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실 지음 | 개미 | 246페이지

   
▲ 미행의 그늘

‘월운리 사람들’로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알려 주목을 받았던 소설가 이상실이 장편소설 ‘미행의 그늘’을 펴냈다.

이 책은 현실세계와 사이버 세계에서 스토커들의 집요한 추적과 스토킹에 시달리는 한 여인이 그들의 마수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피처와 상처 입은 영혼을 치유하기 위한 공간을 찾기 위해 끝없이 방황하는 이야기가 담긴 문제적 작품이다.

주인공은 고독한 청년 주민규.

중학생 때 급우인 한 여학생 정가희를 마음에 품은 그의 짝사랑은 청년이 돼서까지 계속 거부당한다. 말하자면 스토커의 사랑이 되고 말았다.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랑으로 늘 허기지고 가슴이 텅 비어 있는 그는 혼신을 다해 스토킹에 몰입하고, 가희는 포식자를 피해 도망 다니는 희생물이 되어 버린다.

작가가 내세운 서술자는 스토킹에 휘말려 포식자들을 피해 도망 다니며 희생물이 돼버린 한 여인의 삶과 스토커들인 두 남자의 삶에 깊이 빠져들고 그들의 일상을 파고든다.

도시에서 바닷가로 그리고 호숫가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공간,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넘나들면서 그들 곁에서 순간순간마다 집요하고 잔악한 행동과 그들의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다.

또 명쾌한 문장, 상징적 의미가 내포된 낙서, 스릴러물과 같은 긴박한 전개가 독자를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며 단숨에 읽히게 한다.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허상에 불과한 형상들과 사이버테러와 관음, 공포가 난무한 도시문명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인간이 나아갈 삶의 통로는 없는 것일까, 시름을 달래줄 대상이나 삶의 안식처는 없는 걸까, 결국 인간의 길은 삶과 죽음을 고뇌하는 공간에 지나지 않은 것인지”라며 의문을 제기한다.

결국 작가는 작품을 통해 날이 갈수록 깊이와 진지함, 사색이 사라진 검색의 시대에서 길 없는 길과 아득한 길 위에서 인간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 있다.

송시연기자/shn8691@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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