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지음 | 다른세상 | 288페이지

   
▲ 생각하는 식탁

언젠가부터 식탁 위에 유행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이 지중해식 다이어트의 효능을 언급하면 식단에 올리브유, 토마토, 발사믹 식초 등등이 더해지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몇몇 음식은 사람들의 열띤 호응을 얻어 슈퍼스타가 됐다. ‘유기농 과일을 먹어라, 소금과 설탕을 피하라, 야채는 조리하지 말고 생으로 먹어라’ 등.

TV, 라디오, 신문 등 다양한 매체에서 전문가들이 쏟아낸 조언에 따라 식품 포장지에 각양각색의 단어들이 등장했다. ‘무설탕! 나트륨 제로! 폴리페놀 함유!’

몸에 좋다고 하면 무조건 많이 먹고, 몸에 나쁘다고 하면 일단 외면하고 보는 오늘날, 우리는 예전보다 건강해졌을까.

‘생각하는 식탁’의 우리에게 본질적으로 고민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약사인 저자는 약은 물론 음식과 건강기능식품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섭식에 관하여 폭넓게 연구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캐나다로 이민을 갔고, 토론토에서 약사로 활동했다. 그곳에서 캐나다 약사 준비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펼쳤으며, 이 활동은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이민생활 5년 6개월 만에 무려 20kg의 체중이 늘어나는 충격적인 경험을 하고, 주위 환경과 음식이 몸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3개월 동안 운동과 다이어트로 체중을 원상회복했으며, 8년 이상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저자는 자신이 경험한 것을 토대로 우리 식탁의 문제에 대해 다양한 모순을 이야기하고 해결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좋은 음식을 식탁 위에 올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양성의 모순’에 빠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토마토의 라이코펜이 정말 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지, 콜레스테롤은 몸에 해롭기만 한 성분인지, 유기농 제품이 무조건 좋은 것인지 등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수많은 식품 정보의 허와 실이 담겼다.

특히 저자는 많이 먹을수록 좋은 음식은 세상에 없다며 적당히 먹어야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어떤 음식이 모두에게 좋거나 나쁘다는 발상은 식품 회사의 주머니만 채워줄 뿐이라며 건강을 지키는 섭식의 지름길은, 적당하고 균형 잡힌 식단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때 완전식품으로 각광받았지만 지금은 심장질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의심받는 우유가 대표적인 경우. 결론은 단순하다. 영양결핍인 사람에게는 훌륭한 음식이지만 영양과잉이 걱정이라면 우유를 먹는 만큼 다른 음식 섭취를 줄여야 한다.

저자는 대중매체 속 건강정보는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우가 많다며 특정 음식이나 영양소를 슈퍼스타로 만들려는 대중매체를 경계했다.

조리 방법에 대해서도 이견을 제시한다.

야채는 조리하지 말고 생으로 먹으라고 하는데 정말 그럴까. 2006년 시금치 샐러드를 즐겨 먹는 미국에서는 대장균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2011년 독일에서는 새싹채소 파동이 일어났다. 콩나물, 숙주나물, 알팔파 등 새싹채소는 종자 표면을 깨끗하게 씻기 어렵고 생육 환경 자체가 균이 번식하기 쉽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세균에 오염될 가능성이 높다. 채소를 가열하면 비타민과 다른 영양소가 미량 파괴될 수 있지만 안전을 위한 선택이 필요하다.

우리가 흔히 ‘건강 식품’이라고 알고 있는 우유, 과일주스, 해독주스 등에 대한 저자의 견해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인간은 잡식동물이다. 다양한 식재료를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해서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다양성이 때로는 양날의 칼이 되어 우리를 위협한다”며 “무엇보다 ‘균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송시연기자/shn8691@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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