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사람] 오창원이 만난 류재현 월드DJ 페스티벌 총감독

   
▲ 류재현 월드DJ페스티벌 총감독이 22일 오전 월드DJ페스티벌가 추구하는 미래, 그리고 도덕적 가치기준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정선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일렉트로닉 음악 축제가 다가왔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월드DJ페스티벌(월디페)’이 양평 나루께 축제공원(옛 강상체육공원)에서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총 3일간 열린다.

‘월디페’은 일레트로닉 음악을 중심으로 빈지노, 도끼, 산이, 범키, 가리온 등 힙합 음악 아티스트들까지 다양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음악 축제다.

특히, 일레트로닉 아티스트들의 경우 인지도가 높은 아티스트 중심이 아닌 ‘뜰만한’ 아티스트들이 온다는 것이 이 음악축제의 매력이다.

이번 ‘월디페’은 매년 5월에 열렸던 일정이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연기돼 무더운 8월말에 개최된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월드DJ페스티벌의 아버지, 류재현 상상공장 대표 겸 월드DJ페스티벌 총감독을 지난 22일 수원시 팔달구 중부일보에서 만났다.

―이번 월디페가 8월로 연기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들었다.

“정말로, ‘힘들다’고 표현하는 것 조차 넘어 섰다. 월디페는 절대로 연기하면 안되는 축제였다. 올해 공연을 위해 해외아티스트 섭외를 작년 8월부터 시작했다. 그렇기 때문에 갑자기 일정을 바뀌면 문제가 발생한다. 대부분 유명한 DJ이기 때문에 일정이 비어있지도 않다. 또한 예컨대 당초 개런티가 1천800만원이었는데 중간에 너무 떠버려 개런티가 3배이상 올라간 아티스트도 있다. 우리가 대형기획사처럼 돈이 많은 것도 아닌데 불가능하다.”

―월디페를 아직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이다. 월디페는 대한민국 축제 중에서 가장 차별된 일렉트로닉 페스티벌이다. 대한민국 최초다. 2007년도에 시작됐다. 월디페는 전자음악, IT 등 여러 가지 디지털 문화가 섞인 복합문화 축제이다. 또한 일렉트로닉 음악에는 힙합, 록 등 다양한 장르가 있다. 당초 축제마을이라고 1년에 한 번 다양한 콘텐츠로 마을을 이루는 꿈을 꿨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월디페다”

―월디페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일탈이 일상이 되는 것이다. 꿈을 꾼다. 일탈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데 그것이 아니다. 문화적이고 예술적인 일탈. 여기에서는 남을 존중하고 배려한다면 불법적인 것을 빼고는 무엇이든 가능한 곳이 월디페다. 자유스러움이다. 예컨대 여학생이 콧수염 붙이고 온다. 가능하다. 보통 오는 사람들이 올해는 내가 제일 튈 것이라고 생각하고 온다. 3개월 전부터 무슨 복장을 입을지 고민을 한다. 아주 특별한 곳이니까. 상식을 파괴한다는 것. 평소에 입고 싶어했던 것이 아주 자연스럽게 가능한 곳이 축제다.”

―출연진 교체 외에 어려움이 있었다면.

“인식이다. 지역에서의 인식. 사실 월디페는 서울 난지도에서 했던 것이다. 잘하던 중 김선교 양평 군수가 유치해 갔다. 전국 체전을 지자체가 유치해가는 것보다 월디페를 유치하는게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는 바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월디페가 벌어지는 그 시기에는 양평 지역내 숙박업소 대부분이 매진이다. 월디페 주최측에서 단한푼도 받지 않는다. 그런데 지역에서는 서울 사람들이 지역을 시끄럽게 하고, 피해만 주고 돈만 벌어간다고 한다. 하지만 미리 시끄럽다고 양평군수께 이야기했다. 그리고 양평쪽에서는 가능하다고 해서 우리가 움직인 것이다.”

   
▲ 류재현 월드DJ페스티벌 총감독이 22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 중부일보 본사에서 월드DJ페스티벌가 추구하는 미래, 그리고 도덕적 가치기준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정선기자

―양평이라는 곳이 서울보다 낙후됐기 때문에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 아닌가.

“원래 지역 주민들은 이해한다. 그분들도 살아가면서 이렇게 젊은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기회가 월디페 뿐이라고 한다. 그런데 몇몇 분들, 강경하신 분들은 이길 수가 없다. 찾아가서 이야기하고 무릎도 꿇어서 빌었다. 그런데 가혹하다. 차라리 모든 것을 다 인정하겠다. 하지만 월디페를 기획하는 사람인 나와 단 한 번의 인터뷰도 없고 서로 대화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그렇게 평가하는 것은 안된다. 그런 것 때문에 실제는 있지도 않은 것이 오해가 됐고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퍼졌다.”

―어떤 오해들인가.

“월디페가 돈을 많이 벌고 지역에는 아무 것도 안하고 도망간다는 등의 이야기다. 또한 마약을 한다느니, 성추행을 한다느니 등 월디페에 오는 젊은이들이 불법적인 일을 많이 한다고 오해한다.”

―월디페가 밖으로 보여지는 모습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월디페는 단 한 장의 포스터도 붙이지 않는다. 포스터를 붙이는 행위는 불법이다. 이처럼 우리는 불법적인 행위는 단 하나도 하지 않는다. 정신이다. 월디페를 기획하는, 꿈으로 만드는 사람의 나이가 50이다. 대학교수고 선생이다. 어떻게 돈벌이를 위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그런 일이라면 내가 안한다. 돈을 많이 벌려면 미군을 받으면 된다. 또한 월디페는 법상 미성년자 입장 제한이 없다. 그런데도 스스로 19세 미만을 받지 않는다. 부모 동반도 안된다. 중·고등학생을 받으면 티켓팅이 30%가 오른다. 돈에 환장했다면 받겠지만 우리는 술을 팔고 있기 때문에 안된다.”

―도덕적 가치 기준이 있는 것 같다.

“당연하다. 어떠한 기획이든 가치 기준이 무너지면 장사다. 우리는 장사를 하고 싶지 않다. 나는 음악과 춤을 좋아한다. 사랑한다. 야외에서 뛰어놀고 싶은 마음이 월디페로 이어져 지금을 만든 것이다.”

―이번 월디페에 특히 집중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관객에 대한 편의다. 늘 예산이 없는 상황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무대와 조명, 사운드 등이 열악하다. 올해에는 많이 좋아졌다. 편의시설 등 관객 서비스를 많이 늘릴 예정이다. 작년에 잘했다고 평가하는 것이 있다면 ‘화장실’이다. 남녀비율을 분석해 여성 화장실을 대폭 늘렸다. 이렇게 하나씩 바꿔가겠다. 소음도 생각해 오전 6시까지 하던 공연을 메인무대에서는 오전 2시에 끝낼 예정이다. 안전도 생각했다. 인력도 충원하고 안전교육을 철저히 하고 있다.”

―축제란?

“도시가 건설되는 것이다. 문화예술적인 도시. 강원도 화천군이 2만5천명이다(지난달말 주민등록인구통계 2만4천882명). 월디페에는 2만~2만5천명이 온다. 도시가 하나 만들어진다. 문화적·예술적으로 이상적인 도시가 만들어진다. 나이란 것이 없다. 그 사람들이 그동안 꿈꿔온 음악적인 것이나 춤이나 예술적인 표현을 즐기다 가는 것이 축제다. 월디페에서는 처음보는 사람들 사이에도 친구가 된다. 그게 축제다.”

   
▲ 류재현 월드DJ페스티벌 총감독이 22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 중부일보 본사에서 월드DJ페스티벌가 추구하는 미래, 그리고 도덕적 가치기준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정선기자

인터뷰하는 동안 류 감독은 월디페에 대한 자부심을 많이 보여주면서 한편, 걱정도 많이 했다. 양평 주민들과 함께하고 싶은데 4년이 지나는 동안 진척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월디페가 양평군을 떠나면 어떻게 될 것인가라고 물을 정도로 많이 힘들어했다. 그러면서도 양평군을 떠날 수 없다고 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축제’ 때문이다.

―원래 그렇게 ‘끼’가 많았나.

“취미다. 30에 대학을 졸업하고 홍대 클럽을 갔다. 박수를 받았다. 미친듯 잘 놀아서. 그 다음부터 홍대 클럽을 출입하게 됐다. 모든 역사는 그때 만들어졌다. 처음 직업은 광고대행사 PD였으며, 두 번째 직업은 서울시정책개발연구원 위촉연구원이었다. 보통의 사람들과 같았다.”

―2010년도에는 F1 그랑프리 코리아 감독도 맡았다.

“하이서울페스티벌을 만든 장본인 중 하나고 5년동안 감독했다. 젊은 트랜디 문화를 제일 잘안다고 판단해 연락이 왔다. 비보이문화, 인디밴드문화, DJ일렉트로닉 문화 등 서울시에 처음 건의하고 콘텐츠화한 장본인이다. 그럼 점 때문에 F1 문화 파트 감독을 맡을 수 있었다.

-강연에서 ‘노는게 남는거’라는 화두를 던지기로 유명하다.

“‘논다’는 것을 ‘게으르다’ ‘일탈’로 착각한다. 가장 쉬는 것, 가장 원하는 것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논다’라고 할 수 있다. 논다는 것은 모든 것에 손을 놔버린다는 뜻이다. 결국은 일상의 갇혀있는 틀에서 손을 놓는다는 것이다. 그게 노는 것이다.”

―어떻게 놀아야 할까.

“문화적으로, 예술적으로 평소에 꿈꿨던 것을 체험하는 것이다. 여직원이 콧수염 달면 사회는 어떻게 보는가. 그런데 월디페 현장에서는 너무 자연스럽다.”

―향후 목표가 있다면.

“축제의 사회성에 관심이 많다. 이번에 한동안 비가 안왔다. 스스로 문화기획자라고 표현을 하는데 이번 가뭄에 어떠한 것을 이바지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물총 축제였다. 신촌에서 했다. 마음이 아팠다. 대도시가 아니라. 양평 산나물공원이 있다. 미약하지만 같이 갈 수 있는 친구들과 물총축제를 했다. 그게 내가 꿈꾸는 축제다. 월디페도 마찬가지다. 문화로 살아남을 수 있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고 가정을 키울 수 있는 축제로 만들고 싶다. 함께 일하는 친구들이 가정을 이룰 수 있게 만드는게 꿈이다. 같이 더불어 살자는 것이다. 축제를 기획하면서 떳떳하게 살자는 것이다.”

―마지막 한마디를 부탁한다.

“시끄럽지만 1년에 한번 젊은 사람들이 모여 시끄러운 것을 이해해주시고, 우리도 더 많이 노력하겠다. 이제는 좀 받아주셨으면 한다. 같이 어울리고 월디페도 양평에 또 하나의 주민이 되고 싶고 가족이 되고 싶다.”



★류재현(50) 월드DJ페스티벌 총감독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산업디자인학과 졸업 ▶하이서울페스티벌 감독(2003~2007) ▶F1 그랑프리 코리아 감독(2010) ▶양평군 문화정책자문위원 ▶명동 Dance Night 총감독 ▶문화기획가 겸 상상공장 대표 ▶조선대학교 문화학과 대학원 겸임교수

대담=오창원 문화체육부 부국장

정리=이복진기자

사진=이정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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