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경필 경기지사가 지난 16일 용인시 수지구 한국지역난방공사 정류장에서 현장상황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청>

아침을 행복하게 해드리겠다는 의미를 담아 ‘굿모닝 경기’를 민선 6기 슬로건으로 내건 남경필 경기지사가 취임 한 달을 맞았다.

남 지사는 7월 한 달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며, 자신의 도정 4대 기조인 ‘현장·소통·통합·빅데이터’에 방점을 찍는 행보를 했다.

남 지사가 수원을 제외하고 공식적으로 방문한 도시만 14개 지역에 달한다. 청와대, 국회, 서울, 인천시 등 종횡무진했다.

민생과 안전에 초점을 맞추고 현장에서 소통하며 답을 구했다. 분단의 현장에서 1박2일 GOP근무를 직접 체험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답을 찾다 = 남 지사의 행보는 철저하게 현장에 맞춰졌다. 졸속 시행된 입석버스 금지 대책을 찾기 위해 출근길 버스 정류장을 3차례나 찾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제도 시행 첫날인 지난달 16일 오전 7시 용인 수지 지역난방공사 정류장에서 현장을 점검했다. 이튿날에는 성남, 이레뒤인 23일에는 수원에서 승객을 직접 만나 문제점을 파악했다. 남 지사는 라디오에 출연해 현장을 찾고 또 방문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가서 보기도 하고 또 대화도 나눠보고요. 제일 중요한 것은 옮겨 다니면서 봐야 합니다. 한 군데만 봐서 되는 게 아니라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어떤 날은 정류장이 또 입석이 많이 생기고 다른 날은 또 다른 정류장이 생기기도 하거든요. 이걸 꾸준히 한 달 정도 모니터를 해야 전체적인 데이터가 의미 있게 분석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하여튼 공무원 분들하고 업체 분들이 매일 모니터를 하고 있고요. 저도 그걸 가서 보고 있습니다.”

중간에 버스 업계 관계자와 토론를 열어 의견도 들었다.

―김기성 버스조합 이사장 = (정부가)전세버스 증차나 차량 증가 비용을 어떻게 줄 것이냐는 의지만 준다면 우리는 총동원해서 다 해결할 것이다. 남 지사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해주시라.

―남 지사 = 중요한 것은 9월 1일 날 학생들이 쏟아져 나오면 상당한 혼란이 우려된다.

―행정2부지사 = 단기적으로 입석금지는 불가능한 현실이다.

―남 지사 = 국가 시책을 항상 따라주지만 미흡하면 우리가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무조건 시키는대로 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도 자체 대안을 마련하라. 그리고 그것을 발표하고 국토부에 요구하는 것은 제가 할 것이다. 부딪힐 것은 부딪혀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남 지사는 우선 부분적으로 입석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급한 불을 끄는 초단기 대책을 내놨다. 또 경기도와 서울에 환승센터를 만들어서 쉴새 없이 버스가 운행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이 가장 필요하다는 판단아래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경기도민들의 사정을 설명하고 협조를 부탁했다.

생산과 노동현장도 찾았다. 지난달 14일에는 시흥시 시화스마트허브의 시화도금협동화단지를 찾아 이른바 ‘뿌리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인들과 만났다. 뿌리산업이란 주조·금형·용접·표면처리·소성가공·열처리 등 부품 혹은 완제품을 생산하는 기초 공정을 일컫는다. 대표적인 3D업종으로 분류돼 사양길에 내몰렸지만, 2~3차 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대들보 같은 존재다. 정부는 뿌리산업 육성 대책을 내놨지만, 현장에는 온기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남 지사는 기업인에게 크고 작은 어려움을 듣고 “이런 간담회가 과거에도 있었을 것”이라며 “오늘 갑자기 획기적으로 바뀌긴 쉽지 않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지원을 약속했다. 사흘 뒤인 17일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지식경제부 장관과 함께 성남 새벽 인력시장을 찾아 건설 일용직 근로자들의 어려움을 청취했다.

   
▲ 남경필 경기지사가 지난 9일 파주시 문산읍 법원리 파주1사단을 방문해 경계근무를 위해 전투모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경기도청>

안보 현장 방문은 아예 하룻밤을 묶으며 직접 체험하는 일정을 잡았다. 지난달 10~11일 서부전선을 방어하고 있는 파주 1사단에서 GOP 경계 체험을 하고 국군 장병을 격려했으며 안보관광지도 돌아봤다. 남 지사는 GOP 근무를 하면 밤낮이 바뀌어 잠을 자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말을 듣고, 보름 뒤 수면안대와 귀마개 1천200개 세트를 위문품으로 전달했다.



▶통합의 길, 소통에서 묻다 = 남 지사는 통합의 길을 공격적인 소통에서 찾고 있다. 소통에는 지위의 높고 낮음이 없다. 매주 금요일 오전 직접 민원상담자로 나서 도민을 만난다. 지난달 11일에는 수원, 18일에는 의정부에서 ‘도지사 좀 만납시다’란 상담 코너를 열어 18건의 크고 작은 민원을 메모했다.

‘싸우지 않겠다’며 야당에 제안한 연립정부, 즉 연정을 성사시키기 위해 국회의원, 경영자, 노동자 가릴 것 없이 찾아다니며 소통했다. 지난달 9일에는 경기도―국회의원 정책협의회를 열어 연정 파트너인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들에게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연정 협상의 최대 이슈였던 생활임금조례를 둘러싼 경영자와 노동자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달 14일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와 경기경영자총연합회를 잇따라 방문해 의견을 수렴했다. 나흘 뒤인 18일에는 노사민정협의회를 열어 다시 한 번 양 측의 입장을 들은 뒤 조건부 수용하기로 하고, 관련 조례의 대법원 제소 철회 결정을 내렸다.

지난달 23일에는 유정복 인천시장, 박원순 서울시장과 만나 ‘수도권 정책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이 기구는 경기도와 서울시, 인천시와 서울시 사이에 놓인 풀지 못한 숙제이자 갈등의 씨앗인 대중교통 문제와 인천 쓰레기매립지 사용 연한 연장 등 수도권 문제 해결의 물꼬를 터줄 것으로 기대된다.



▶팬택 가족 7만 근로자를 구하다 = 남 지사는 취임 첫 달에 무거운 숙제를 받아들었다. 이른바 팬택사태다. 자칫하면 ‘제2의 쌍용차’ 사태가 재연될 수 있는 휘발성 큰 문제였다. 워크아웃중인 팬택에게 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못할 경우 협력업체를 포함해 7만 명이 근로자가 직장을 잃게 될 위기에서 남 지사가 뛰어들었다. 지난달 18일 팬택 경영정상화를 위한 결의문을 발표한 남 지사는 나흘뒤인 22일 팬택 김포사업장을 방문해 생산본부장, 노조위원장, 협력업체 대표 등과 경영정상화를 위한 면담을 가졌다. 남 지사는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550개 협력사와 7만여 근로자의 생존권과 직결된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팬택 생존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기로 했다. 팬택의 자구 노력과 남 지사의 시의적절한 지원사격 등이 뒷받침되면서 팬택은 2년간 회생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남 지사는 이외에도 투자비만 2조원대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평택 연료전지 발전소 유치, 용인 덕성일반산업단지 투자 유치 등 경기 세일즈에도 시간을 쪼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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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또 토론 … 현답을 찾다 = 남 지사는 막히는 곳이 있거나 확신이 서지 않으면 토론회를 열었다. 시행착오를 줄이는 하나의 방법으로 브레인스토밍을 선택한 것이다. 핵심 공약인 따복마을과 빅파이프로젝트도 토론에 붙여 액션플랜의 방향을 정하고 있다. 지난달 8일 김동욱 네이버 플랫폼 본부장, 소윤창 IBM상무, 조영환 SKT본부장, 지종국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재난정보연구실장 등 전문가 20여명과 도청 실국장과 함께 빅파이 정책토론회를 열어 산재한 빅데이터의 사용 가능성과 적용 가능 분야 등을 따져봤다. 토론회에서는 개인적인 데이터를 활용하기에는 시기상조이고, 리스크가 크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고, 남 지사는 일단 공공 데이터를 우선 활용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따복마을(따뜻하고 복된 마을의 줄임말) 역시 백가쟁명식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토론을 통해 ‘주민 주도 공공지원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황성태 경기도 기획조정실장은 “취임 한 달 동안 남 지사가 보여준 리더십은 통합과 혁신, 실용, 경기북부 발전 의지에 방점이 찍히는 것 같다”면서 “무엇보다 내·외부 고객과의 끊임없는 소통과 현장 확인을 통해 정책의 실패를 최소화하려는 모습이 전임 지사들과는 차별화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 지사 말말말>

“아침을 행복하게 해드리겠다는 각오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큰 과제 앞에서 잠을 이루기 어렵다.” ― 7월8일 빅파이 프로젝트 정책토론회 맺음말에서.

“연정의 정치는 무당파 정치가 아니다.” ― 7월9일 경기도―국회의원 정책협의회서 연정 성사시 탈당 여부를 묻는 국회의원 질문에.

“경기도의 서비스는 도민 한 분 한 분의 말씀을 들어주는 것으로 시작해야겠다.” ― 7월11일 ‘도지사 좀 만납시다’를 마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살아 있는 저희들의 의무다.” ― 7월11일 ‘세월호 사고 희생자 추모 위령제’에서 추모사를 통해.

“오늘 갑자기 획기적으로 바뀌긴 쉽지 않겠지만 최선 다하겠다.” ― 7월14일 시화도금단지 기업인과 간담회에서 ‘과거에도 이런 간담회가 있었을 것’이라며.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다. 6천개에 연연하지 말라는 말을 들을때마다 3선을 해야 겠구나 농담하곤 한다.” ― 7월21일 핵심공약인 따모감을 만들기 대화마당에서.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7월 22일 굿모닝 버스 관련 토론회서 정부의 떠넘기기식 입석버스 금지 대책을 지적하며.

이정현기자/ljh@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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