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사각지대' 경기도내 초중고교 화재 무방비 노출

   
▲ 경기도 내 일부 학교들이 연결통로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소방차량 진출입로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대형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구민주기자/kmj@joongboo.com

# 지난달 18일 오후 8시 39분께 수원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학교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은 52명, 소방차량은 19대가 동원됐다. 그러나, 출동한 소방차량 가운데 학내에 진입할 수 있는 차량은 펌프차량 1대와 지휘차 1대 등 달랑 2대 뿐이었다. 이 학교 운동장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건물 사이에 연결돼 있는 통로를 지나가야 하는데 특수차량이 지나갈 수 있는 높이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고가굴절 차량 등 나머지 10여대의 소방차량은 학교 밖 도로에 대기할 수 밖에 없었다.



경기도 내 초·중·고교 가운데 소방차량 진출입 길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소방 사각지대에 놓인 곳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 학교 대부분이 학교 준공 뒤 증·개축을 하는 과정에서 소방차량의 진출입을 막는 시설물을 세우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6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일선 소방서 등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도 내 초·중·고등학교에서 발생한 화재 건수는 2011년 34건, 2012년 34건, 2013년 36건으로 매년 30건 이상의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도내 일부 학교들이 입구에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높이가 낮은 연결통로를 만드는 등 소방차량의 진출입을 막고 있어 화재 발생시 인명구조 등 신속한 대처가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취재진이 도내 학교들을 점검한 결과, 수원시의 A초등학교는 입구에 3m가량의 시설물이 조성돼 있어 특수차량 진입이 불가능했다. 학교 내 도로폭은 일반 차량으로도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좁았으며, 회전은 불가능해 보였다.

앞쪽과 뒤쪽 건물을 이어주는 연결 통로 아래 확보된 높이도 3m에 불과했으며, 중간에 볼라드까지 설치돼 있었다.

부천의 B초등학교는의 경우 정문과 후문에 모두 학생 안전을 위한 난간과 시설물을 설치해 아예 차량이 진입조차 할 수 없었다.

이러한 시설물은 대부분 학교가 준공된 이후 생긴 것으로 이에 대한 법적인 제재도 없을 뿐더러 소방서의 동의 없이도 설치 진행을 할 수 있어 안전을 위한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소방서 관계자는 “학교 건축은 일반 건축물과는 별개로 소방시설물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소방서에서 동의하지 않아도 설치할 수 있다”며 “설치된 시설물들로 인해 소방차의 진출입이 어려운 곳은 유사시에 인명구조를 하거나 화재진압을 하는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과거에 지은 학교들은 여건이 좋지 않은 곳이 더러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 최근에는 학교 건축 설계 과정에서도 소방법을 적용시키고 있어 화재 발생시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구민주기자/kmj@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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