴 어렵다.

 이 교수는 "국과수가 극단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찾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열심히 그리고 샅샅이 들여다보고 있으니 결과를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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