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하라는 방송 나왔다면...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 [단원고 생존학생 증언] 세월호 참사 생존 단원고 학생과 학부모가 28일 오전 안산시 단원구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으로 현장증언을 마친 뒤 버스에 오르고 있다. 이날 현장증언은 재판부의 결정으로 법정 내 별도로 마련된 화상증언실에서 이뤄진다. 이정선기자

단원고 생존학생 증언

단원고 생존학생 증언 "친구들끼리 도와 탈출...승무원 엄벌을"

세월호 승무원에 대한 재판에서 생존학생들은 사고 당시 승무원이나 해경으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생존 학생들은 승객들을 버리고 먼저 탈출한 승무원들을 엄벌에 처해달라고 호소했다.

28일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광주지법 형사11부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단원고 생존학생 6명이 처음 증인으로 나서 사고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

세월호 4층 선미 쪽 왼편 SP1 선실에 머물던 A양은 “배가 기울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90도로 섰다”며 “옆에 있던 출입문이 위로 가 구명조끼를 입고 물이 차길 기다렸다가 친구들이 밑에서 밀어주고 위에서 손을 잡아줘 방에서 빠져나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선실에서 나와보니 비상구로 향하는 복도에 친구들 30여명이 줄을 선 채로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며 “구조대가 오지 않아 한명씩 바다로 뛰어들었는데 내가 뛰어든 뒤 파도가 비상구를 덮쳐 나머지 10여명의 친구들은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A양과 같은 선실에 있던 B양 등 4명도 친구들끼리 서로 도와 A양과 같은 방법으로 탈출했고 이 과정에서 승무원의 도움은 전혀 없었다고 증언했다.

B양은 “손 닿으면 닿을 거리에 있던 고무보트에 탄 해경은 비상구에서 바다로 떨어진 사람들을 건져올리기만 했다”며 “비상구 안쪽에 친구들이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는데도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고 말했다.

사고당시 친구를 만나러 선체 중앙 왼편 B22 선실에 갔던 C양은 탈출당시 도움을 받았지만 도움을 준 사람이 승무원이나 해경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증인으로 출석한 학생들은 “‘특히 단원고 학생들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내용의 방송이 반복됐다”며 “탈출하라는 방송이 나왔다면 캐비닛 등을 밟고 많은 인원이 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증언을 마칠 때에는 재판부를 향해 승객을 버리고 먼저 배에서 탈출한 승무원들을 엄벌에 처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들 학생들은 일부 질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하다가도 ‘탈출 과정에서 승무원이나 해경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나’라는질문에는 단호하게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단원고 학생들, 움직이지 말고 자리에 가만히 있으라’는 내용의 선내 방송이 반복됐다는 학생 증언이 이어질 때에는 ‘잊지 말아 주세요’라고 적힌 노란 팔찌를 찬 학생 부모가 한숨 섞인 탄식을 내뱉었다.

전춘식·김범수기자/jcsar@joongboo.com

사진=이정선기자(단원고 생존학생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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