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승철 교수

잠들기가 어렵거나 자주 깨는 경우를 불면증이라고 한다.

불면증은 밤 뿐 아니라 낮에도 불편을 야기하는데, 이는 전날 밤에 잠을 설치면 낮에도 피곤하고 졸려 업무에 집중을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불면증이 지속되다 보면 ‘오늘은 잘 수 있을까’ ‘오늘도 또 못 자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들이 지속되면서 늘 불안과 긴장 속에 생활하게 되고, 이는 심신의 면역능력 저하와 불균형 상태를 초래해 각종 신체 질환이 쉽게 발생하기도 한다.

불면증을 야기하는 원인은 환경적 요인, 심리적 요인, 신체적 요인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환경적 요인은 잠자리가 바뀐다든지, 근무시간의 변경, 잠자리의 온도나 소음 등에 의해 영향을 받아 생기는 불면증으로 대개는 일시적이며 쉽게 회복이 된다.

신체적인 요인으로는 통증을 유발시키는 각종신체질환이 불면증을 일으키며, 수면장애를 유발하는 질환으로는 기면병, 수면무호흡증, 주기성하지운동증후군 등이 있다. 이들 질환은 다원수면검사기록에서 특징적인 검사결과를 보이므로 검사를 통하여 확진이 가능하다.

심리적인 요인의 불면증은 시댁과의 갈등, 남편과의 문제, 직장동료와의 갈등, 시험을 앞둔 수험생의 스트레스 등으로 시작되며 일단 불면을 경험하면 원인들이 해결됐어도 불면증이 지속된다. 이 경우에는 ‘잠이 안 오면 어떡하나’하는 강박적인 생각이 지속되면서 신체적으로 긴장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정신질환의 증상으로서 불면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불면증은 다양한 원인으로 인하여 발생이 되고 주관적인 느낌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하나의 독립된 질환이기보다는 통증이나 열과 같은 증상이라고 보는 편이 불면증을 이해하고 치료적 접근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불면증의 진단은 수면장애설문지, 수면일지, 일중주기리듬설문지, 심리검사 등을 포함하는 수면력 조사와, 다원수면기록검사로 이뤄진다.

다원수면기록검사는 뇌파, 안구운동, 근전도를 측정해 수면단계를 결정하며 평가목적에 따라 심정도, 동맥혈의 산소포화도, 호흡, 코골음의 유무 등의 수면 중 생리적 현상을 기록하는 장비로서 임상가들이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병의 정도를 가늠하는데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수단이다.

불면증을 오랫동안 앓아 온 환자들은 대부분 이것저것 시도해보지 않은 방법이 없다. 또 불면증의 치료에 대해 많이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대개 불면증에 대한 왜곡된 지식과 잘못된 방법들로 인한 것으로 불면증이 치료되기 보다는 악화되는 경우가 흔하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를 하는 것을 권하며 치료방법으로는 수면각성주기에 대한 교육과 상담치료, 약물치료, 행동치료 등이 있다.

스트레스 등에 의해 발생되는 일시적 불면증은 스트레스가 감소하거나 해결되면 불면증이 가라앉는 것이 보통이고 많이 불편하면 수면제를 복용할 수 있다. 그러나 수면제는 수면 무호흡과 같은 수면호흡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술과 함께 복용시에는 약물의 작용이 상승되므로 자가 복용하지 말고 의사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반면에 만성 불면증은 불면증의 만성화로 인해 적응 행동이 생긴 것을 잘 파악해 교정해 주고 잠에 대한 집착이나 부정적인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불면증으로 수면 클리닉을 찾는 환자들의 공통점은 잠을 못 자는 것에 대해 모든 걱정이 집중돼 있어 어떻게 하면 충분하게 잠을 자 볼까 하고 여러 가지 노력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수면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커피 한잔이 불면증을 지속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한잔이라도 절대 마시지 않아야 빨리 불면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 수면 시간을 늘리고 수면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을 절대적으로 줄여서 실제 수면시간에 가깝게 되도록 하고 낮에는 가능하면 눕지도 낮잠을 자서도 안 된다.

필자는 수면 클리닉을 찾는 불면증 환자들에게 이렇게 말을 한다. “정말 잠을 자고 싶으면 잠을 자지 않으려고 노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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